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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부외과 의사 "매일 악몽 꾸는 듯…환자 보는 것이 괴롭다"


[아이뉴스24 김다운 기자] 서울 대형병원의 한 훙부외과 의사가 사직서를 내며 "매일 악몽을 꾸는 것 같다"며 "이 상황을 도저히 못 견디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내 한 병원 [사진=뉴시스]
서울시내 한 병원 [사진=뉴시스]

최세훈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부교수는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흉부외과 교수 사직의 변'이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불과 한 달 만에 이 땅의 의료가 회복불능으로 망가져 버렸다는 것이 도저히 믿기지가 않는다"며 "불과 한 달 전, 팀이 전부 있었을 때에는 어떤 환자가 와도 무서울 것이 없었는데, 이제는 환자를 보는 것이 무섭고 괴롭다"고 밝혔다.

최 부교수는 "외래에서 환자에게 '나도 미치겠어요. 우리 팀만 다 있었으면 하루에 몇 명이라도 수술할 수 있다고요. 나도 정말 수술하고 싶어요. 할 수 있는데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도저히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요' 울컥 말을 내뱉고는 제가 더 놀랐다"고 토로했다.

최 부교수는 전공의와 전임의가 사직한 후 그가 혼자서 수술할 수 있는 환자는 이전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고 밝혔다.

최세훈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부교수가 페이스북에 사직의 심정을 남겼다. [사진=페이스북 캡쳐]
최세훈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부교수가 페이스북에 사직의 심정을 남겼다. [사진=페이스북 캡쳐]

작년만 해도 ‘폐암 진단 후 1달 이내 수술하는 비율’을 따졌는데, 지금 폐암 환자들은 기약없이 수술을 기다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불과 한 달 사이 차이가 너무 커서 정신을 온전하게 가다듬지 못하겠고, 당직이 아닌 날도 불면증에 시달리며 새벽이 오기를 기다리는 제 모습이 스스로도 낯설어 무섭다"고 했다.

이어 "이 상황을 도저히 못 견디어 사직서를 낸다"면서 "더 이상 새로운 환자-의사 관계를 만들지 않을 것이고, 제가 수술하기로 약속했던 환자들까지는 어떻게든 해결하고 난 후 저는 이 자랑스러웠던 병원을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최 부교수는 정부의 의대 2000명 증원 방침에 대해 졸속, 강압적으로 진행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온 나라의 의료 체계를 바꾸는 것은 얼마나 더 신중해야 할까요"라고 물으며 "정책의 의도가 아무리 좋아도, 그 정책으로 인해 한 나라의 의료가 붕괴된다면 아마추어 정부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의사를 가장 편하게 빨리 볼 수 있는 나라라는 것은 아무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라면서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가장 어려운 수술을 받을 수 있는 나라라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모든 것이 전공의들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는데, 정부의 무자비한 정책으로 모두 미래에 절망한 채 자발적인 사직을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최 부교수는 "정부는 해결을 위한 노력은 하지 않고 여전히 위협과 명령으로만 그들을 대하고 있다"면서 "환자 수 천, 수 만의 목숨이 위태롭다는 것을 아는 저로서는 도저히 이 상황을 견딜 수가 없다. 제 인생 수십 년에 걸쳐 쌓아온 의업, 제가 평생을 바치기로 결심했던 제 삶의 목적을 포기한다"고 덧붙였다.

/김다운 기자(kdw@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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