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삼성과 갈등 왜?…"플랫폼은 안돼"


구글식 개방의 한계…안드로이드도 제약조건 많아

[김익현기자] 흔히 구글은 ‘개방의 대명사’로 통한다. ‘열린 구글’과 ‘닫힌 애플’이란 등식도 그럴 듯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무료 제공하면서 이런 이미지는 더 강하게 굳었다.

하지만 구글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개방적인 업체는 못된다. 구글 역시 애플과 마찬가지로 ‘구글 플랫폼 내에서의 개방’을 지향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자신들의 플랫폼에 도전할 경우엔 강하게 반발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 매체 인포메이션이 17일(현지 시간) 보도한 구글과 삼성 간의 갈등 소식 역시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보도 내용은 간단하다. 래리 페이지 구글 최고경영자(CEO)가 삼성이 스마트 시계 플랫폼으로 타이젠을 밀고 있는 것을 달갑지 않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페이지 CEO는 또 삼성이 자체 앱 개발을 강화하는 것에 대해서도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대로라면 삼성이 플랫폼 영역에 발을 들여놓으려는 것에 대해 구글이 강하게 제동을 걸고 나섰다고 봐야 한다.

◆지난 2월 안드로이드 계약문건 공개되면서 한바탕 소동

구글의 이 같은 행보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개방 플랫폼 대표주자로 알려져 있는 안드로이드를 살펴봐도 이런 한계는 분명하게 드러난다. 구글은 단말기 업체들이 안드로이드란 상표권을 이용하는 대가로 상당히 많은 제약 조건을 요구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올 초 구글이 삼성, HTC 등과 체결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판매협약(MADA)’ 문건이 공개되면서 널리 알려졌다. 당시 공개된 문건은 ‘안드로이드는 오픈 생태계’란 주장이 사실과 큰 차이가 있다는 걸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안드로이드 계약 문건은 구글과 오라클 간 자바 특허전쟁 와중에 공개됐다. 당시 공개된 문건에 따르면 구글은 삼성과 HTC 등에 자사 주요 앱을 사전 탑재하도록 요구했다. 당연히 기본 검색엔진은 구글 제품을 쓰도록 돼 있다.

특히 구글은 자사 앱스토어인 구글 플레이와 검색 앱은 홈 화면에 바로 표출하도록 했다. 또 스마트폰 화면을 넘길 때마다 기본적으로 구글 앱이 하나씩은 보이도록 하라는 요구도 포함돼 있다.

이 때문에 마이크로소프트(MS)를 비롯한 구글 경쟁사들은 모바일 전쟁에서 불리한 상황에 놓일 수 밖에 없었다.

당시 계약서를 공개한 하버드대학 에델만 교수는 구글 정책에 대해 “경쟁사 제품을 배제하는 정책이 미친 영향은 좀 더 살펴봐야 한다”고 전제하면서도 “하지만 그 정책 덕분에 (새로운 서비스) 성공 확률이 높아진 것만은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에델만 교수는 이 같은 사례 중 하나로 결제 서비스인 구글 체크아웃을 곱았다. 그는 구글이 체크아웃을 이용하는 애드워즈 광고주들에게만 특별 로고를 부여하는 대신 모든 결제 대행 업체들에 똑 같은 기회를 부여했을 경우엔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 것 같냐는 질문을 던졌다.

◆안드로이드는 공짜…"마케팅 활용위해선 구글 조건 수용해야"

이런 지적을 접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아한 생각을 가질 수도 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질문을 던지게 된다. “어쨌든 안드로이드는 공짜 아니냐?”고.

기술적인 관점으로만 접근할 경우 안드로이드는 오픈 플랫폼이 맞다. 하지만 여기엔 한 가지 함정이 있다. 구글이 공짜로 허용하는 것은 껍데기 뿐이기 때문이다.

단말기 업체들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안드로이드 플랫폼’이 아니라 ‘안드로이드 폰’이란 브랜드다. 그래야만 시장에서 대접을 받을 수 있다. 당연한 얘기지만 ‘안드로이드 폰’이란 마케팅을 하기 위해선 구글과 MADA를 체결해야 한다.

안드로이드 폰이 제 구실을 하려면 구글판 앱스토어인 구글 플레이 같은 것들을 자유롭게 쓸 수 있어야 한다. 검색, 지도를 비롯해 구글이 강점을 갖고 있는 앱도 필수품이다. 이런 것들 역시 MADA에 동의한 업체들에게만 제공된다.

결국 단말기 업체들이 안드로이드 폰으로 제대로 성공하기 위해선 구글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해야만 한다는 얘기다. 당연한 얘기지만 그 요구의 핵심은 구글 생태계의 한 부분으로 편입되라는 것이다.

현재까지 구글과 계약을 맺지 않고 성공한 안드로이드 단말기는 찾아보기 힘들다. 굳이 따지자면 아마존 정도다. 아마존의 킨들 파이어 태블릿의 기본 운영체제가 바로 안드로이드다. 아마존은 구글과 MADA를 맺지 않고 공짜로 풀어놓은 플랫폼만 가져다 썼다.

하지만 아마존은 다른 단말기 업체와 달리 독자 생태계를 갖고 있다. 굳이 구글 플레이 같은 앱스토어를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단 얘기다.

◆스마트 시계 둘러싼 갈등도 안드로이드와 비슷한 맥락

구글이 스마트 시계 생태계를 놓고 삼성을 압박했다는 소식 역시 이런 행보의 연장선상에서 바라봐야 한다. 단말기 수준에서는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지만 플랫폼 경쟁에 나서는 것은 절대 용납하지 못하는 기본 방침이 그대로 적용된 것으로 봐야 한다.

특히 두 회사 갈등의 핵심 쟁점이 웨어러블 기기 쪽이란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은 이제 어느 정도 시장 질서가 잡혔지만 웨어러블 쪽은 아직까지는 무주공산이나 다름 없다.

그러니 구글 입장에선 삼성이 웨어러블 기기 플랫폼에 공을 들이는 것은 쉽게 용납할 수가 없었던 것. 래리 페이지가 이재용 부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자사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 웨어 대신 타이젠에 많은 투자를 하는 데 강한 불만을 제기한 것도 이런 차원에서 봐야 한다.

구글이 웨어러블 OS인 안드로이드 웨어를 내놓을 때까지 스마트 시계 출시를 미뤄달라고 요구한 것 역시 플랫폼만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봐야 한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부문에서 서로 밀고 당기면서 시장을 주도해 왔던 삼성과 구글. 하지만 웨어러블이란 새로운 세계를 앞에 놓고 미묘한 줄다리기를 계속하고 있다. 과연 이 줄다리기의 최종 승자는 누가 될까? 패러다임 변화를 앞둔 IT 시장의 또 다른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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