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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적이던 애플 이사회, 말발 세질까


[로스앤젤레스=이균성 특파원] 스티브 잡스가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사임하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남에 따라 이 회사의 이사회 역할 변화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기업에서 이사회는 경영진을 견제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애플의 경우 그동안 이사회가 거의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애플은 이사회에 의장이 없는 몇 안 되는 미국 회사 가운데 하나였다. 이런 상황 때문에 일각에서는 애플의 경영 투명성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스티브 잡스 건강 문제가 대표적이다. 그의 건강 상태가 애플 경영에서 핵심적인 문제로 대두된 상황에서도 스티브 잡스는 개인 프라이버시라는 이유로 이사회에마저 거의 정보를 주지 않았다. 애플 이사회 멤버는 이런 사실을 친구들에게 불만 삼아 털어놓았고, 이같은 내용은 언론에 의해 기사화되기도 했다.

애플 이사회 활동은 실제로 상당히 뜸한 것으로 알려졌다.

26일(현지시간)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애플 이사회는 2010년에 고작 4번 모였다. S&P 500 지수에 드는 회사들의 이사회가 평균 8.6번을 모인 것에 비하면 절반 밖에 안 된다. 특히 2010년의 경우 아이패드 출시, 잡스의 건강 문제, 아이폰4 안테나게이트 등 이슈가 많았던 점을 고려하면 더 적어 보인다.

이런 상황에 대해 애플 측은 “이사회 의장이 없는 대신 CEO가 두 명의 공동 리드 디렉터(lead directors)와 상의하면서 회사와 주주를 위해 최선을 다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애플은 또 이런 구조가 이사회의 감시와 경영의 독립을 동시에 촉진해 기업 경영을 더 향상시킬 수 있다고 설명해왔다.

사실 애플 주가는 지난 5년간 5배 이상 뛰었기 때문에 이사회가 나서서 ‘감 놓아라, 배 놓아라’ 할 상황이 아니었다고도 할 수 있다. 이런 결과 때문에 이사회의 느슨한 활동에 대해 눈살을 찌푸리는 주주들은 많지 않았었다.

문제는 앞으로다. 강력한 리더십을 갖춘 스티브 잡스가 일선에서 물러나고 팀 쿡이 CEO로 경영 전반을 책임지면서 이사회의 말발이 점차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가 이사회 의장으로 앉은 것이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건강 문제 등을 고려하면 그가 이사회 의장 자리에 얼마나 오래 있을지는 모르지만, 의장 자리가 신설되고 이사회의 역할 또한 더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주가가 심상치 않을 때 이사회가 움직일 공산이 크다.

기업경영구조에 관한 전문가인 로버트 몽크는 지난 10년 동안 매출과 수익이 지속적으로 올랐지만 주가는 계속 떨어진 마이크로소프트의 사례를 지적하며 “어느 회사나 더 이상 매직(magic)이 통하지 않고 보통의 회사가 될 때가 온다”며 “그럴 때 (주주나 이사회가) 기업 경영에 대해 걱정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애플에서는 이러한 시점이 스티브 잡스의 입김이 거의 안 들어간 2~3년 후의 차기작이 나올 때일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다.

애플 이사회는 스티브 잡스 의장과 애본 프로덕트를 운영하는 안드리아 정,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 등 8명의 이사진으로 구성돼 있다.

/로스앤젤레스(미국)=이균성 특파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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