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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계 애플' 블루보틀, 韓 진출 1년…국내 시장 영향은?


스페셜티 커피 시장 확대에 긍정적…'찻잔 속 태풍' 지적도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한국 상륙 1주년을 맞은 '블루보틀 커피'가 국내 스페셜티 커피 시장을 확대하며 업계의 '다크호스'로 여전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시장의 예상과 달리 업계에 큰 파급력을 나타내지 못하고 '찻잔 속 태풍'에 그쳤다는 시각도 있는 만큼 향후 국내 사업 전략에 변화를 줄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서혜욱 블루보틀 커피 코리아 대표는 최근 한국 진출 1주년을 맞아 내부 임직원들에게 "1년간 열정적으로 블루보틀을 방문한 고객들에게 열정적으로 응대해줘 감사하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서 대표는 패션기업 코오롱FnC에 오래 몸담으며 로에베 등 해외 명품 브랜드의 국내 유통·마케팅 전략을 총괄했던 인물로, 그 동안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블루보틀의 국내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서 대표는 국내 2호점인 삼청점을 시작으로 자신만의 감각과 지역 특색을 반영한 블루보틀 매장을 선보이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초 '블루보틀' 국내 1호점인 성수점 오픈 당시 모습 [사진=아이뉴스24 DB]
지난해 5월 초 '블루보틀' 국내 1호점인 성수점 오픈 당시 모습 [사진=아이뉴스24 DB]

블루보틀 커피는 지난해 5월 3일 성수점을 시작으로 현재 서울 내 5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 진출 1주년을 맞아 글라스 머그컵, 스트로우, 기프트카드 등 굿즈를 출시해 완판시켰다.

블루보틀은 커피를 좋아했던 클라리넷 연주자인 제임스 프리먼이 2000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시장에서 직접 커피를 내려 팔면서 시작된 커피 체인이다. 이곳은 커피 고급화 전략으로 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켰고 2017년에는 네슬레가 지분 68%를 인수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미국 유명 매체에선 블루보틀을 '커피계의 애플', 스타벅스를 '마이크로소프트'로 비유한 바 있다.

블루보틀은 일정 수준의 맛과 서비스를 유지한다는 점을 앞세워 미국·일본·한국에서 60여 개 지점을 모두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선 성수점을 시작으로 삼청동, 역삼동, 압구정동, 한남동에 차례로 매장을 열었다.

블루보틀 커피 관계자는 "'맛있는 커피로 세상을 연결한다'는 블루보틀의 철학을 바탕으로 따뜻한 응대,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 맛있는 커피를 제공하는 데 꾸준히 노력함으로써 국내 소비자들에게 인정받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며 "빠른 시일 내에 신규 카페를 추가로 오픈해 시장 확대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장유미 기자]
[사진=장유미 기자]

그러나 블루보틀은 한국 진출 초기에 비해 최근 소비자들의 관심을 많이 받지 못하는 분위기다.

블루보틀은 지난해 국내 1호점을 처음 오픈할 당시만 해도 커피 맛을 보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어 진풍경을 이뤘다. 미국에 비해 국내 매장에서 판매되는 음료 가격이 더 비싸다는 논란이 있었음에도 오픈 첫 날에는 '블루보틀' 커피를 먼저 맛보려는 이들로 수백명의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하지만 블루보틀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은 1년 만에 많이 줄어든 모습이다. 지난 15일 점심 시간 때 찾은 '블루보틀 한남점'은 매장 내 테이블 곳곳이 비어 있었고 음료도 줄을 서지 않고 바로 주문이 가능했다. 오픈 초기에 긴 줄을 서야 음료를 마실 수 있었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1호점인 성수점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블루보틀 성수점 인근에서 근무하는 한 직장인은 "블루보틀이 성수동에 첫 매장을 열었을 땐 호기심에 1~2번 갔지만, 맛이나 가격이 매력적이지 않아 발길을 끊었다"며 "블루보틀 매장 인근에 있는 스타벅스를 가거나 동네 커피숍을 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고객은 "블루보틀은 가끔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리기 위해 방문하고 있다"며 "커피 맛은 솔직히 가격에 비해 맛있는 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방문한 블루보틀 한남점 [사진=장유미 기자]
지난 15일 방문한 블루보틀 한남점 [사진=장유미 기자]

'블루보틀'에 대해 이 같은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국내 소비자들이 이미 '스타벅스' 커피 맛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블루보틀'만의 은은한 산미와 단맛이 강조된 커피 음료들이 특유의 탄맛을 기반으로 한 '스타벅스' 커피보다 구수한 맛이 덜한 영향이 컸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커피 시장이 성장하면서 산미, 향 등이 풍부한 스페셜티 커피 문화가 확산되고 있지만, 소비자들 대다수는 고소한 커피 맛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다"며 "엔제리너스가 한 때 맛없는 커피라고 인식될 때도 산미가 강한 원두를 썼던 것이 요인이었던 만큼, 산미가 강한 편인 블루보틀 커피도 대중화 되기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블루보틀의 파급력이 생각보다 크지는 않은 듯 하다"며 "빠른 시간에 나오는 아메리카노로 대변되는 국내 커피 시장에서 시간이 오래 걸리는 핸드 드립 커피를 앞세운 블루보틀이 입지를 잘 구축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블루보틀' 매장에선 시그니처라고 할 수 있는 핸드드립 바를 이용하는 고객보다 아메리카노, 라떼를 찾는 고객들이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비슷한 시기에 국내에 들어온 이탈리아 에스프레소 전문점 '타짜도로'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커피 문화가 다양한 형태로 발전되고 있지만 국내 소비자들이 아메리카노를 선호하는 경향이 짙어 입맛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며 "블루보틀에 대한 호기심도 초기보다 많이 사라진 만큼 블루보틀이 국내에서 사업을 지속시키기 위한 방안 마련에 좀 더 고민할 필요가 보인다"고 밝혔다.

블루보틀 삼청 카페 외관 [사진=블루보틀커피코리아]
블루보틀 삼청 카페 외관 [사진=블루보틀커피코리아]

하지만 업계는 '블루보틀'이 국내 시장에 진입하면서 '스페셜티 커피' 시장을 확대하고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어올렸다는 점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블루보틀'의 한국 진출 이후 개인 커피 전문점들이 활성화 됐을 뿐만 아니라 '커피 리브레', '프릳츠 커피 컴퍼니', '펠트커피' 등 국내 커피업체들의 성장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블루보틀의 국내 시장 진입은 해외에서 한국 커피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 준 좋은 예"라며 "개인 커피 전문점들에게 인테리어, 메뉴 구성 등에 대한 영감을 제공해주며 국내 스페셜티 커피 시장 발전에 어느 정도 기여했다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블루보틀이 그 동안 한국 시장에선 지역과의 연대를 강조한 활동들을 활발하게 하지 못해 예상보다 주목받지 못했지만 브랜드력이 좋아 성장 가능성은 높은 듯 하다"며 "앞으로는 블루보틀을 경험한 고객들에게 또 다른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새로운 콘텐츠를 선보여 관심을 지속시키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블루보틀 관계자는 "(한국 진출 후) 국내에서도 커피를 하나의 문화로 즐기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고 스페셜티 커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보람을 느낀다"며 "앞으로도 특정 고객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어떤 고객이든지 맞춤형 커피를 제공해 가장 맛있는 커피를 선보이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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