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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카드' 쥔 김용철 변호사의 선택은?


삼성 비자금 의혹, 새로운 국면으로

'마지막 카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깊은 고뇌에 빠질 수 밖에 없다.'

이 말이 지금 가장 피부로 와 닿는 사람은 삼성 비자금 의혹을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인 듯 하다. 삼성이 검찰에 고발당하면서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였으나 검찰이 수사에 난색을 표하면서 김 변호사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일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은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등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삼성 비자금 의혹 사건은 또 다른 국면을 맞고 있다.

고발장이 접수됐으니 검찰은 수사에 나설 수 밖에 없다는 여론이 설득력을 얻었다. 그러나 고발장이 접수되자 마자 검찰은 "수사의 공정성을 위해 '떡값 리스트'를 제출받아야 수사를 할 수 있다"고 한발 물러섰다.

김용철 변호사가 제기한 검찰내 '삼성 장학생(삼성으로부터 떡값을 받은 검사)'이 있다고 하니 그 리스트를 받고 나서야 공정한 수사를 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고발장을 제출한 참여연대측은 즉각 반발했다. '수사할 수 없다'는 검찰의 말은 스스로 조직내에 '삼성 장학생'이 있음을 시인하는 꼴이라고 공격했다. 그러지 않고서야 고발장이 접수된 마당에 왜 수사를 하지 않느냐는 비판이다.

수사를 진행하게 되면 김용철 변호사가 당연히 수사를 받을 것이고 그 과정에서 '떡값 리스트'며 ▲삼성의 불법 비자금 ▲삼성그룹 승계 문제 ▲에버랜드 증언과 증인 조작 등의 사건들이 수사대상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마지막 카드(삼성 비자금과 관련된 각종 문건)'를 가지고 있는 김용철 변호사의 고뇌는 깊을 수 밖에 없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사제단)측은 "김용철 변호사와 관련해 아직 어떤 기자회견이나 일정이 잡힌 것은 없다"고 밝혔다.

김용철 변호사가 깊은 고민에 빠져 있음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김 변호사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가장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마지막 카드'를 들고 검찰에 직접 나서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는 여의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변호사 스스로 검찰내 '삼성 장학생'이 있다고 밝힌 마당에 '섶을 지고 불속으로 뛰어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지난 4일 기자회견에서 "현직 검찰 고위간부도 삼성 로비의 대상이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니 먼저 나서 검찰에 나서는 일은 가능성이 적어 보인다.

수사의 구체적 방법에 대해서도 아직 명확한 선이 보이지 않고 있다.

사제단 김인국 신부가 당시 "진정한 수사는 검찰 내외부의 통제에서 벗어난 독립적 수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위급 검찰 인사가 삼성 로비의 대상이었고 아직도 현직에 있는 만큼 공정한 수사를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 부분이다.

그렇다면 사제단측은 현재 정치권 등에서 주장하고 있는 특별검사제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일까.

그렇지 만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제단측은 "범대위가 구성되고 이들이 고소·고발을 하게 되면 수사가 시작되지 않겠느냐"고 기자회견에서 밝힌 바 있다. 참여연대가 고발했으니 사제단의 기본 생각이 맞아 떨어지고 있다.

특별검사제는 관련 특별법을 만들고 국회를 통과한뒤 대한변호사협회가 특별검사를 요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과정을 거친다. 대통령이 특별검사를 임명하면 특별검사는 수사진을 구성해 본격적으로 수사에 나서게 된다.

그동안 '옷 로비 사건','대북송금 사건' 등에 특별검사제가 도입된 바 있다.

이는 시간을 요구한다. 특히 대통령 선거 국면과 맞물리면서 삼성 비자금 의혹의 핵심을 벗어나 정치적 이슈와 맞물리면서 또 다른 국면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점을 시민단체들은 우려하고 있다.

참여연대의 한 관계자는 "삼성 비자금 의혹은 문제가 제기된 만큼 즉각 수사에 나서야 한다"며 "특별검사제는 그 과정상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는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검찰청에 특별수사팀을 만들고...이른바 젊은 검사들이 있지 않은가"라며 "그들이 수사에 나서면 공정한 수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별검사제는 정치적 이슈에 파묻혀 자칫 논점을 흐릴 가능성이 있다고 참여연대측은 강조했다.

김 변호사의 고민이 여기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 카드를 언제쯤 꺼낼 지를 사제단측과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카드는 '최후의 보루'로 김 변호사에 있어서 이번 문제를 제기한 정당성을 입증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사제단측이 지난 4일 "문건공개는 최후에!"라고 강조한 부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참여연대는 검찰의 '이 정도로는 수사할 수 없다'는 입장에 대해 7일 항의 기자회견과 시위를 대검찰청 앞에서 할 예정이다. 참여연대 김민영 사무처장은 "대검찰청에 항의 시위를 할 것"라며 "검찰 스스로 삼성에 대한 수사를 하고 싶지 않다고 자인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삼성 비자금 의혹 사건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특별취재팀 s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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