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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환마마보다 무서운 '해리포터 엠바고'


 

"해리포터 6권은 오는 16일 0시(런던 표준시 기준) 까지 엠바고?"

초대형 베스트셀러인 해리포터 6권인 '해리포터와 혼혈 왕자' 출간이 나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소설 내용에 궁금증을 보이는 독자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해리포터를 판매하게 될 서점들은 16일까지 내용을 일절 공개하지 않는다는 '엠바고 레터'에 사인을 한 상태라고 BBC 인터넷판이 12일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서점의 실수로 '해리포터와 혼혈왕자' 몇 권이 시중에 판매된 캐나다에서는 출판사 측의 요구로 법원이 '내용 공개 금지' 명령을 발령하는 해프닝이 발생하기도 했다.

◆ 캐나다선 법원 명령까지 발부

'엠바고'는 보통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측이 특정 시점까지 보도를 유예해 줄 것을 요구하는 것. 책을 미리 받게되는 서점이 판매 시점까지 내용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사인을 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편이다.

이번에 캐나다에서 발생한 해프닝은 해리포터가 세계적인 문화 현상으로 자리잡았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

사건의 발단은 캐나다 밴쿠버의 한 서점이 지난 7일 실수로 '해리포터와 혼혈 왕자' 몇 권을 판매하면서 발생했다. 이에 캐나다 출판사인 레인코스트 북스가 법원에 '내용 사전 공개 금지'를 요구, 법원 측이 이를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영국의 블룸스베리 출판사 역시 해리포터 6권 관련 내용 공개를 금지하는 '존 도(John Doe)' 명령을 발령했다. '존 도'는 미국 민사소송에서 신원 미상의 원고를 지칭할 때 쓰는 말이다.

심지어 '해리포터와 혼혈 왕자'의 표지 일러스트를 그린 제이슨 콕크로프트도 이 책을 미리 읽는 기회를 갖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작가인 J K 롤링 외에는 그 책을 읽는 사람이 두 명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콕크로프트는 또 "나는 단지 해리포터와 덤블도어가 매우 걱정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는 모습을 그려달라는 부탁만 받았다"고 덧붙였다.

블룸스베리는 지난 2003년 도날드 파리트란 한 남성이 해리포터 5권의 일부 페이지를 영국 일간지인 선에 판매하려고 시도할 때도 같은 명령을 발령한 바 있다. 파리트는 이후 절도 혐의로 기소됐다.

또 작가인 롤링은 지난 2003년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의 주요 내용을 공개했다며 미국의 한 신문을 제소한 바 있다.

◆ 서점들, 의무준수 초긴장 상태

지난 5월에는 해리포터의 스승인 덤블도어가 6권에서 죽게 될지에 대한 내기를 한 적 있다. 하지만 이 내기에 참여한 사람들이 소설 내용 사전 유출 가능성을 제기함에 따라 결국 내기가 중단됐다.

또 지난 6월에는 '해리포터와 혼혈 왕자'를 불법 입수한 한 소년이 이 책을 선과 데일리미러 지에 판매하려다 체포되면서 '내용유출'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아론 램버트란 이 소년은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서점들은 출판사의 '엠바고' 규정을 잘 지킬 수밖에 없다. 서점들로선 초대형 베스트셀러인 해리포터 판매란 좋은 비즈니스 기회를 잃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부분 판매 시간 직전까지 '해리포터' 책을 비닐로 싸 둔다고 BBC가 전했다.

인터넷서점인 아마존 역시 '엠바고' 규정 준수를 위해 인력을 추가로 배치하고 있다. 아마존 관계자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출판사 측의 '엠바고' 요구가 지나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영화나 소설의 내용을 미리 공개해버려 관객이나 독자의 흥미를 반감시켜버리는 사람을 '스포일러'라고 한다. 신문이나 잡지에 영화평을 쓰는 기자들도 핵심적인 내용이나 결론은 공개하지 않는 것이 관행이다. 자칫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추리 영화로 유명한 '유주얼 서스펙트' 국내 개봉 당시 한 스포일러의 무분별한 내용 공개는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는 유명한 사례로 꼽힌다. 당시 영화를 보고 나오던 한 관객이 줄서서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에게 "범인은 ***"라고 공개해버려 많은 관객들을 김빠지게 한 적이 있다.

해리포터를 둘러싼 소동 역시 이 같은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소 유난스럽기는 하지만 많은 독자들의 '흥미'를 유지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기 때문이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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