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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휴대폰 릴레이 인터뷰- 1]환경운동연합 최홍성미 부장


"폐휴대폰 통해 중국으로 환경오염 수출되는 것 막아야"

폐휴대폰이 산처럼 쌓여가고 있다. '휴대폰 과소비'의 어두운 그림자이다.

정통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6년 발생한 폐휴대폰은 1천400만대가 넘는다. 그 중 약 400만대만 수거됐다. 한 해 약 1천만대의 폐휴대폰이 발생, '장롱폰'이 됐거나 음지에서 유통되고 있는 것. 휴대폰 한 대 무게가 약 100g이라면 1년에 우리나라에 쌓이는 폐휴대폰 무게만 해도 대략 1천톤에 달한다.

소비자가 이동통신사 가입을 중지해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폐휴대폰'에는 두 가지가 있다. 간단히 수리하거나 부품을 바꿔 재사용할 수 있는 폰과,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해 폐기해야하는 폰이다. 수리해 쓰는 폰도 마지막에는 폐기해야 한다.

제대로만 처리하면 둘 다 소중한 자원이다. 재사용할 수 있는 폰을 그냥 방치하거나 파기하는 것도 낭비이지만, 더 이상 쓰지 못하는 폰도 금·은·팔라듐·구리·주석·니켈 등의 유가금속이 있는 자원이다.

그러나 폐휴대폰을 그냥 방치하거나 생활쓰레기와 섞여 들어가면 독이 된다. 납, 카드뮴, 베릴륨, 비소 등의 유해물질이 포함돼 있다. 이 때문에 폐휴대폰에 대한 적절한 관리와 함께 파생되는 문제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에 모두가 공감한다. 그러나 시민단체, 학계, 이통사, 제조사 별로 문제 인식 정도와 해결방안에 대한 시각은 다르다. 아이뉴스24는 '폐휴대폰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의 인식과 대안을 들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마을 전체가 시커먼 연기로 뒤덮여 있었다. 마을 바로 옆 전자폐기물 소각장에서는 끊임없이 까만 연기가 피어올랐다. 소각장이라고 해서 특별한 게 아니었다. 그냥 논과 밭에서 부품을 추출하고 남은 폐기물이 태워졌고, 녹아내린 유해물질이 주변 하천으로 흘러 들어갔다. 마을 사람들은 그 물을 마시기도 하고, 빨래도 했다.

폐휴대폰 처리 과정은 말그대로 수작업. 마을 주민들은 연탄불에 휴대폰과 기기판을 올려놓고 맨손으로 부품을 추출하고 있었다. 아예 가정에 환풍기 시설까지 갖추고 있었지만 증발하는 납 연기를 사람들이 코와 입으로 마실 것은 뻔했다. 현지 활동가는 "24시간 사람들이 교대하면서 작업을 계속한다"고 했다. 그들에게는 생계가 달린 일이라 주변에서 아픈 사람들이 하나둘 생겨도 별 수 없다.

온 가족이 폐휴대폰 처리 작업에 참여하고 있었지만 특히 10대 소녀들이 많았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 것은 현지 사람들의 경계하는 눈빛. 현지 활동가는 "여러 시민단체 사람들이 오고가자 중국정부에서 단속이 나오면서 외부인을 경계하게 됐다"고 말했다. '외부인이 마을에 왔다'는 소문이 나면 처리시설 문을 닫고 집 안에 보이지 않게 숨는다고 한다. 그러나 전자폐기물을 실은 트럭은 계속 마을로 들어서고 있었다.>

위의 내용은 환경운동연합 최홍성미 미디어홍보위원회 부장이 중국 심천 꿰이위 마을에서 경험한 것을 회상한 것이다. 최홍 부장은 지난 7월 환경재단 '그린아시아'의 지원을 받아 '홍콩, 중국, 일본 전자폐기물 처리 및 현장 조사'를 다녀왔다.

환경운동연합은 최근 전자폐기물이 유발하는 환경오염문제와 국가간 폐휴대폰 이동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지난 7월 정통부 앞에서 폐휴대폰을 쏟아 붓는 퍼포먼스를 하고, 10월에는 각 분야의 전문가를 모아놓고 간담회를 열었다.

수많은 전자폐기물 중에 휴대폰을 선정한 이유에 대해 최홍 부장은 "휴대폰은 교체주기가 빠르고 크기가 작아 시민들이 모르고 일반 생활쓰레기와 함께 내다버리기 쉽다. 이 때문에 관리가 잘 안 되고 있다. 또한 가장 친근한 전자제품 중 하나라 전자폐기물 처리에 대한 문제의식을 부각시키는 데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최홍 부장은 "궁극적인 목적은 국내에서 발생하는 폐휴대폰을 국내에서 처리하는 것"이라며 "폐휴대폰이 국내 물질재활용 시스템을 통해 제대로 처리되면 인체에 해가 없이 안전하지만 중국·필리핀 같은 나라에서는 처리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고 있지 않다. 금속을 뽑아낼 때 황산을 쓰거나, 기화시켜 유독물질을 그대로 마시게 된다"고 말했다.

몇몇 관계자는 중국 내로 반입되는 폐휴대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국 시민단체와 손을 잡고 이슈로 만들 필요가 있지 않느냐고 지적한다. 중국 심천 등에서 유통되는 폐휴대폰은 밀반출되거나 등록한 수출 목적 외로 사용되는 것이기 때문.

이에 대해 최홍 부장은 "중국 내 반입되는 폐휴대폰 문제의 출발점은 국내 폐휴대폰 수거 및 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국내 시스템이 투명해져야 해외 반입도 막을 수있다"고 설명했다.

휴대폰에 들어있는 납·카드늄·베릴륨·비소 등의 물질은 시간이 지나도 저절로 사라지지 않는다. 또한 금·은·팔라듐·구리·주석·니켈 등의 유용한 금속도 휴대폰 안에 있다.

최홍 부장은 "국내에서도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폐휴대폰으로 인해 환경오염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중국에 비해 눈에 드러나지 않았을 뿐 폐휴대폰의 잠재적 위험은 심각하다"며 "중국 현지의 산토우대학 의과대에서 꿰이위의 마을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상당수 주민의 납중독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환경운동연합이 생각하는 대책은 무엇일까.

최홍 부장은 "폐휴대폰을 비롯한 전자폐기물 문제는 어느 한 사람의 책임이 아니라 모두의 책임"이라며 "대다수 시민들이 휴대폰을 사용하고 그 이후에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않아 폐휴대폰이 잘 수거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한 최홍 부장은 "환경오염 방지, 자원재활용 등 거창한 대의명분이 아니더라도 애착을 갖고 쓰던 나의 물건이 해외에 이동해 사람들의 건강을 위협한다면 마음이 불편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운동연합측은 폐휴대폰 관련해 시민, 이통사, 제조사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

최홍 부장은 "폐휴대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먼저 생산자 책임 재활용제도(EPR) 관련 법안을 개정해야 한다"며 "EPR 제도를 개선해 현재 제조사에 부여된 전체 생산량의 16.5% 수거 의무를 50~60%까지 높이고, 제조사 뿐만 아니라 이통사에도 수거 의무를 부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생산자 책임 재활용제도(EPR)란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 재활용이 가능한 폐기물의 일정량 이상을 재활용하도록 생산자에게 의무를 부여하는 제도. 현재 폐휴대폰의 경우 제조사가 전체 판매량의 16.5%를 재활용해야 하며, 수리해 재사용하는 양은 포함되지 않고 폐기해 물질재활용하는 양만 수치에 들어간다.

김호영기자 bomna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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