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스물아홉에 창업을 시작하고 15년만에 큰 실수를 해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이제 어른이 되가는 느낌입니다. 오직 회사를 정상화하고 저를 믿어준 사람들에게 보답하는 것이 제가 할 일입니다."
대기업들이 득실대는 휴대폰 사업에 발을 들여 매출 3조를 기록했던 팬택계열은 경영 악화로 지난 2007년 4월경 기업구조개선작업에 들어섰다.
항상 당당하고 특유의 경쾌함으로 팬택호를 진두지휘하던 박병엽 부회장은 근 1년여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가 직접 입을 연 뼈아픈 15년만의 실수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1년만에 모습을 나타낸 박병엽 부회장은 좀 더 성숙해지고 좀 더 신중해진 모습이었다. 본인 입으로 "이제 어른이 돼가는 느낌"이라고 소회할 정도다. 사업의 존속 여부에 고민했던 팬택계열은 새로운 기회를 찾아가고 있다.

"지난 2007년 한해 미국, 일본, 멕시코, 한국 4개 시장에 집중했습니다. 작년 상반기 적자였던 영업이익은 하반기 흑자로 돌아섰고 올해는 환율까지 도와줘 무난히 턴어라운드에 성공할것 같습니다."
박 부회장이 밝힌 올해 팬택계열의 매출 목표는 2조원이다. 수익성 위주의 사업을 지향해 사업 지역은 4개로 집중시켰다. 팬택계열은 그 어느때보다도 돌다리도 두드려가며 건너듯 해당 시장을 면밀히 분석하고 틈새를 파고드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과거 3조원까지 매출을 늘리며 양적 확장에 주력했던 팬택계열은 늘어난 시장만큼 관리와 개발비 등 제반 비용에 몸살을 앓았다. 지금은 현 상황에 맞는 매출 규모와 이익으로 내실을 탄탄히 다지는데 주력하고 있다.
"AT&T에 납품하고 있는 스마트폰 '무스탕'은 전체 스마트폰 시장에서 판매량 2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남들이 스마트폰이라는 것에 고민할 때 저희는 스마트폰이지만 일반 휴대폰처럼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고민했기 때문에 소비자들을 설득할 수 있었습니다."
박 부회장의 설명처럼 팬택계열은 작지만 귀중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미국 AT&T는 올해 팬택과의 단말기 공급 계약을 확대했다. 지난 해보다 2배 이상 늘어난다. 일본에서도 KDDI에 공급하고 있는 휴대폰들의 반응이 좋다. 일본 시장에 진출한 외산 휴대폰 제조사 중 가장 좋은 실적을 보이고 있다.
박 부회장은 휴대폰 시장에서 팬택계열의 위치를 자동차 사업에 빗대 표현한다. 팬택계열은 단순한 틈새시장을 노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가치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평했다.
"자동차 산업의 1위는 도요다입니다. 하지만 BMW가 우리는 1등 가치가 있다 주장할때 반박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모두들 BMW의 가치를 인정하기 때문입니다. 팬택계열은 스스로의 가치를 만들어 내는 회사가 될 것입니다."
팬택계열은 수익성만 좋다면 OEM, ODM 생산도 언제든지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적인 확장도 중시하지만 이익성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기업구조개선작업 이후 박 부회장은 잠시도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매주 토요일은 회의를 하고 일요일에는 회사에 나와 직원들과 점심을 함께 하며 그들의 의견을 듣는다.
"깨어있어도 깨어있는것 같지 않을 정도로 피곤할 때가 많습니다. 한때 내가 갖고 있던 것들은 모두 다 사라진 상태입니다. 이제 내게 남은 것은 회사 밖에 없습니다. 회사 정상화에 모든 것을 던졌고 그 이후의 일들은 아직 구체적으로 생각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박 부회장은 팬택계열의 사업 다각화도 고민 중이다. 휴대폰 사업이 단순 제조업이 아닌것처럼 팬택계열 역시 다양한 사업구조를 둬야 앞으로를 대비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휴대폰 산업이라는 것이 참 복잡합니다. 제조업과 하이테크산업이 결합되고 최근에는 패션산업이 접목되고 있습니다. 부품을 조달하고 수출을 하기 위해서는 환차익을 고려해야 하는 금융업이 더해지고 소비자 마케팅과 사업자 마케팅을 동시에 해야 하는 복합체 입니다."
그의 말처럼 다양한 분야, 다양한 사업기회가 혼재하다보니 휴대폰 사업을 통한 파생상품의 개발도 가능할 법하다.
박 부회장은 팬택계열의 기업구조개선 작업이 오는 2010년 경이면 끝날 수 있을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속단은 금물이다. 그만큼 15년만의 실패가 아팠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확신할 수 없지만 제가 열심히 하고 직원들이 한 마음으로 일한다면 꼭 빠른 시일 안에 기업구조개선 작업이 끝날 것입니다. 저는 맨손에서 매출 1조원 기업을 일구어낸 사람입니다. 예전의 실수는 제 개인적인 자산입니다. 꼭 조기 정상화를 이뤄내겠습니다."
/명진규기자 almac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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