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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중대형 하이브리드 SUV에 도전한 '쏘렌토'…하루 만에 계약중단


중대형 SUV·터보엔진 탑재…하이브리드로 연비 높이기 어려워

[아이뉴스24 황금빛 기자] 기아자동차가 국산차 가운데 처음으로 중대형 하이브리드 SUV인 '쏘렌토'를 내놓고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하려고 했지만 사전계약 접수 하루 만에 중단했다. 정부의 친환경차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서인데, 차체 크기가 크고 터보엔진을 탑재한 차량에 하이브리드를 적용해 연비를 높이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차는 지난 19일 4세대 쏘렌토 하이브리드 모델을 '국산 최초의 중대형 하이브리드 SUV'라고 명명하며 내달 출시를 알렸다. 지난 20일부터는 사전계약에도 돌입했다.

기아차는 스마트스트림 터보 하이브리드 엔진을 장착한 신형 쏘렌토 가솔린 터보 하이브리드 모델이 강력한 시스템 출력을 바탕으로 뛰어난 가속력과 동급 최고 연비를 동시에 구현한다고 설명했다. 기아차는 신형 쏘렌토를 가솔린 터보 하이브리드와 디젤 등 2개 모델로 출시할 예정이다.

기아차가 국산 최초의 중대형 하이브리드 SUV라고 강조한 이유는 국산 SUV 가운데 하이브리드 모델이 소형밖에 없어서다. 현재 현대자동차의 코나, 기아차의 니로가 하이브리드 모델을 갖고 있는 국산 소형 SUV다.

하지만 준중형부터 대형 SUV까지는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모델을 갖고 있는 브랜드 가운데 국산이 없다. 준중형으로는 토요타 라브4, 렉서스 UX 등이 있고 중형은 렉서스 NX, 닛산 무라노, 메르세데스-벤츠 GLC클래스, 볼보 XC60 등이 있다. 준대형은 볼보 XC90,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스포츠 등이 존재한다. 랜드로버는 대형 SUV에서도 하이브리드 모델을 갖고 있다.

실제로 소비자들이 신형 쏘렌토 출시에 큰 관심을 보인 것도 국산 최초의 중대형 하이브리드 SUV라는 점 때문이었다. 차종 가운데 SUV, 친환경차 동력원 가운데 하이브리드는 한국 시장에서 소비자들에게 인기 있는 요소다.

국내 시장에서 SUV의 인기는 뜨겁다. 특히 최근에는 현대차의 팰리세이드 등 SUV의 인기가 대형으로 옮겨가고 있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의 지난해 국산 승용차 차급별 내수 비중 추이를 보면 SUV와 CDV 등 RV 차종이 승용차 판매량의 약 50%를 차지했다. 이는 2017년 42.0%, 2018년 46.5%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한 수치다. CDV 차종으로는 기아차 카렌스·카니발 등 승합용 미니밴이 포함된다.

친환경차 가운데는 하이브리드가 인기다. 지난해 친환경차 차종별 내수 현황을 보면 하이브리드는 전년동기대비 11.0% 증가한 9만8천810대 판매되며 1위를 기록했다. 점유율로 따지면 70.4%다. 같은 기간 플러그인하이브리드도 5천255대 판매되며 전년동기대비 23.8% 늘었다. 하이브리드의 인기가 높은 것은 기술적인 측면에서 안정적인 단계에 들어선 데다 연비가 높고, 엔진과 전기모터로 구동되기 때문에 전기차와 수소전기차에 비해 진입장벽이 낮아서다.

김필수 대림대학 자동차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SUV는 세단에 비해 굉장히 무겁고 특히 중대형은 더 무거워 하이브리드를 적용했을 때 연비가 그렇게 좋아지지 않으니까 완성차업체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모델이다"며 "현대기아차가 하이브리드 기술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고 이 같은 이유로 굳이 중대형 SUV에 하이브리드를 적용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가, 중대형 SUV 인기가 높아지다 보니 적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기아차 주력 차종인 쏘렌토 자체도 2002년 처음 출시 이후 국내외에서 누적 300만 대 이상 팔린 베스트셀링 모델이다. 이러한 이유로 신형 쏘렌토 하이브리드 모델은 소비자들의 관심이 집중돼 왔다. 이를 증명하듯 신형 쏘렌토 사전계약을 시작한 첫 날에만 1만8천800대가 계약됐는데 그 가운데 약 70%는 하이브리드 모델에 몰린 것으로 전해진다.

기아자동차 신형 쏘렌토. [사진=기아자동차]
기아자동차 신형 쏘렌토. [사진=기아자동차]

그런데 기아차가 사전계약을 시작한 지 하루 만인 지난 21일 하이브리드 모델에 대한 사전계약을 중단했다. 기아차는 "정부의 에너지 소비효율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친환경차 세제 혜택 대상에 포함되지 못했다"며 "기존 공지된 쏘렌토 하이브리드 모델 사전계약 가격이 변동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산업부의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요건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배기량 1천cc~1천600cc 미만 휘발유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에너지소비효율 기준은 15.8km/ℓ다. 그런데 배기량 1천598cc인 신형 쏘렌토의 연비는 15.3km/ℓ다.

이에 기준치를 충족하지 못해 정부의 세제혜택 대상에서 제외돼 기존 가격에서의 인상이 불가피해졌다. 원래 사전계약을 시작하면서 확정될 예정이었던 하이브리드 모델 가격은 트림별로 ▲프레스티지 3천520만 원 ~ 3천550만 원 ▲노블레스 3천800만 원 ~ 3천830만 원 ▲시그니처 4천70만 원 ~ 4천100만 원이다. 이는 친환경차 세제 혜택 대상이 돼 개별소비세, 교육세, 부가가치세 등을 통한 할인을 받을 것을 상정하고 실제 가격보다 낮게 책정한 것이다.

애초에 '터보엔진'과 '하이브리드'라는 것도 양립하기 힘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필수 교수는 "터보엔진은 가속력 즉 운전자의 운전특성을 다이내믹하게 만든다는 의미고, 하이브리드는 연비를 높여주고 배출가스를 적게 만드는 친환경이다"며 "같이 적용하면 연비를 깎아먹을 수밖에 없다"고 얘기했다.

이어 김 교수는 "친환경차 인증을 최종적으로 받은 다음에 사전계약을 진행했어야 했는데 마음이 급했던 것 같다"며 "친환경차 인증을 받아서 혜택을 받아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면 하이브리드로서의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후속 조치가 문제인데 그대로 팔 수도 없고 재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또 올해 5월 출시 예정인 현대차의 중형 SUV 싼타페에 적용되는 하이브리드 모델의 경우에도 상당히 고민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기아차는 "기존 공지된 쏘렌토 하이브리드 모델의 사전계약 가격은 변동될 예정이다"며 "쏘렌토 하이브리드 사전계약 고객 여러분들께는 별도의 보상안을 마련해 개별 연락드릴 계획이다"고 밝혔다. 신형 쏘렌토 하이브리드 모델에 대한 계약 재개 시점도 추후 공지할 예정이다.

황금빛 기자 gol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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