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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U 학생들이 정통부 앞에서 시위한 까닭


예정보다 45분이나 늦은 5일 오전 10시45분. 서울 광화문 정보통신부 건물 앞에 도착한 버스 3대에서 100명의 대학생들이 내렸다. 고등학교 시절 성적이 빼어나야 진학할 수 있다는 한국정보통신대학교(ICU) 재학생들.

펜 대신 시위피켓을 든 이들은 정보통신부를 향해 목청껏 "ICU를 외면하지 말라"고 소리쳤다. 교환학생과 휴학생을 뺀 300명 가량의 재학생 가운데 3분의 1일이 이날 시위에 동참했다. 이미 280명 이상이 자퇴서와 총장사퇴 결의서에 사인해 놓았을 정도로 이들의 눈빛에선 비장감이 감돈다. 시위 현장 옆에서 이들을 지켜보는 부모의 얼굴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가득했다.

ICU 학생총회 대표 곽승훈 학생은 "ICU는 정통부가 국가발전에 이바지할 IT 리더를 육성하기 위해 만든 대학교라는 그 명예 하나만으로 우수한 학생을 유치할 수 있었다"며 "정통부 장관이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나는 등 ICU와의 관계에 종지부를 찍으려 하는 것은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ICU는 지난 98년 IT 리더 육성을 위해 정통부 주도로 세워졌다. 하지만 사립대학에 정부기금을 제공하고, 정부부처의 장관이 이사장을 맡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감사원의 지적을 받았다. 지원금을 교부하는 정부부처의 수장이 지원금을 받아쓰는 이상한 모양의 운영방식이 문제였다. 국회에서도 이사장 사퇴를 요구했다. 결국 당시 노준형 정통부 장관은 이사장에서 물러났다.

뿐만 아니라 내년도 편성된 운영비 지원예산은 0원. 작년엔 75억원의 운영경비 지원을 받았지만 국회 등의 지적에 따라 사립대학에 대한 정부자금 지원의 길이 막혔다. 결국 설립 10년도 안된 ICU는 이제 완전 자립이냐, KAIST와 통합이냐를 두고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놓인 셈이다.

유영환 정통부 장관은 지난 8월 청문회에서 "최선은 아니더라도 KAIST와 통합이 ICU를 위해 가능한 대안이라고 본다. 통합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통부 실무자는 "KAIST의 정보통신 부문과 ICU를 합쳐 새 캠퍼스를 건립하는 등 ICU와 통합에 정통부는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으며, KAIST 측에선 통합에 찬성하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운영경비 예산조차 따내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말해주듯 통합까지 과정이 그리 녹록치 않아 보인다.

시급히 해결해야 할 내부문제도 존재한다. ICU 내에서도 허운나 총장과 보직교수, 경영학부 등은 자립을 주장한다. 이 외 구성원 대부분은 KAIST와 통합에 찬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ICU 관계자는 "허 총장 등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립을 통한 우수 IT 인력양성이 통합보다 낫다는 판단을 한다"며 "반면 다른 구성원들은 현실적으로 KAIST와 통합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처음 통합에 적극 반대했던 학생들도 자립에 대한 학교 측의 비전이 비현실적이라 판단, 통합하는 쪽으로 돌아서며 구성원들간 갈등은 깊어만 가고 있다.

오는 8일 ICU는 이사회를 열고 새 이사장 선출 및 이사선임을 결정할 예정이다. 황주명 이사가 새 이사장으로 선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정통부 설정선 정보통신정책본부장과 김창곤 한국정보사회진흥원장 등이 이사진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학생은 "어젠 학교에서 시위했구요, 오늘 정통부, 월요일은 이사회장 앞에서 우리의 목소리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 부모는 "공부 잘 하던 아이가 학교 걱정에 밤잠 설치는 모습을 더 이상 안 보고 싶다"고 말했다.

강호성기자 chaosi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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