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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부, 비화폰 승인에 국정원 눈치...'암호이용촉진법'이 대안


 

정보통신부가 16일 유선전화뿐 아니라 휴대전화 등 모든 통신서비스에 도·감청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공식 발표하면서 비화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합법적으로 비화폰을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밝혀졌다.

비화(秘話)폰이란 도청을 방지하는 휴대폰이다. 별도의 독자 암호 알고리즘을 휴대폰에 탑재해 도·감청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팬택앤큐리텔이 지난 2003년 포항공대 연구진과 개발에 성공했으며, 미국 퀄컴에서는 미 군납용으로 개발해 주한 미군에 도입할 예정이었다. 국가보안기술연구소도 지난 2003년 CDMA 2000 1x용 비화폰을 개발한 상황.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 '비화폰'에 대해 단말기 형식승인이 이뤄진 사례는 없다.

이에 대해 지금까지 정통부는 "아무도 신청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해왔지만, 사실은 마스터 키 보유 문제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마스터 키'란 비화폰에 탑재된 암호 알고리즘이 망을 통해 상대방에게 전달돼 암호통신을 할 때, 이를 풀 수 있는 일종의 '소프트웨어 형태의 열쇠'다.

◆마스터 키, 국가가 보관해야...진대제 장관

진대제 정통부 장관은 이날 "테러 등을 막으려면 비화폰에 들어가는 암호 알고리즘의 마스터키를 국가가 갖고 있어야 한다"며 "다른 나라에서도 그렇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석호익 정책홍보관리관은 "마스터 키는 국가정보원이 갖느냐"는 질문에 대해 "국가에서 누군가는 갖고 있어야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 마스터 키를 누가 가져야 하는 지에 대한 규정이 없다"며 현실적으로 비화폰을 승인하기 어렵다는 것을 시사했다.

◆마스터 키, 국정원이 보관한다

정통부는 마스터 키를 누가 보관해야 하는 지에 대한 규정이 없다고 하지만, 암묵적으로 마스터 키는 국정원이 보관하는 것으로 정부 입장이 정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미국 정부는 마스터 키를 국정원에 줄 수 없다는 이유로 미국에서 개발한 '비화폰'을 미군에게 공급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의 암호 알고리즘을 풀 수 있는 마스터 키를 한국 정부에 넘길 수 없다는 게 주요한 이유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수십년간 일했던 한 원로 엔지니어는 "퀄컴이 만든 비화폰이 미군에게 공급되지 못한 것은 국정원이 마스터 키를 달라고 요구하자, 미국정부가 반대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암호이용촉진법, 제정 필요...합법감청과 사생활 보호 공생의 길

통신에 관한 정부의 기본적인 입장은 "전 국민이 비화폰을 써서 개별적인 통신내용을 비밀에 부칠 경우, 범죄수사나 테러 위협에 대처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따라서 국가가 비화폰의 '마스터 키'를 보관해야 한다는 논리는 일견 타당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국민들의 통신내용을 엿들을 수 있는 '열쇠'를 아무런 대책 없이 하나의 국가기관(국정원)에 맡겨야 할까.

이 때문에 암호전문가들은 합법적인 통신감청과 프라이버시 보호가 공생하려면, 조속히 '암호이용촉진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암호전문가는 "암호이용촉진법은 건전한 암호 사용을 장려하면서 국가의 법 시행때 암호로 야기되는 역기능을 최소화하기 위한 법안"이라며 "이 법안은 개인의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암호문 해독에 쓰이는 키를 복구할 때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담고 있다"고 말했다.

즉 '비화폰' 제조업체가 마스터 키를 국정원에 맡기고 '비화폰' 이용자가 범죄행위를 했을때, 어떤 기관(키복구기관)이 어떤 절차에 따라 '비화폰'의 통신내용을 엿봐야 하는 지 규정한다는 말이다.

당시 '암호이용촉진법'에서 논의했던 키 복구방식으로는 암호키에 기반한 키위탁(key Escrow) 방식, 암호화 키분배용 공개키에 기반한 TTP(Trusted Third Party) 방식, 평문에 기반한 키캡슐화(key Encapsulation) 방식이 있었다.

이 법은 지난 99년 정통부와 국정원이 공동으로 입법을 추진하다가 중단됐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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