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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마이너스요? 그런데 우리집 근처 기름값은 왜?"


휘발유 가격 가운데 65% 유류세 차지, 유가 비중 10% 불과

[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국제유가가 사상 최초로 마이너스까지 폭락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원유 수요가 급감한 가운데 원유시장의 선물 만기가 겹친 탓이다. 그럼에도 국내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21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지난 20일(현지 시각) 마이너스 37.63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17일 종가 18.27달러에서 무려 55.90달러(305%)가 폭락한 것이다. 국제유가가 마이너스로 떨어진 것은 1983년 뉴욕상업거래소가 원유를 거래한 이후 처음이다.

[그래픽=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
[그래픽=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

국제유가가 마이너스로 떨어진 것은 돈을 얹어줘야만 원유 판매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OPEC 비회원 산유국 연합체인 OPEC+의 감산 합의에도 코로나19 사태로 원유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원유시장의 선물 만기도 겹쳤다. 5월물 WTI 만기일(21일)을 앞두고 선물 투자자들은 5월물 원유를 인수하기보다는 대부분 6월물로 갈아타는 롤오버를 택했다. 5월 물량을 팔고 6월 물량을 사들이면서 가격이 왜곡됐다는 것이다.

반면, 국내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거래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인 오피넷에 따르면 전날 전국 휘발유 평균가격은 1천307.26원을 기록했다. 경유는 1천117.33원이었다. 올해 1월2일(휘발유 1천560.36원, 경유 1천392.26원)과 비교해 16~19% 하락에 그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비자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 관계자는 "1~2월 국제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53.79원 인하할 때 주유소는 리터당 20.18원 인하해 결국 33.61원 더 적게 인하했다"며 "정부는 석유제품 가격이 소비자의 가계에 많은 영향을 미치므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정유업계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한국은 원유 시장이 아닌 국제석유제품 시장, 즉 원유를 재생산한 제품을 거래하는 시장에 속해 있다. 이 때문에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은 유가가 아닌 국제석유제품 현물 거래시장에서 정해진다.

아울러 우리나라만의 높은 유류세 역시 이같은 차이를 불러일으킨다. 휘발유와 경유 소비자 가격은 ▲정유사 공급가격 ▲유류세 ▲유통비용 ▲마진(주유소) 등이 합쳐져 결정된다. 전체 휘발유 가격에서 유류세 비중이 무려 65%인 반면, 원유가격은 10%에 불과하다.

즉, 유가가 하락해도 변동없는 유류세와 유통비용, 마진 탓에 가격인하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심지어 우리나라의 휘발유 가격이 셰일오일 산유국인 미국을 제외하고 선진국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지난주 휘발유 가격은 1천335.3원으로 OECD 휘발유 평균가격(1천488.01원)보다 낮았다.

이 밖에도 원유 시장에서 가격 하락 등 요인이 발생한 뒤 정유사와 주유소 등까지 실제 변동 요인이 영향을 미치는 데 유통기간상 최소 2~3주가 걸린다는 특성이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름값 65%가 유류세로 빠져나가다보니 정유업계가 기름값을 통제할 부문이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이영웅 기자 her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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