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까지 몰린 팬택계열이 회생의 희망을 찾아가고 있는 가운데 모토로라가 결국 휴대폰 사업을 분리해 두 회사의 엇갈린 운명이 대조되고 있다.
지난 2004년 여름 세계 휴대폰 업체는 모토로라의 '레이저'를 만나 절망에 빠져야 했다. 단순한 슬림폰으로 여겼던 '레이저'는 출시되자마자 1천만대를 판매한 뒤 10개월만에 4천만대 가까이 판매됐다.
모토로라는 '레이저' 출시 전 삼성전자에게 세계 휴대폰 시장 2위 자리를 잠시 내줘야 했다. 삼성전자는 당시 폴더형 카메라폰을 내 놓았는데 빠른 속도는 아니지만 모토로라의 시장 점유율을 조금씩 뺏어오다 마침내 2위 자리를 차지했던 것이다.
하지만 '레이저' 출시 이후 모든 상황이 달라졌다. 모토로라는 '레이저'를 세계 각 지역으로 넓히며 연이은 기록 경신을 하고 있었고 나머지 휴대폰 제조사들은 엄청난 재고에 허덕여야 했다.
박병엽 팬택계열 부회장은 이때를 떠올리며 "모토로라의 '레이저'가 처음 나왔을때 조금 긴장하긴 했지만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그때 좀 더 빨리 대처했더라면 팬택계열의 오늘같은 어려움은 없었을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듯이 '레이저'는 휴대폰 업계의 예상을 깨고 승승장구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시장에서 '레이저' 이외의 휴대폰은 거의 판매되지 않았다. 큰 문제였다. 애써 만든 제품들이 시장에서 빛을 보지도 못하고 재고로 남았기 때문이다.
박 부회장은 "한동안 '레이저' 때문에 재고처리만 했다고 생각하면 된다"며 "세계 각 지역으로 발을 넓혀 놓은 상황에서 계속 밀어닥치는 재고는 결국 회사의 재무 상황까지 어렵게 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팬택계열이 기업구조개선작업을 개시하게 된 까닭은 그 외에도 많지만 '레이저'도 큰 역할을 한 셈이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바뀌었다. 공교롭게도 팬택계열이 최종 부도처리된 뒤 1주기 만에 희망을 바라보고 있는 현재 모토로라는 끝없는 추락을 견디다 못해 휴대폰 사업을 분리하고 말았다.
결국 '레이저'는 모토로라에게 성공과 추락을 경험하게 했다. 그리고 팬택계열에게는 추락에 이어 희망을 준 셈이다.
/명진규기자 almac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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