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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오의 엔트로피]PC방이 변하기 시작했다


지난 13일 늦은 오후,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한국인터넷PC방협동조합 최승재 이사장의 전화였다.

"내일 일산 킨텍스(KINTEX)에서 그린 PC방에 대한 설명회가 있는데 참석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지식경제부가 추진하고 있는 그린 PC방에 대한 설명회가 있고 그 자리에 전국 PC방 업주들이 많이 참석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미 그린 PC방에 대해서는 여러 차례 언론을 통해 보도됐고 설명회도 그 차원을 벗어날 것 같지 않아 귀가 솔깃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최 이사장은 "대한민국 정부가 PC방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는 것 자체가 감격스럽다"고 운을 뗐다. 전국 PC방 업주들도 지금껏 무관심과 천대의 영역에 머물러 있던 PC방에 대해 정부의 관심이 시작됐다는 것에 고마워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PC방 변화, 이제부터 시작"

일산 킨텍스에서 진행된 '그린 PC 솔루션' 설명회는 지식경제부와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가 맡았다. ETRI 서버플랫폼팀 김성운 박사가 설명을 이어갔다. 설명회 자료에 표기돼 있는 문구가 시선을 끌었다.

"전기 먹는 하마, 청소년 유해 시설 등 갖은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는 PC방."

PC방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대변하는 말이었다. PC방을 관리하고 감독하는 지방자치단체의 담당 공무원들의 머릿속에 깊숙이 박혀 있는 인식이기도 했다. 자욱한 담배연기, 청소년들의 탈선 장소, 인터넷 폐인을 만드는 곳….

그런데 다음 문구가 이번 그린 PC방을 시작하게 된 배경임을 설명하고 있어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수출 11억 달러. 국내시장 규모 5조6천억 원에 육박하는 국내 게임 산업의 약진은 PC방이 없었다면 절대 불가능 했을 것이다. 현재의 문제점을 이유로 PC방을 단속 또는 정리 대상으로만 여길 것이 아니라 취약한 부분을 개선해 친환경적이고 건전한 한국 게임 콘텐츠 산업의 진정한 메카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ETRI에서 그린 PC방 솔루션을 제공하고자 한다."

ETRI는 '본체 없는 PC, 파워서플라이 없는 PC'를 모토로 그린 PC방을 구축하면 ▲전력 20% 절감 ▲중앙집중식 PC 서버 등으로 매장 관리 효율성 증대 ▲PC 방 실내 환경 모니터링이 가능해 쾌적한 PC방을 구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식경제부의 향후 일정도 공개됐다. 전국에서 모인 30여 명의 PC방 업주들의 눈이 반짝거렸고 귀를 기울였다.

지경부는 "게임 중독자, 청소년 흡연기회 제공, 보안관리 취약 등으로 PC방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전반적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한 뒤 "공용 컴퓨팅시설에 대한 그린(Green)화를 통해 PC방이 다양한 디지털콘텐츠를 향유하는 IT서비스 공간으로 전환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지경부는 우선 올해 연말까지 3개 그린 PC방을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3개의 그린 PC방에는 관련 솔루션 구축비용의 일부가 지원된다. 2010년까지 시범사업을 30개로 넓히고 2011년에는 100여개 등으로 점차 확대해 2012년에는 진화된 PC방 시스템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구축비용의 일부를 정부가 지원하거나 보조해 준다.

◆PC방 업주들, 감동받다

그린PC방에 대한 설명회가 끝나자 참석자들은 한국전자대전이 열리고 있는 킨텍스 한쪽에 자리잡은 '그린 PC방 체험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고 PC방 업주들은 ETRI 관계자의 설명에 귀를 쫑긋 세웠다.

한쪽에 설치돼 있는 그린 PC를 직접 시연해 보는 관람객들도 줄을 이었다. 그 자리에 지식경제부 성장동력실 정보통신산업과 도화선 주무관도 보였다. 도 주무관은 PC방에 대한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 주무관은 "올해 일부 예산이 책정됐고 내년에도 관련 예산을 마련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시스템 개발과 확산 전략을 통해 PC방이 IT 인프라 공간으로 거듭나도록 한다는 것이 지경부의 정책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지방자치단체의 PC방에 대한 왜곡된 인식과 선입관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 PC방에 대한 다양한 통계자료를 모으고 체계적으로 접근해 PC방이 여러 가지 오염을 벗고 인터넷 문화공간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PC방 업주들은 정부의 이번 계획에 감동받은 모습들이었다. 한국인터넷PC방협동조합 최승재 이사장은 "정부가 예산을 지원해주고 관련 솔루션을 구축해 준다는 것 때문에 고마워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그동안 천대받고 사회적 부작용만 불러 일으킨다는 선입견에서 벗어나 PC방의 미래에 대해 관심을 가져준 것 자체가 너무나 고마울 뿐"이라고 말했다.

PC방협동조합은 이에 따라 앞으로 PC 방을 통한 다양한 인프라 활용 전략을 실천할 계획이다. 우선 고객이 많지 않은, 낮 시간대를 이용해 ▲e러닝 ▲1인 창업교육 ▲직업 훈련 등을 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최 이사장은 "PC방이 인터넷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많다는 것을 인정한다"며 "PC방이 생긴 이래 PC방의 어려움을 들어주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제 PC방의 변화는 시작됐다고 본다"며 이번 설명회의 의미를 되새겼다.

정종오기자 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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