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격전지에서'금맥'찾자]⑨마지막 블루오션 '글로벌'


지난 5월, 중국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은 북경 '한중 이동통신서비스개발센터'에서 CDMA와 TD-SCDMA를 이용해 오영란 국가대표 핸드볼 선수와 영상으로 통화했다. 이종망간 영상통화는 기술적인 성과와 함께 양국 대표 이동통신기술로 두 나라를 연결했다는 데 의미가 컸다.

우리나라의 정보통신기술(ICT)은 이처럼 세계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지식경제부가 올 1월 발표한 세계시장 점유율 1위 상품 100개 중 ICT 산업 관련 품목은 41개(41%), 100개 중 생산(수출)규모가 10억 달러(약 1조원)를 상회하는 품목은 13개, 이 중 ICT 산업 관련 품목은 7개(54%)나 됐다.

그러나 ICT가 언제까지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이 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부품·소재 분야는 선진국과의 기술경쟁에서 밀리고, 지난 해 10월 OECD 조사결과 우리나라(31%)가 FTTH 가입률에서 일본(36%)에 뒤지는 등 네트워크 고도화도 일본에 추월당했다. 중국에는 가격 경쟁력에서 밀린다.

이에따라 민·관 전문가들은 ICT 세계화의 새로운 전략을 융합(컨버전스)에서 찾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정부 "서비스와 콘텐츠 수출"에 관심

"정보기술(IT) 하드웨어 수출이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서비스와 콘텐츠가 돼야 합니다. 그래서 통신사간 공정경쟁 뿐 아니라 통신과 부가통신사업자간 공정경쟁 환경 조성에 관심을 가지려 합니다."

방송통신위원회 신용섭 통신정책국장은 통신정책에서 무선인터넷 콘텐츠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디지털 세상의 가치사슬을 만드는 에코시스템을 설명했다. 그는 "서비스의 품질이 어느 정도 되느냐와 통신사와 콘텐츠 업체간 불공정성 문제 등을 검토하는 일은 우리나라의 우수한 통신서비스 및 콘텐츠를 수출하는 데도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방향은 통신정책국 뿐 아니라, 방송통신위 전체가 뛰고 있다.

IPTV나 와이브로 같은 신규서비스가 도입되면 자연스레 대용량 네트워크가 필요하고 이렇게 되면 네트워크 성능에 제약을 받지 않는 양질의 콘텐츠 개발이 활성화될 거라는 얘기다.

같은 맥락에서 방통위는 망과 기술중립성 등 수평규제전환을 담은 '방송통신사업법'을 '09년 하반기까지 만들예정이다. 이 법이 잘 만들어져 국내에 디지털 에코시스템이 복원되면 콘텐츠 영역에서의 혁신이 가능해 질 것이다. 그러면 수많은 창의적인 기업들이 세계로 뻗어나가는 발판이 마련될 것이다.

이와함께 방송통신위와 문화체육관광부는 뉴미디어에 대해서는 소유ㆍ겸영규제를 완화해 우리나라에서 글로벌 미디어 종합그룹이 출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도 힘쓸 예정이다. '글로벌 미디어 그룹'이란 루퍼트 머독의 뉴스코퍼레이션이나 영국의 BBC, 타임워너 처럼 방송·신문 등 전통 미디어와 통신·인터넷을 넘나들면서 인터넷 기반 경제(All IP)를 아우르는 세계적인 기업을 의미한다.

◆와이브로의 두얼굴...황금알은 모바일애플리케이션에서

와이브로의 국내 가입자는 20만명도 안되나, 초고속인터넷 인프라가 약한 개발도상국의 관심은 뜨겁다. 와이브로 장비를 만드는 포스데이타 신준일 전무는 "한달에 256Kbps급 인터넷을 200달러씩 주고 이용하는 국가에서 와이브로(모바일와이맥스)는 매우 매력적인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KT는 지난 해 우즈베키스탄 제2의 유선사업자인 이스트텔레콤(ET)의 지분 51%와 현지 와이맥스 사업자인 슈퍼와이맥스(SiMAX)지분 60%를 인수하고 연말 수도 타슈겐트에서 와이맥스 상용서비스를 시작한다.

앞서 KT는 지난 6월 러시아 연해주 지역에서 지분 80%를 보유한 NTC를 통해 와이맥스 시범서비스를 시작한 적은 있지만, 국내 기술로 해외에서 상용서비스를 제공하기는 우즈베키스탄이 처음이다. NTC는 '97년 KT가 경영권을 인수한 연해주 지역 이동통신사업자다.

중앙아시아나 아프리카 등 개도국에서 부는 '와이맥스' 바람은 정부도 지원하고 있다. 방통위 형태근 상임위원은 28~29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제3차 ASEAN+Korea(아세안+한국) 통신장관회의'에 참가한 자리에서 소피아 자릴(Sofia Djalil) 인도네시아 장관과 만나 "인도네시아가 광대역 무선접속 시스템의 표준을 선택할 때 한국의 와이브로 기술을 적극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아세안 회원국은 말레이시아·필리핀·싱가포르·브루나이·인도네시아·태국·라오스·베트남·미얀마·캄보디아 등 10개국이다

와이브로(모바일와이맥스)의 1차 시장은 개도국이나, 전문가들은 진짜 먹거리는 모바일애플리케이션에 있다고 보고 있다.

포스데이타 신준일 전무는 "와이브로는 데이터세상이고, 데이터 세상은 단순한 연결이나 전달(스위칭)이 아닌 애플리케이션이 핵심"이라며 "한국와 일본, 싱가포르나 미국 같은 곳은 접속이 아니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시장으로 와이브로를 자리매김해야 한다. 그래서 (장비업체인) 우리가 인터넷게임기를 개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스프린트넥스텔과 구글(검색과 광고), 타임워너(콘텐츠) 등이 뭉쳐 와이맥스를 상용화하려는 것은 PC에 갇혀있던 데이터 시장이 모바일로 가면 크게 확대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3위 이통사인 스프린트넥스텔은 구글, 인텔, 타임워너, 클리어와이어 등과 와이맥스 사업을 전담하기 위한 145억달러 규모의 합작벤처를 설립키로 했다. 이 합작벤처는 기존 음성 통화와 함께 연말부터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업계, 해외사업은 선택아닌 필수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것은 10년도 넘었지만, 최근들어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세계 통신시장이 시장과 표준화가 맞물려 가는 블럭화로 진행되면서, 해외사업은 더이상 영토확장으로서의 의미뿐 아니라, 서비스 질과 밀접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3세대(G)에 올인하는 KTF가 NTT도코모를 지분투자를 포함한 전략적 파트너로 맞아 글로벌로밍, WCDMA 네트워크 기술협력, 표준화 공조 등을 하는 게 대표적이다.

KTF와 일본 NTT도코모는 지난해 12월 총 2억 달러를 투자해 말레이시아의 3G 이동통신 업체 U모바일 지분 33%(KTF 16.5%, 도코모 16.5%)를 인수했고, KT와 NTT는 지난 7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벤처포럼 킥오프 미팅을 실시, 미래를 책임질 신사업을 함께 찾기로 했다.

이 포럼에서는 IPTV 화면에 가상의 막을 씌워 시청자가 클릭하면 정보가 뜨는 기술(소프닉스), 인터넷상에서 P2P로 전세계 300개 채널을 제공하는 기술(TVU네트웍스) 등이 포함됐다.

KT 관계자는 "일본 NTT와는 2004년부터 매년 워킹 그룹 회의를 통한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며 "한국과 일본을 각각 대표하는 제1 통신서비스사업자들이 신사업 추진을 위해 협력하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시장 개척은 생존의 문제이기도 하다.

KTF 이동원 신사업개발부문장(전무)은 "KTF의 콘텐츠제공업체(CP)가 700개인데, 이중 30~40개 정도를 빼고는 적자를 면하기 어려운 구조"라면서 무선인터넷 콘텐츠의 세계화는 필수임을 강조했다. KTF의 고객 중 무선인터넷 지원단말기를 소유한 사람은 전체의 80%, 이중 무선인터넷을 쓰는 사람은 7~8%에 지나지 않는 다는 얘기다.

이 전무는 "우리가 방심한 사이 방글라데시에 싱가폴텔레콤의 벨소리가 들어갔다"며 "국내에서의 신사업은 에코시스템 속에서 글로벌화를 전제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SK텔레콤은 국내 통신사업자 중 가장 활발하게, 가장 대규모로 해외사업을 하고 있다. 'Beyond (Domestic) Telco', '텔레콤을 넘어서'를 비전으로 하는 SK텔레콤은 중국, 베트남, 미국, 몽골에서 대규모 투자를 감행하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국내 이동통신 분야는 최강자이지만, 고착된 상태로는 더이상 새로운 것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SK텔레콤의 해외사업은 컨버전스와 함께간다.

올 들어 사내 독립기업(CIC:Company In Comoany)이 출범, '글로벌 비즈(서진우 사장)'아래 250여명의 직원(해외 파견 90명 포함)이 보다 책임감있게 추진하고 있으며, 중국 사업은 '국제 디지털 창의 및 산업디자인 프로젝트(国际数码创意及工业设计项目)'나 중국판 실리콘밸리 구축사업인 '고기술 창신(高技術創新) 국가 프로젝트' 처럼 대형화되고 있다.

SK텔레콤은 북경경제기술개발구에 문화산업단지(Beijing Culture City)를 디지털콘텐츠와 디자인 분야를 핵심 육성하는 산업단지로 성장시킬 방침이다. 단지에 유비쿼터스 개념을 정착하기 위한 인프라· 서비스를 조사하면서 IPTV, u헬스 등을 검토하고 있다.

SK그룹은 또 심천, 홍콩, 마카오를 아우르는 지역 통합 도시를 건설, IT혁신·정보화· 신대체 에너지·바이오 분야 등 에서 신기술을 개발하고 활용을 추진하는 '중국판 실리콘밸리'를 만들 예정이다. SK그룹 전체가 참여하는 데 SK텔레콤이 먼저 심천 지역의 정보기술(IT) 혁신 기술기반사업 분야에서 협력하고 SK 에너지 및 SK네트웍스 등도 기회를 모색하게 된다.

중국 현지 전문가는 "올림픽 이후 중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도 있지만 중국은 엄청난 재정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빨간불이 켜지기 전에 거시적인 조절이 앞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SKT 김장욱 글로벌 전략그룹장 "컨버전스로 해외진출"

"사실 통신사업은 해외를 잘 할 만한 분야는 아닙니다. 지역에 인프라를 구축해서 지역에서 서비스해야 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국내 (통신) 산업은 포화됐고, 성장이 멈춰있습니다. 나가야 하는 건 필연이지요."

SK텔레콤 김장욱 글로벌 전략그룹장(43, 상무)은 삼보컴퓨터, 보스턴컨설팅그룹, 소프트뱅크벤처스, 밸모어 파트너즈를 거쳐 지난 해 1월 SK텔레콤 신규사업전략본부 A&I팀장(상무)으로 영입됐다. 투자와 인수합병(M&A) 전문가인 그가 글로벌기획실 전략그룹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은 올 해 1월.

김장욱 그룹장은 "전통적인 이동통신사업(MNO)이 아니라, 컨버전스의 관점에서 해외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집안 청소를 하고 나니 파티가 끝나가고 있더라. 해외사업은 싱가폴텔레콤이나 텔레포니카 등 경쟁사들에 비해 상당히 늦었지만 우리의 강점도 충분하다. 특허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의 장점은 통신서비스 운영과 기술에서의 경쟁력, 최고 수준의 플랫폼, 모바일음악이나 TV 같은 창의적인 콘텐츠인데, 진출 시기를 놓친 싸이월드나 벨소리의 후회를 되풀이 하지 않으려면 지적재산권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해외 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 글로벌라이제이션과 지역 클러스터를 적절히 감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시아라고 해서 무조껀 문화적으로 근접하다는 생각은 잘 못입니다. 그나마 극동아시아가 비슷하죠. 스페인의 텔레포니카나 노르웨이의 텔리노가 예전 식민지였던 남미 쪽에서 강세인 것은 문화적 동질성 때문입니다. 인구 수를 상대적으로 중요하게 봅니다. '한류'도 도움을 주고요."

김장욱 그룹장은 지역 거점을 확보할 때 문화적 근접성, 인구수, 시스템의 선진화 여부 등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경우 차이나모바일이 한 달에 모집하는 가입자가 600만명에 달하는 등 규모면에서 우리나라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는 말도 덧붙였다.

"중국의 통신시장 구조조정 이후 (SK텔레콤이) 어렵지 않겠냐고도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텔레포니카와 차이나유니콤 지분경쟁을 해야 할 수도 있지만, 중국은 4G로 금방 메이크업될 것이고 그 속에서 상호협력할 부분은 상당합니다. 3G 사업권 선정을 앞둔 베트남도 지분투자 등 여러가지 방법으로 제휴의 폭을 넓혀갈 수 있다고 봅니다."

김장욱 그룹장은 해외 현지 상황 때문에라도 기존 통신사업(MVO)과 인터넷 등 컨버전스 사업을 조합해 진출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이슈가 크긴 하지만 MNO 사업은 오픈망으로 진화하면서 어떻게 될 지 모릅니다. 인프라로서, 설비로서만 남을 수도 있죠. 그래서 글로벌에서는 MNO와 C&I(인터넷 등 컨버전스)를 동시 추진합니다."

힐리오의 버진모바일USA 매각이 미국사업 실패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미국은 워낙 큰 시장이어서 유통을 갖추는 게 힘들었다"면서도 "정직하고 혁신적이라는 점에서 미국 시장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미국은 전 세계 ICT 시장에서 가장 디지털 에코시스템이 발달된 국가이고, 매출도 1위인 만큼 힐리오로 비싼 '학습 대가'를 지불했다 해도 결코 포기하거나 주춤할 곳은 아니라는 말이다.

김장욱 그룹장은 해외사업은 오너의 의지와 정부 지원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수영 역사를 새로 쓴 박태환 선수처럼 통신기업이 해외사업으로 국민을 감동시키려면 한 50 개국에 10~15년 씩 실무자를 보내 기다려야 합니다. 정부 규제도 대폭완화되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지길 바라구요."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관련기사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