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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M, 언제까지 찬밥인가"...CDMA편애 속 GSM 정책지원 '사각지대'


 

"CDMA로는 부족하다. GSM도 키워야 한다."

'CDMA 신화'가 넘쳐 흐르는 우리나라. 그러나 국내에서 생산되는 휴대폰중 가장 많은 기술방식은 GSM(유럽형이동전화)이다. GSM 휴대폰은 국내에선 사용할 수 없는데도 생산량이 가장 많다. 전량 수출된다는 뜻이다. 수출 기여도에선 GSM이 CDMA를 앞선다.

CDMA는 10여년 전 미국 퀄컴의 원천기술을 기반으로 천문학적인 연구비를 쏟아부으며 국책사업으로 개발하고, 개발된 기술을 정부가 국가표준으로 지정, 이동통신사업자들이 채택하게 하고, 완성도가 떨어지는 상태에서 정부가 '국민을 대상으로 실험한다'는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상용화를 결행했고, 그 결과 성공신화를 창출했다.

즉, 국민의 희생 위에 정부와 산업계, 연구계가 총동원되다시피 하여 만들어낸 국력결집의 산물이었다.

기술방식 치곤 엄청난 특혜를 받은 셈이다.

반면, GSM은 처음부터 정부의 철저한 외면 속에 한국 휴대폰산업에 뿌리를 내려 왔다.

순전히 개별기업이 스스로 판단하여 GSM사업에 진출하고, 스스로 개발, 시험, 시장개척을 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면서도 오늘날 GSM은 국내 생산량에서 CDMA를 추월했고, CDMA보다 높은 수출기여도를 보이고 있다. 정부의 무관심과 지원의 사각지대 속에서도 어느덧 수출전략 상품으로 훌쩍 커버린 것이다.

이와 관련,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정부가 GSM을 재인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지난해 말 이후 갈수록 휴대폰 수출이 감소 추세가 뚜렷해지고, 중견 휴대폰 메이커들이 줄줄이 도산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더구나 경기침체에 보조금 금지정책까지 맞물려 휴대폰시장은 '냉각' 그 자체다.

이런 상황에서 '휴대폰 강국'의 지위를 지켜내고, 휴대폰산업이 회생할 수 있는 성장의 동력을 마련하는데 'GSM 육성책'은 매우 긴요하다는 것이다.

기존 CDMA 엔진에 더해 GSM 엔진까지 가동하는 '쌍발전략'이 시급하다고 업계는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인정받지 못하는 '효자' GSM

국내 단말기 산업 현황을 살펴봐도 GSM 육성정책의 타당성을 뒷받침 해주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 생산된 단말기 대수는 총 1억1천200만대(TDMA 108만대)로 세계 단말기 생산의 26.8%를 차지했다.

이중 CDMA 단말기가 4천340만여대(9조6천798억원)인데 반해 GSM 단말기는 6천724만여대(9조3천887억원)로 GSM이 수량 면에서 앞선다.

물론 마산 수출전용공단에 위치한 노키아 TMC의 GSM 생산물량(약 3천200만대)이 포함돼 있지만 GSM은 CDMA에 버금가는 수출 효자 상품이다.

전 세계 기술(서비스방식)별로 보면 CDMA 방식을 채택한 우리 나라를 비롯한 동남아국가와 미국 등을 제외하면 유럽을 포함한 대부분 지역이 GSM 방식의 서비스를 채택하고 있으며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과 미국 등은 2가지 방식을 함께 채택하고 있다.

GSM 어쏘시에이트와 CDG의 자료에 따르면 CDMA는 2002년12월 말 현재 전세계에서 32개국, 1억4천200만명이 사용하는 방식이다.

반면, GSM은 전세계 169개국에서 약 7억8천700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시장 비율로만 보면 8.5대1.5 정도로 GSM이 압도적으로 우세하다.

신흥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는 중동지역 및 아프리카 시장 역시, GSM 단말기 시장의 주 무대가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세계 3, 5위에 각각 등극한 삼성전자, LG전자를 비롯해 GSM 대가인 맥슨텔레콤이 이미 90년대 초반부터 CDMA와 GSM이라는 양수겸장(兩手兼將) 전략으로 우리나라를 휴대폰 입국(立國)으로 키워왔다는 점도 우리가 GSM를 소홀히 할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실례로 지난 1분기 동안 1천320만대의 휴대폰을 판매해 3조400억원을 벌어들인 삼성전자의 경우 GSM과 CDMA, TDMA 비중은 각각 52%, 45%, 3% 순으로 GSM 휴대폰 판매가 아직도 절반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올 들어 유럽 및 동유럽을 중심으로 GSM 시장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는 LG전자도 1분기 총 560만대 판매물량 중 CDMA는 450만대, GSM는 110만대로 GSM 분야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 87년 GSM 단말기 사업을 시작한 맥슨텔레콤은 올해 약 300만대에 달하는 GSM 단말기를 수출한다는 목표를 세워 놓고 있다.

최근에는 팬택, 텔슨전자, 어필텔레콤 등 중견 휴대폰 업체들까지 한계점에 도달한 CDMA에서 벗어나 GSM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GSM 육성정책 전무한 현실

그러나 현실을 직시하고 뛰고 있는 업체와는 달리 정부의 GSM 육성 정책은 사실상 전무하다.

정부 중심의 기술개발지원 센터나 단말기 테스트 베드 등 GSM 산업을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못하다.

GSM 단말기 생산만 16년째 해 오고 있는 맥슨텔레콤의 한 관계자는 "CDMA의 경우 그동안 정부 연구기관이나 관련 부처에서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으며 기술개발이나 지원책을 펴고 있지만 GSM의 경우 개별 기업이 알아서 하라는 식"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GSM 분야에서만 십 수년째 한 우물만 파고 있는 우리도 신기술 적용과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개발하는 일이 만만치 않은데 후발업체들은 오죽하겠느냐"고 말했다.

최근 GSM 사업에 주력하고 있는 한 후발업체 관계자는 "올 초부터 중국 CDMA 시장이 갑자기 악화되자 국내 업체들이 모두 위기를 느꼈다. 중국에서 교훈을 얻은 이후 GSM에 대한 전략적 투자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며 "그러나 몇몇 선발 업체들을 제외하면 고기능의 GSM 단말기 개발이 쉽지는 않은 형편"이라고 전했다.

이밖에 GSM 시장 및 신기술 정보, GSM 단말기 개발인력 부족은 물론 GSM 관련 특허 라이선스 문제 등은 아직도 개별 업체들이 안고 있는 난제다.

현재 휴대폰 업계는 GSM 부문에 대한 정부의 체계적인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지만 'CDMA 편애' 정책에 말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중소업체들의 경우 GSM 기술 개발을 위한 자금 지원을 절실히 원하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 전문가는 "최근 CDMA에 이어 GSM에까지 진출하려는 업체들은 그야말로 생존을 위한 불굴의 투지를 보이고 있다"며 "국내 업체들이 GSM 부문에서는 아직 짧은 경험을 갖고 있는 만큼 정부의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정진호기자 jhju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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