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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정부 인증체계 '엉망'...관련 법제도 혼선


 

참여정부가 야심차게 추진중인 전자정부 서비스의 기반이 되는 인증체계가 엉망이다.

정통부, 산자부, 법무부 등 관계 부처들이 인증에 관한 법제도를 두고 논란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비대면인 인터넷으로 민원서류를 안전하게 발급받고 법적으로 효력을 인정받으려면, 국가 차원의 단일화된 전자서명 인증체계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민원인은 하나 뿐인 오프라인 인감도장과 달리, 여러 개의 전자인감(전자서명인증)을 가져야 한다. 조달청 전자입찰용으로 하나, 법원등기 신청용으로 또 하나 등 용도마다 각기 다른 전자인감을 가져야 하는 것.

정보화가 오히려 민원인의 불편함을 야기하는 단적인 사례다.

법무부의 상업등기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상업등기 전자인증'이 추진될 경우 이같은 일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산자부의 전자거래기본법 개정(안)이 늦어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이 법에는 전자문서에 대한 공증 개념을 주는 '공인전자문서보관소' 설치가 들어가 있다. 전자서명이 첨부되지 않은 경우라도 별도의 양식에 맞으면 문서로 인증해주는 것.

전자서명이 전자 문서내용이 위변조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 주는 것이라면, '공인전자문서보관소'는 전자 문서 자체에 법적 효력을 인정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전자거래기본법 개정안은 현재 국무회의에서 표류되고 있다. 유관부처인 정통부가 '업무 중첩'을 이유로 이견을 제시했기 때문.

정통부는 전자서명법상 시점관리서비스를 제공하는 공인인증기관에 '공인전자문서보관소'를 설치하는 게 맞다고 보고 있다.

전자서명이 없는 전자 문서에 대한 인증도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하루 빨리 이 문제에 대한 교통정리가 이뤄져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종이문서를 없애려는 전자정부의 철학이 제대로 구현되기 어렵다.

◆상업등기법의 전자인증 제도는 명백한 중복투자

법무부가 발의한 상업등기법(안)에 따르면 기업이 법인등기정보와 인감정보를 활용하려면 추가로 전자인감(상업등기 전자인증)을 받아야 한다.

쓰고 있는 법인용 전자서명 공인인증서 외에 별도의 전자인감을 갖기 위해 상업등기소를 방문해야 하는 것.

법무부는 "기존 전자서명법상의 공인인증서로는 법인의 존재, 대표권한의 존재 등을 확인할 수 없어 상업등기 전자인증을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현행 공인인증서가 기업의 파산정보 등을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받지 못하는 건 사실이다. 전자서명을 한 사람이 법원등기부에 기재된 임원임을 알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또하나의 전자도장(상업등기 전자인증)을 가져야 하는 걸까.

그렇지 않다. 전국 상업등기소에서 관장하고 있는 법인등기정보와 인감정보를 전자서명법상의 공인인증기관이나 최상위인증기관(한국정보보호진흥원)과 연계하면 된다.

전자입찰 때 기존 전자도장(공인인증서)을 이용하도록 한 조달청처럼, 법무부와 대법원이 상업등기법에서 공인인증서를 받아들이면 되는 것이다.

◆'공인전자문서보관소는 다르다'...추진주체는 논란

산자부가 추진중인 전자거래기본법 개정안에 명시돼 있는 '공인전자문서보관소'는 공인인증서와는 다른 개념이다.

전자서명 공인인증서가 '전자문서 내용이 위변조 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준다면, '공인전자문서보관소'는 '전자문서 양식이 공인된 양식에 맞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것이다. 한마디로 전자공증인 셈.

특히 전자서명이 첨부되지 않은 전자문서의 경우도 공인전자문서보관소에서는 인증해줘야 하는 의무가 있다.

외국에서도 업사이드소프트웨어(www.upsidesoftware.com)나 일렉트로비즈니스(www.electrobusiness.com)같은 전문업체가 출현해서 기업 및 개인간 전자문서 교환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선 누굴 중심으로 추진돼야 할까.

정통부는 '전자서명법상 공인인증기관의 몫'이라고 보고 있다. 반면, 산자부는 별도의 센터를 만드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인인증기관에서 하는 것이 효율적이지만, 통신망 인프라를 갖고 있는 KT만 포털 사업을 하지는 않듯이 별도 센터를 만드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무위와 국무회의에서 논의중

상업등기 전자인증 개념이 들어있는 상업등기법(안)의 경우 중복추진에 대한 문제제기가 일자, 법무부는 실무위원회를 구성키로 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전자서명법상 공인인증체계와 중복 논란이 제기되면서) 현재 학계 2명, 변호사, 검찰, 정통부, 한국정보보호진흥원 등 각계 전문가 6인으로 구성된 실무위를 구성해서 논의하기로 했다"며 "2주에 한번 논의를 한다고 해도 법안심의가 끝나려면 10월 정기국회 때까지는 결론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상업등기법의 경우 내년 임시국회 때 그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공인전자문서보관소' 개념이 들어가 있는 전자거래기본법 개정안의 경우 산자부가 국무회의에 의뢰함으로써 법안 심의가 진행중이다.

산자부 관계자는 "산자부에서 법안 설명을 하고, 정통부가 이견을 제시했을 뿐 국무회의에서 본격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본의 사례에서 배우자

전자정부의 기반이 되는 인증체계가 이처럼 혼란에 빠진 것은 처음 전자서명법을 만들었던 정통부의 잘못이 크다.

정통부는 전자서명법을 만들면서, 이후 일어날 전자정부 서비스 인증체계와 어떻게 연계할지 고민하지 않았다. 그저 인증서를 많이 보급하면 된다는 생각에 머물렀던 것.

이는 총무성을 중심으로 각 부처 인증체계를 가져가고, 정부는 공공섹터(공무원용 전자관인, 대국민서비스용 인증서)만 개입하는 일본과 다르다.

일본의 경우 공무원은 공무용 인증서와 대국민서비스용 인증서 2개를 갖고, 민간인은 전자정부용 인증서를 공인인증기관(민간업체)으로부터 교부받게 돼 있다.

또 각부처 인증서비스와 관련, 최상위 인증기관 아래에 서로 병렬 연결(브리지CA)함으로써 부처간 갈등의 소지를 없앴다.

한 공인인증기관 관계자는 "전자정부 로드맵에 보면 전자선거, 전자투표를 한다고 돼 있는데, 이것이 되려면 전자정부 인증체계에 대한 정비가 우선돼야 한다"며 "지금이라도 정통부는 관계부처와 협의해서 전자서명법을 개정하고, 인증체계에 대한 일관성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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