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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노벨 '운영체제 동거', 탄력 받을까?


 

오픈소스 진영을 향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애정 공세가 예상 외로 화끈하다.

최근 PHP(Personal Hypertext Preprocessor) 전문업체인 젠드테크놀로지스와 다년 제휴 계약을 체결한 MS가 이번에는 리눅스 진영의 강자 노벨과 눈을 맞췄다.

수세 리눅스를 보유하고 있는 노벨은 레드햇과 함께 리눅스 진영의 양대 강자로 꼽히는 업체. MS는 2일(현지 시간) 노벨과 오는 2012년까지 제휴 계약을 맺고 윈도와 리눅스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한 때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였던 노벨과 MS의 이번 제휴는 상당히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반독점 공세에 시달리던 MS는 2년 전 합의금으로 노벨에 5억3천600만 달러를 지불하기도 했다.

◆ 운영체제 동거 선언한 MS와 노벨

MS와 노벨의 이번 제휴는 한 마디로 '운영체제 동거'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윈도와 리눅스를 함께 쓰는 고객들을 위해 상호 연동성을 강화하자는게 양사 제휴의 골자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양사는 ▲윈도 서버 위에서 리눅스를 구동할 수 있는 가상화 기술 개발 ▲리눅스와 윈도 제품들을 함께 쓸 수 있는 웹서비스 소개 ▲양 운영체제에서 문서를 좀 더 쉽게 공유할 수 있도록 해 주는 문서 형식 개발 등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MS는 이와 함께 자사 기업 고객들에게 제공할 수세 리눅스 연간 지원 서비스 가입 쿠폰 7만 개를 구매하기로 했다. 이 쿠폰 가격은 개당 400~1천500달러 수준이라고 노벨 측이 밝혔다. 노벨은 또 MS가 오픈소스 제품을 통해 올린 매출 중 일정 부분을 로열티로 받기로 했다.

특히 MS는 또 윈도와 리눅스를 함께 사용하려는 고객들에게 수세 리눅스를 적극 추천하기로 했다. 스티브 발머 MS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기자 회견을 통해 "윈도와 리눅스를 함께 쓰려는 고객들은 노벨을 선택하길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MS의 법률 자문을 맡고 있는 브래드 스미스도 "오픈소스 소프트웨어가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면서 "(노벨과의 협약이) 오픈소스와 상용 소프트웨어 간 협력의 새로운 지평을 열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 서버 시장 공략 노린듯

MS가 상당히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면서 노벨과 손을 잡은 것은 서버 시장 공략을 염두에 둔 때문으로 풀이된다. MS는 PC 운영체제 시장에서는 리눅스가 끼어들 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절대적인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지만 서버 쪽으로 눈을 돌리면 얘기가 달라진다.

가트너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5년 리눅스는 세계 서버 시장의 21%를 점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윈도 서버 비중은 67%였다.

물론 아직까지는 윈도가 리눅스를 압도하고 있긴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양쪽의 격차가 상당히 줄어들고 있다. MS 입장에서도 서버 시장에서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리눅스 진영을 외면하기 힘들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서버 수요자인 기업 고객들은 윈도와 리눅스를 모두 사용하는 것을 선호하는 추세인만큼 MS 입장에서도 이번 제휴를 통해 이들을 적극 껴안겠다는 복안인 셈이다.

레드햇에 멀찍이 떨어진 2위 자리에 머물고 있는 노벨 입장에서도 MS와의 제휴는 큰 힘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 고객들 중엔 윈도와 리눅스를 함께 쓰는 추세가 갈수록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레드햇이 오라클로부터 전방위 공세를 받고 있는 반면 노벨은 MS라는 든든한 원군을 등에 업을 수 있게 돼 격차 해소 계기로 삼을 수 있을 전망이다.

이런 사실을 반영하듯 MS와의 제휴 소식이 전해진 이후 노벨 주가는 16%나 치솟은 반면 레드햇 주가는 2% 하락했다.

◆ 심상치 않은 MS의 최근 행보

한 때 오픈소스 진영을 향해 노골적인 적대감을 감추지 않았던 MS는 올해 들어 상당히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하반기 들어 오픈소스 진영과 연이어 굵직한 제휴 계약을 체결해 '영원한 적은 없다'는 비즈니스계의 속설을 그대로 입증했다.

MS는 지난 7월 오픈소스 가상화 SW 전문업체인 젠소스와 기술 제휴 계약을 체결하면서 이 같은 사실을 본격적으로 보여줬다. 당시 MS는 젠소스와 손을 잡으면서 한 컴퓨터에서 윈도와 리눅스를 동시에 구동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야심을 감추지 않았다.

최근 성사된 젠드 테크놀로지스와의 제휴 역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부분이다. 젠드는 PHP(Personal Hypertext Preprocessor)와 지원 서비스를 판매하는 업체다.

오픈소스 기반 프로그래밍 언어인 PHP는 이미 전 세계 2천200만개 이상의 웹 사이트와 1만5천개 기업에서 사용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특히 PHP는 블로그나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 등에서도 사용되고 있어 인터넷 세상에서는 무시 못할 영향력을 자랑한다.

이 쯤되면 MS가 최근 보이고 있는 일련의 행보가 어느 곳을 향하고 있는 지를 한 눈에 알 수 있다. 리눅스 진영을 억누르기보다는 그들과 손을 잡는 쪽을 택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분석을 뒷받침하듯 MS는 최근 들어 자바 서버 SW업체인 제이보스, 오픈소스 애플리케이션업체 슈거CRM 등과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 탄력받는 리눅스 진영

MS와 노벨의 제휴는 단순히 양사간의 문제에 머무는 것은 아니다. 리눅스로 대표되는 오픈소스 진영의 입지가 그만큼 강화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로 봐도 무방하다.

지난 주 세계 제2의 소프트웨어 회사인 오라클이 레드햇 리눅스에 대한 기술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선언한 것 역시 비슷한 의미를 담고 있다. 특히 서버를 비롯한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오픈소스의 힘'은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수준에 다다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제프라이의 캐서린 에그버트 애널리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리눅스는 이제 주요 기술업체들이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정도로 주류 기술로 부상했다"라고 평가했다.

과연 MS와 노벨의 이번 제휴가 잇속을 챙기기 위한 어정쩡한 동거로 끝날까? 아니면 서로 사랑을 나누는 사이로 발전할까?

한 때 법정에서 첨예한 대립각을 세웠던 MS와 노벨의 '운영체제 동거 선언'은 어쩌면 소프트웨어 시장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열리고 있다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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