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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이 656조원…금융복합기업집단 지정 시급


④[한국의 CA 꿈꾸다 계륵으로 전락하는 농협금융](끝)
매년 46건씩 횡령 발생…징계는 매번 제 식구 감싸기
이미 10위 대기업집단 농협…상호금융 투명성은 바닥

[아이뉴스24 박은경 기자] 농협이 신경 분리를 했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금융영역인 농·축협 상호금융은 농협금융에 포함하고 있지 않다. 소속이 농협중앙회인 이유다.

지난 새마을금고 사태 때도 드러났듯이, 금융 영역임에도 이런저런 이유로 사실상 금융감독시스템의 컨트롤을 받지 않고 있다. 그렇게 농·축협 상호금융도 금융감독시스템의 감시를 회피하고 있다. 중앙회 소속으로 하면, 농림축산식품부 관할이다. 새마을금고가 행정안전부 소속인 것과 같은 이치다.

물론, 농·축협 상호금융은 통상적인 금융과는 차이가 있다. 협동조합의 조합원 간 자금 융통을 통해 자금의 부족과 잉여를 자체적으로 해결하려는 상호부조적 금융이다. 산간 도서 등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지점도 농민 편의를 위해 운영하고 있다.

1980~1990년대에 영농자금과 정책자금을 농가에 연결해 주는 파이프라인 역할, 2000년대 이후로는 농민의 여유자금 운용 등 농가소득 증대에 힘써 농·축협이 농민을 위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수익원 역할을 담당한 것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실이 농협중앙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17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지역 농·축협에서 발생한 횡령 사고는 283건에 달한다. 매년 약 46건의 횡령사고가 있었다. 농·축협이 횡령을 적발하기까지 걸린 시간도 평균 3년 3개월이다. 대전의 한 지역농협에선 7년 11개월 동안 횡령을 눈치채지 못했다.

농협중앙회의 관리도 '제 식구 감싸기'에 쏠리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238건의 횡령 사고에 총 6824건의 징계가 이뤄졌지만, 해직 등 중징계는 674건에 불과해 10%에도 못 미친다. 3478건은 경징계인 견책과 개선에 그쳤다.

횡령 등 금융사고가 발생하거나 내부통제가 미흡해도, 금융당국이나 감독 당국에서 제재할 수도 없다. 금융당국이 농협중앙회에 제재를 요청하면 중앙회가 제재하는 방식이다. 금감원이 손댈 수 없는 사각지대다. 그렇게 656조원의 돈이 깜깜이 상태에 있다.

정부는 내년 초부터 단위 농협의 상임감사 의무 선임 기준을 총자산 1조원 이상에서 8000억원 이상으로 낮췄다. 이 과정에서 금융당국은 다른 상호금융업권과의 형평성, 횡령 사고 예방 강화 등을 이유로 기준을 총자산 2000억원 이상으로 제안했으나, 농협중앙회는 거부했다. 농협중앙회는 이것도 제도 시행에 따른 단위 농협 정관 변경 및 업무 지도를 핑계로 시행을 내년 1월로 연기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금융지주 한 관계자는 "농협이 농업지원이라는 기능을 효율적으로 살리기 위해선 조직은 물론 감독체계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면서 "금융복합기업집단 지정도 합리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복합기업집단은 은행·보험·증권 등 2개 이상의 금융회사로 구성된 집단을 말한다.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비금융 지주 계열 금융회사들과 농협금융을 묶어 하나의 금융복합기업집단으로 감독·검사하는 것이다. 지난해 기준 금융복합기업집단으로 지정된 곳은 삼성·한화·교보·미래에셋·현대차·DB·다우키움이다.

농협이 금융복합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농협중앙회가 NH금융지주의 최대 주주라는 지배구조를 인정하면서도, 금융당국이 상호금융을 포함한 금융 계열사에 대한 농협의 경영 개입과 내부거래를 직접 감독·검사할 수 있게 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농협은) 자칫 잘못 운영하면 금산분리의 원칙 내지는 내부통제와 관련한 합리적인 지배구조법상 규율 체계가 흔들릴 여지가 조금 더 있다"면서 "합리적인 지배구조와 상식적 수준의 조직문화가 있으면 좋겠다는 게 금융당국 공통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매우 조심스러운 발언이지만, 속내는 간명하다. 감독·검사를 받지 않는 금융 부문이 우리 경제시스템에 불안을 야기한 사례는 부지기수다. 농협중앙회는 이미 국내 10위 대기업 집단의 덩치를 자랑하고 있다.

한 은행의 고위 관계자는 "금융회사는 감독·검사를 받는 조직이 투명해진다"면서 "소비자보호체계를 비롯해 관리 체계도 잘 세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은경 기자(mylife144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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