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최대가전쇼도 피하지 못한 경기침체

곳곳 부스도 못채워…중앙홀 제외 관람객 '썰렁'


세계 최대 디지털기기 신기술·신제품 전시회인 미국 'CES'도 글로벌 경기침체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전시회 개막 3일째를 맞은 10일(현지시간) CES 2009가 열리고 있는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내 전시장 곳곳은 부스도 다 채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삼성전자, LG전자, 소니 등 주요 전자 대기업을 제외하곤 방문자들의 발길이 지난해보다 줄었다는 게 여실히 나타나고 있다.

CES가 열리는 컨벤션센터는 글로벌 전자기업들이 자리잡는 중앙홀과 2개 층으로 구분된 남부홀, 자동차 관련 기업들이 주로 자리잡는 북부홀 등 3개로 나뉜다. 지난해 발 디딜 틈 없었던 중앙홀은 부스마다 관람객들의 발길이 드문 곳이 눈에 띈다.

남부홀의 상황은 더 심각한 상태. 국내·외 중소기업들이 자리 잡았던 남부홀 변두리 부스와 출입구 안쪽 부스는 상당수 자리를 채우지 커튼으로 가려져 있다. 중소기업 10여곳은 자리를 잡을 만한 공간이 커튼과 함께 부스 설치용 장비들로 가득 차 있는 것도 눈에 띈다.

◆곳곳 빈공간만 덩그러니…씨게이트 등 전시규모 대거축소

노키아, HP, 샌디스크 등 글로벌 기업들이 자리잡는 남부홀 2층도 부스 중간중간 기업들이 참여하지 않아 덩그러니 빈자리만 남아있다. 지난해부터 자동차와 정보기술(IT)의 결합으로 자동차 기업들이 대거 자리잡은 북부홀 역시 빈공간과 관람객들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는 썰렁한 부스들이 보이고 있다.

세계 경기침체가 절정에 이르면서 이번 전시회 참가기업들이 기술 과시보다 실속을 차리는 모습이 눈에 띈다. 소니를 비롯해 일본 전자 대기업들은 미래 신기술을 알리기보다, 당장 올해 판매를 확대하기 위한 발광다이오드(LED) 기반 액정표시장치(LCD) TV, 120~240Hz 화질 기술들을 중점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대규모 부스를 차렸던 세계 최대 하드디스크 드라이브(HDD) 기업 씨게이트테크놀로지는 올해 부스를 마련하지 않은 채, 사업 상담을 위한 미팅룸만 마련해 고객들을 만나고 있다.

친환경 콘셉트의 자동차와 대규모 부스로 눈길을 끌었던 휴대폰 1위 기업 노키아 역시 부스 규모를 적잖이 축소했다. 플래시메모리 기반 제품 최대 기업 샌디스크도 전시공간은 줄이고, 미팅룸을 대거 늘린 점이 눈길을 끈다.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DM)총괄 이경식 상무는 "CES 참여기업들이 기술과시를 자재하면서 시선을 잡아끌만한 요소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사업을 중시하는 경향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시장을 돌아본 소감을 전했다.

◆국내기업 선전…위기속 기회요인 부각

국내 기업들은 해외 기업들보다 크게 선전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 LG전자는 TV를 비롯해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신기술 및 신제품들로 관람객들의 발길을 모으고 있다. 삼성전자가 고급 LED 기반 LCD TV를 올해 전략제품으로 전면에 내세운 것을 비롯해, 국내 전자 대기업과 해외 기업 간 기술·디자인·제품력의 격차가 적잖이 벌어진 점이 눈에 들어온다.

중소기업들도 상대적으로 나은 면모를 보이고 있다. 김군호 레인콤 사장은 "지난해보다 전시회 규모가 적잖이 축소됐지만, 자사를 찾는 거래선은 오히려 늘고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북부홀에 자리 잡은 국내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방문객이 무려 50%나 줄었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꼭 만나야할 해외 거래선들은 차질 없이 만나고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CES를 주최하는 미국 소비가전협회(CEA) 측은 올해 방문객과 전시기업이 지난해보다 각각 10% 가량씩 줄어든 13만명, 2만7천여개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라스베이거스가 주말을 맞은 가운데 나타난 현재 상황대로라면, 이보다 CES의 침체가 더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환락의 도시' 라스베이거스도 위기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도시로 꼽히는 라스베이거스 역시 위기를 맞는 모습이다. 이곳 호텔 및 여행업계에 따르면 2년 전 97%에 달했던 라스베이거스 호텔들의 1년 평균 투숙률은 올해 50%대로 폭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까지 라스베이거스에 고층빌딩 100여개가 추가로 들어설 예정이었으나, 현재 상당수가 건설을 취소하거나 보류 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신기술을 알리고 마케팅을 강화하기 위해 전시회를 찾은 기업들이나, 카지노에 이어 전시산업으로 성장을 모색하고 있는 이곳 호텔 업계 모두 경기침체이 파고가 수그러들길 간절히 바라는 모습이다.

라스베이거스(미국)=권해주기자 postm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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