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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 KT 1년 - 상] 기업 뼈대는 탈바꿈, 실적은 '흐림'


 

안팎의 우려와 기대 속에서 국내 통신산업의 간판인 KT가 민영화된 지 오는 20일로 1주년을 맞는다. KT의 민영화는 KT 자체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통신산업, 정부의 통신정책 환경 등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계기였다.

또 공공적 성격이 강한 통신과 이익 추구가 목적인 민간기업 사이의 갈등, '공적 독점'이 '사적 독점'으로 전이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 공기업 민영화 모델 마련 등 갖가지 정치·경제적 논쟁을 불러일으켰었다.

inews24는 통신업계 초미의 관심사였던 KT 민영화 1년을 되돌아보고 그동안의 성과와 문제점들을 짚어 향후 과제들을 찾아보는 기획 시리즈 '민영 KT 1년'을 3회에 걸쳐 연재한다.[편집자 주]

◆직원들 마인드는 이미 민간기업화

민영 1년을 맞은 KT의 직원들은 이미 민간기업 마인드로 상당히 무장했다는 것이 내외부의 평가다.

정부투자기관 및 출연기관으로 20년간 고착화돼 온 것을 1년만에 완벽하게 바꾸는 것이 불가능하겠지만 적어도 '우리 스스로 먹고 살아야 한다'는 의식이 직원들 사이에 팽배해진 것만은 사실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경영진에 대한 직원들의 불신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정부의 입김 밑에 있을 때는 경영진의 의사와 관계없이 정치적인 목표 때문에 인력감축 등을 해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경영진들은 '신뢰경영', '현장경영'을 내세우며 직원들의 결속을 강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반면, 정부를 상대로 강경투쟁 일변도였던 노조가 이제는 유일한 협상 파트너인 경영진을 인정하고 대화에 나서고 있다는 것은 발전한 면이다.

지난 8일 KT 노사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무분규 노사협상을 타결한 것은 이같은 분위기를 잘 말해준다.

◆'현장', '신뢰' 두 화두

"그동안 전국의 현장을 돌며 사원 여러분과 만나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그 때마다 느낀 것은 KT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장을 축으로 모든 경영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고객에게 인정받고 회사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신뢰입니다. 이를 위해 앞으로도 현장을 가장 중요한 경영 파트너로 삼을 것입니다."

지난 7월 1일 경기도 일산 KT본사 대강당. 하반기 경영 설명회를 하는 자리에서 이용경 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난해 8월 20일 민영 KT의 사령탑을 맡았었다.

그의 말을 요약하면 조직, 인사 등 경영의 모든 시스템을 '현장'에 맞추겠다는 것과 '신뢰'를 가장 높은 회사의 덕목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신뢰경영'을 위해 KT는 우선 회사 곳곳에 산재해 있던 '허수'를 정리했다. PCS 가개통, 비즈메카 가입자 수 등에서 부풀려진 숫자의 거품을 제거했다. 감사실까지 동원해 '허수' 보고를 엄중 단속했다.

KT 비전경영실 전병선 경영지원팀장은 "허수경영은 회사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잘못된 정책결정을 내리게 만든다. 이는 결국 통신시장의 왜곡으로까지 이어지게 된다는 점에서 지난 1년 동안 대대적으로 정리했다"고 소개했다.

이에 따라 올 7월부터는 비영업직 직원의 각종 상품 판매활동도 금지했다. 판매활동은 영업부서만 하도록 한 것이다. 따라서 과거 직원들에게 강제 할당됐던 목표량 같은 것도 사라졌다.

KT는 올해 2월과 5월에 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조직개편이 의도하는 것은 철저한 현장 중심의 경영시스템을 갖추는 것.

마케팅본부와 네트워크본부라는 양대 본부 구도를 영업본부, 고객서비스본부, 기간망본부로 3분하고 마케팅기획본부와 기술본부, IT본부 등을 둬 각기 3개 본부를 간접 지원토록 했다.

특히 품질과 고객서비스 수준의 혁신을 위해 '품질경영실'을, KT 계열사들과의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 '비전경영실'을 각각 사장 직속으로 신설했다.

효율적인 조달기능을 위해 조달본부는 폐지해 재무실과 기술조사평가단으로 업무를 이관했다.

KT는 이어 3만8천명을 거느리고 있는 KT의 핵심역량인 지사조직을 지난 5월 본사조직에 맞춰 대폭 개편했다. 지사는 기존 지사장이 영업, 고객관리, 시설운용 등을 모두 책임지고 있는 체제였다. 말하자면 독립회사 형태로 운영됐다. 이에 따라 지사장이 영업 출신이면 지사 전체가 영업에 주력하게 되고 망관리 조직 출신이면 망 운용에 무게를 두는 식으로 운영돼 왔다.

"지사가 그렇게 운영되다보니 세부적인 평가가 어려웠으며 무엇보다 효율적인 인력관리도 힘들었다"고 비전경영실 박헌용 기업개선팀장은 말했다.

개편된 지사 조직은 영업국, 고객관리국, 망운용국으로 구분됐으며 영업국은 본사의 영업본부의 지휘만 받고, 망운영국은 본사 기간망본부의 지휘만 받도록 했다. 기존 지사는 사실상 본사의 고객서비스 본부 지휘를 받는 고객접점의 역할만 하도록 했다.

바뀐 조직에서는 본사의 영업본부가 전체적인 관점에서 A지사의 영업인력을 B지사로 옮기는 등 효율적으로 인력을 관리할 수 있게 된다. 더구나 영업만 전문으로 하다보니 전문성도 높아진다.

KT는 이와 함께 현장인력에 대한 대우도 크게 높이고 있다. 인사평가에서 현장직원을 우대하고 있다. 특히 사장이 수시로 현장을 방문, 그때그때 표창과 특별승진을 해나가고 있다. 사장표창은 숫자를 줄이는 대신 현장인력을 중심으로 현금 100만원과 디지털 카메라를 지급하고 있다.

◆한국적 전문경영인제체

민영 KT는 한국적 전문경영인체제 구축을 추구하고 있다. 정부지분이 빠진 상황에서 주주, 이사회, 경영진이 견제와 균형을 하는 투명한 지배구조를 구축해 모범을 보이겠다는 것이다.

민영화 이후 사외이사 수를 7명에서 9명으로 늘려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수를 6대 9로 조정했다.

이같은 노력으로 KT는 이미 지난 6월 '아시아 최고의 지배구조기업', '아시아 최고의 IR기업'으로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특히 올해는 창사 이후 처음으로 무분규 노사협상을 이끌어 낼 정도로 노사관계도 좋아졌다. 해마다 노사분규로 진통을 앓았던 KT로서 노사관계 안정은 무엇보다 반가운 일이다.

이와 함께 국정감사, 감사원감사 등 외부의 불필요한 간섭에서 해방된 것도 자율경영이라는 측면에서는 도움이 되는 요소다.

◆경영실적은 '흐림'

민영 KT가 이처럼 조직을 개편하고 인사시스템을 바꾸는 등 민간기업으로서 뼈대를 갖추었다면 경영실적은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면 여전히 각종 지표들이 불안한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KT는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올해 상반기 매출이 1.6% 증가하는데 그쳤다.

당기순이익이 전년 상반기에 비해 2천963억원(29.9%) 증가했지만 이는 SK텔레콤 주식처분에 따른 영업외 수익이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이어서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당장 하반기는 흑자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년 상반기에 대비 20.6% 증가한 인터넷수익이 그나마 버텨주고 있지만 전화수익 0.3% 감소, LM통화수익 7.8% 감소, 데이터 수익 11.1% 감소 등 곳곳에 '빨간 등'이 켜져 있다.

◇02~03년 상반기 경영실적 비교(단위 억원)

과 목 03년 상반기(A) 02년 상반기(B) A-B 증감률
매 출 59,189 58,275 914 1.6
인터넷수익 11,470 9,508 1,962 20.6
데이타수익 922 1,037 -115 -11.1
회선설비임대 6,489 7,105 -616 -8.7
L-M통화수익 11,111 12,046 -935 -7.8
무선수익 3,852 3,307 545 16.5
위성수익 610 607 3 0.5
전화수익 23,567 23,645 -78 -0.3
부동산수익 229 185 44 23.8
기타수익 939 835 104 12.5
영업비용 45,510 45,877 -367 -0.8
영업이익 13,679 12,398 1,281 10.3
영업외수익 10,233 5,830 4,403 75.5
영업외비용 4,451 4,644 -193 -4.2
세전 순이익 19,461 13,584 5,877 43.3
법인세 비용 6,599 3,685 2,914 79
당기 순이익 12,862 9,899 2,963 29.9

◇부문별 경영실적

구 분 02년 실적 시장점유율 03년 실적 시장점유율
시내전화 2,227만 96.2% 2,235만 95.7%
시외전화 1,935 84.8% 1,960 84.2%
국제전화 67.0% 66.9%
초고속인터넷 433만 47.1% 539만 48.6%
전용회선 59만 70.2% 52만 70.8%

음성전화 부문의 매출은 갈수록 감소할 수 밖에 없다. 초고속 인터넷시장도 포화에 가까운 상태인데다 내년부터 기간통신서비스에 포함될 경우 KT는 시장지배적 사업자로서 요금규제 등 각종 규제에 발목을 잡힐 전망이다.

이밖에도 정보통신부로부터 '필수설비 제공사업자'로 지정돼 가입자선로를 비롯한 주요 통신설비를 후발사업자에 제공해야 할 형편이다. 지난 6월 말부터 시행돼 내년 말까지 전국으로 확대 시행될 시내전화 번호이동성 제도도 KT에는 불리한 여건이다.

정통부는 이른바 '유효경쟁체제' 구축을 위해 앞으로도 KT의 발목을 더욱 옥죌 태세다. 한마디로 매출과 순이익면에서 전망이 지극히 흐린 상태다.

지난해 5월1일 LM요금을 17.7% 인하한데 이어 올 들어서도 지난 7월1일 추가로 5.2% 인하했다.

또 다른 지표들을 보자.

올 6월말 현재 직원수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444명이 준 4만3천825명이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인건비의 비중이 지난해 6월말의 23.7%보다는 줄었지만 여전히 21.2%로 높다. 2005년까지 18%로 낮추겠다는 목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용경사장은 직원들에게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정원 관리를 더욱 엄격하게 해야 한다는 점은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그렇다고 무조건 인력을 줄일 수도 없다. 1인당 관리 회선수가 지난 95년 약 300회선이던 것이 현재 550회선으로 증가했다. 그만큼 현장인력의 일손이 바빠졌다는 얘기다. 인당 회선관리 수는 우리와 비슷한 GDP 규모를 가진 나라에 비해 2배 이상 많은 실정이다.

이렇게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지만 1인당 매출은 2억6천300만원(2002년말기준)에 불과하다. AT&T 등 세계 수준의 회사들이 3억5천만원 가량 되는 데 비하면 형편없이 낮다.

4만명 규모의 현대자동차가 매출 30조원를 올리고 있는데 비해 KT는 올해 12조원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경쟁회사인 SK텔레콤은 3천여명이 10조원을, 자회사인 KTF만 해도 2천200여명이 7조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신수종 사업을 찾아라"

이용경 사장은 하반기 경영 설명회에서 "올해 당초 매출목표인 12조3천억원은 고사하고 12조원도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KT는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이른바 신수종 사업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기업모토인 'Value Neworking Company'에서 읽을 수 있듯이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사업을 찾아 나설 것으로 보인다.

또 자회사인 KTF와 연계해 유·무선 결합상품 개발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이밖에 2.3GHz 휴대인터넷, 위성DMB, DMC사업 등도 KT의 유력 신수종 사업들이다.

이와 관련, KT의 한 임원은 "부동산관리 등 비통신분야도 새로운 사업영역으로 검토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다만 기존 전화사업이나 초고속인터넷과 같은 조단위 매출을 일으킬 수 있는 새로운 사업 발굴은 쉽지 않아 보인다.

백재현기자 bri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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