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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남]후진국형 정전 사태에 안일한 정부


[정수남기자] 지난 15일 정부의 전력 수요 예측이 빗나가면서 전국이 일시에 대혼란에 빠졌다.

신호등이 멈추면서 도로는 차량들로 뒤엉켜 아수라장이 됐고, 학교·병원·회사·상가 등에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조명은 물론, 냉방기가 가동이 안돼 시장통을 방불케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번 정전사태는 지난 8월31일 올 여름 최대전력 사용량(7천219만kw)을 기록한 이후 기온이 내려가자 정부가 지난 9일로 전력 비상 수급 기간을 종료한 데서 비롯됐다.

이후 발전회사들은 올 1월 한파로 기록한 역대 최대 전력사용량(7천314만kw)을 상기하면서 일제히 시설 정비에 들어갔다. 이로 인해 전체 전력공급량의 11%인 834만kw가 감소하기에 이르렀다.

9월 중순까지 무더위를 예상한 기상청의 예보를 무시하고 겨울철 전기수급을 위해 아무런 대책 없이 발전설비에 대한 예방정비에 들어간 것이다.

전력 수요 예측 오류로 수급 조절에 실패, 제한 송전을 실시한 것은 건국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또 순환 정전도 서툴렀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형적인 후진국형 정전 사태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번 정전사태를 불러 온 15일 오후 3시의 최대 전력사용량은 6천726만kw로 지난달 31일 기록했던 올 여름 최대치와 지난 1월에 기록한 역대 최대치에 비해 크게 못 미치는 수치라 전력 공급에 여유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당시 전력예비율은 6%(403만5천600kw)로 파악됐다.

또 전력거래소 측은 사전 매뉴얼대로 순환 정전을 실시했다지만, 전기 사용 자제 요청이나 순환 정전 예고 조치도 취하지 않고 바로 정전을 실시하면서 피해를 키웠다.

거래소 측은 정전으로 피해가 확산되자 오후 5시가 돼서야 순환 정전 사실을 알리는 등 소극적 자세로 일관했다.

결국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 최중경 장관은 오후 늦게 對국민 사과문을 서면으로 발표하는 등 더욱 소극적인 자세로 임했다. 이번 순환 정전 조치가 무책임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은 대목이다.

다만, 이번 정전으로 현실적 피해 보상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점은 그마나 다행이다.

이번 정전사태로 지경부 등은 구체적인 피해 보상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 이는 정전시 현재 내고 있는 전기요금의 3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보상액으로 한정한 한전 규정으로는 정전 피해에 대해 적절할 보상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지난 1월 여수산업단지공단에서 발생한 정전으로 인한 피해 보상에 '나몰라라' 했던 정부의 모습과는 대조된다. 당시 최대 20여분간의 정전으로 GS칼텍스 등 여수산단에 입주한 업체의 피해액은 1천억원 규모로 추정되고 있다.

강원도 속초의 한 광어양식장에서는 이번 정전으로 싯가로 5천원 상당인 1만5천여마리의 광어가 폐사했다. 또 전국에서 모두 1천900여건의 승강기 사고가 발생했으며, 일부 병원에서는 수술을 멈추기도 했다.

이번 정전으로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그 피해는 갈수로 늘어나고 있다. 위기시 마다 정부는 관계부처의 공조를 강조해 왔고, 또 실제로도 그렇게 하고 있다.

지경부가 기상청과 의견을 나누었더라면, 아니 기상청의 예보에 귀라도 기울였다면 이번 인재(人災)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만 남는다.

정수남기자 perec@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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