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범] SK글로벌로 부터 배워야 할 교훈


 

'쉽게 번 돈은 쉽게 나간다'

최근의 SK글로벌 사태를 보면서 절로 드는 교훈이다.

SK글로벌은 현재 생사를 헤메고 있다. 1조5천억원의 부실이 검찰 수사로 밝혀진 데다, 4천786억원의 추가 부실 사실이 최근 회계법인의 감사보고서에서 확인됐다. 이 뿐만이 아니다. 2조4천여억원에 달하는 추가 부실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SK글로벌이 그간 돈을 너무 쉽게 썼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설마설마'하는 분위기에서 추가 부실로 드러난 4천786억원은 다른 회사의 빚보증을 섰다가 대신 갚아주고 난 뒤 생긴 미수채권이다.

또 '제3의 부실 덩어리'로 떠오를 수 있는 것으로 우려되고 있는 해외지급보증액 '2조4천여억원'도 해외현지법인의 빚 보증을 잘 못 서준 돈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SK글로벌은 '빚보증'을 잘못 섰다가 '위기'를 초래하고 있는 격이다. 한마디로 돈을 너무 쉽게 썼다는 것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빚보증을 쉽게 서줘야 할 만큼 SK글로벌의 '주체적인 경쟁력'이 취약하다는 것이다.

SK글로벌의 3대 사업은 정보통신사업, 에너지유통사업, 종합상사업 등으로 압축된다.

이 중 '미래성장 사업'으로 부각돼 온 '정보통신사업'의 면면을 들여다 보면, '단순중개업'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구도다.

SK글로벌은 SK텔레콤을 계열사로 둔 덕분에 연간 1천500만대 이동통신 단말기 시장 중 절반 이상을 유통시켰다. 대당 평균 거래가를 20만원이라고 치면 이 회사의 연간 매출은 약 1조5천억원에 달한다.

또 이 회사는 휴대폰, PDA폰, CDMA확장팩 등을 SK텔레콤에 공급하면서 대당 2만~3만원의 이문을 챙기고 있다는 것이 국내 단말기 업계의 대체적인 인식이다. 단말기 단순 중개업으로 수조원의 매출과 수천억원의 이문을 남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SK글로벌이 하고 있는 역할은 떨어지는 '떡고물'에 비해 매우 작아 보인다. SK텔레콤의 신형 단말기를 제조업체들로 부터 넘겨 받아 SK텔레콤의 대리점에 뿌리는 역할에 그치고 있다.

그간 SK글로벌은 종합상사의 핵심역량으로 '오거나이징(조직화)', '파이낸싱', '인포메이션 프로세싱(정보처리)' 등 세가지 특징을 꼽아 왔다.

하지만, SK글로벌이 SK텔레콤의 대리점망에 단말기를 공급하면서 하고 있는 역할은 이들 핵심역량 중 '자금결제'를 중간에서 대행함으로 '파이낸싱'을 하고 있다는 것 외에는 별로 없어 보인다.

이와관련, 국내 이동통신 단말기 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 취향에 맞는 단말기 모델들을 결정하고 구매계약을 하는 곳은 사실 SK텔레콤"이라며 "SK글로벌이 하는 역할은 중간에서 물건을 돌리는 역할일 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 마디로, 쉽게 돈을 벌었다는 뜻이다. SK텔레콤 지분을 가지고 있는 SK글로벌은 SKC, SK케미컬, SK 등 화학·에너지 부문 등의 사업을 하고 있는 계열사와도 지분관계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 타 사업부문에서도 계열사들의 지원사격을 유무형으로 받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쉽게 번 돈은 쉽게 나갈만한 이유가 있다. 뼈를 깎는 각오로 주체적인 경쟁력을 다진 뒤에 벌어들인 결실이 아니라면, 언제라도 부실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범한 진리를 SK글로벌이 확인시켜 주고 있는 셈이다.

이관범기자 bum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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