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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운동 변화의 계기 될 것"...지재식 KT 노조위원장


 

"이번 협상 타결로 한국 노동계의 시각을 바꾸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지난 9일 20여년 KT 역사상 처음으로 무분규 노사협상을 타결한 지재식 KT 노조위원장은 이같은 말로 소감을 대신했다.

4만5천여 조합원으로 단일규모 국내 최대인데다 민노총 산하의 주력인 KT노조는 그동안 대표적인 '강성'노조였다.

지 위원장은 "이제 노동조합도 경영마인드를 갖춰야 한다. 집행부는 회사를 꿰뚫어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장 못지 않게 경영상황을 훤히알고 회사의 경영전략과 미래를 이해하지 않으면 올바른 노동운동을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또 "그동안 임금이 많이 오른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이제는 80년대와 달리 임금보다는 복지 강화 쪽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노조는 조합원들의 이익을 위해 존재 하는 것이고, 그런 노조의 투쟁도 조합원들의 이익을 위한 것이어야 하는데 그동안 종종 투쟁을 위한 투쟁, 집행부의 명분을 위한 투쟁이 돼온 게 사실이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철저히 조합원들에게 실익을 돌려주는 노조가 되겠다고 그는 강조했다.

'당당한 노동조합'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지 위원장은 "회사와 투명하고 충분한 협상을 거친 후라면 설령 임금 삭감안이라도 당당하게 조합원들을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투쟁 없이 쟁취 없다는 노동계의 오랜 구호에 맞서 투쟁 않고도 쟁취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우선 '합법투쟁'을 선언하고 이번 임단협에 임했다. 과거에는 사측과 교섭을 시작하면서 무조건 쟁의 발생신고를 동시에 했다. 이는 논리적으로 적극적인 교섭을 하지 않겠다는 뜻도 되지만 교섭이 결렬 됐을 때만 쟁의 발생신고를 하도록 한 법에도 어긋난다.

"교섭이 머리 띠 두르고 소리지르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이번 협상에서도 '투쟁' 이라는 유혹에 빠진 적이 많았고 실제로 주위에서도 그것을 권하기도 했다"고 말하는 지 위원장은 그러나 "더 이상 보여주기식 투쟁은 않겠다. 대신 한 번 투쟁을 하면 반드시 이기는 투쟁을 하겠다"고 역설했다.

이번 노사 협상은 1개월 20일 동안 이뤄져 기간은 짧은 편이었다. 그러나 두달 못되는 이 기간 노사교섭은 무려 27차례가 열렸다. 지 위원장은 "중간에 결렬을 선언한 적이 있었을 정도로 결코 순탄한 교섭이 아니었지만 조합원들에게 '머리띠 한 번 매지 않고도 따낼 수 있구나' 하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해서 따낸 것이 '기본급 2% 인상'이다. 일견 미미해 보인다. 그러나 그는 당당하다. "올해 KT의 매출 성장률이 최대 2% 정도로 예상한다. 민영화 첫해로 해야 할 일도 많을 뿐만 아니라 경영여건이 갈수록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했다"고 말한다.

9일 노조 찬반투표에서는 94%의 높은 찬성으로 통과됐다. 이처럼 높은 지지율로 통과된 것은 '기본급 2% 인상' 외에 조합원들을 설득할 수 있을 '성과물'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선 국내 기업사상 처음으로 전 사원에 대해 휴식년제를 도입키로 합의했다. 구체적인 적용기간, 휴식년 동안 지급할 보수의 기준 등은 추후 협의 될예정이지만 직원들의 입장에서 보면 신나는 일임에 틀림없다.

또 우리사주신탁제도(ESOP)를 처음으로 도입키로 했다. 직원 1인당 20~22주 가량을 사면 같은 양을 회사가 사주는 것. 결국 직원 입장에서는 시가의 절반에 주식을 구매하는 셈이된다.

이와 함께 자녀의 학자금 지원 등에 사용되는 복지기금이 그동안 2천500억원으로 너무 적어 실제 도움이 되지 못했는데 이번에 1천억원이 늘어나 3천500억원이 된다. 또 이 금액은 매년 세전 당기순이익의 5%까지 적립해 나갈 수 있게 돼 있어 앞으로 지속적으로 늘려나가 1조원까지 늘리기로 노사가 합의했다. 조합원들이 가장 만족해 하는 부분 중의 하나라고 지 위원장은 기띔했다.

지 위원장은 "우리나라는 총 파업이 너무 잦다"면서 민노총을 간접 비난했다. 그는 "총 파업은 정말 10여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해야 하고, 한번 선언이 되면 국가가 흔들릴 정도로 위력적이어야 하는 데 아무 때나 총파업카드를 꺼내 드니 '약발'이 먹히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 위원장은 지난 88년 공채로 입사해 조합원 7천명의 경기지방본부 위원장을 3년 동안 역임하는 등 노조에 적극 활동해 왔다.

백재현기자 bri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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