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기자] 외교부 등을 상대로 한 3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미국 국가안보국(NSA) 도청 의혹,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추진 등 각종 외교 현안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자세가 도마 위에 올랐다.
우선 미국 NSA 도청 의혹과 관련,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은 "메르켈 독일 총리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해 항의했고 브라질 대통령은 미국 국빈 방문을 취소했다"며 "이처럼 국제사회가 강력하게 대응하는데 우리 정부의 대응은 당당하지 못하고 미온적이다"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윤병세(사진) 외교부 장관은 "아직 구체적인 문제가 드러난 게 아니기 때문에 관련 사실 확인을 요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윤 의원은 "구체적인 것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선 안 된다. 언제 어떻게 누구를 대상으로 도청을 했는지 자료를 내놓으라고 하고 구체적인 사실이 드러나면 책임있는 조치와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민주당 우상호 의원도 "외교 공문으로 확인할 게 아니라 주한 미국 대사를 불러 확인하고 항의해야 한다"며 "일본에서 도청했으면 일본 대사를 불러 항의했을 것인데 미국이어서 안 하는 것 아닌가. 미국에서 정보를 많이 주고 있으니 그것을 못 받을까봐, 미국에 눌려서 그러는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윤 장관은 거듭되는 지적에도 "구체적인 사실이 나오면 엄중하고 분명하게 대응하겠다"는 다소 미온적인 답변을 반복해 고수해 우 의원으로부터 "속으로만 당당하지 말라"는 비판을 샀다.
민주당 대표인 김한길 의원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추진 움직임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의 '침묵'이 내치 뿐만 아니라 외교에 있어서도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며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군사대국화 경향에 대해 아무 말도 안 하고 있는데 이는 우리 국익과 국민 정서에 반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의원은 "일본의 군비 증강이 동북아와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켜 결국 동북아가 세계의 화약고로 자리매김할 것이란 전문가들의 우려를 듣고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나 윤 장관은 "일본의 군비 증강은 과거사 역사를 갖고 있는 주변국으로서 우려를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고 다소 엉뚱한 답변을 해 "장관은 묻는 것에 대해서는 한 번도 답변을 안 한다", "매사 분명한 입장이 없다", "말만 길게 한다"는 질타가 쏟아졌다.
민주당 심재권 의원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허용하는 것은 일본의 재무장을 허용한다는 것으로, 우리로서는 당연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윤 장관은 "한반도 안보와 국익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대해서는 우리의 요청이 없는 한 행사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답했다.
윤 장관의 '애매한' 답변이 계속되자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장관의 발언을 듣고 있는데 심장이 터질 것 같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도청당했다는데 한 마디도 못 하고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에 대해서도 한 마디를 못 한다"며 "이게 주권국가 대한민국의 외교부 장관인가. 외국 눈치부다"라고 비난했다.
새누리당 황진하 의원도 "처음에 확실하게 이야기를 안 하고 있다가 정치권에서 강력하게 따지면 '분명히 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수세적으로 가는 모습이 국민들 보기에도 답답하게 생각하는 것"이라며 "전략적 모호성이 있을 수 있고 우리 정부의 입장을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 있겠지만 분명할 땐 분명히 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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