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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브라우저 주소창, 닷컴 새 '전쟁터' 되다


 

높이 5mm 안팎, 길이 20cm 남짓의 작은 공간인 인터넷 웹브라우저 주소창이 닷컴 시장에서 '새로운 전쟁터'로 변하고 있다.

검색 광고 시장이 급팽창하자, 원래 주소창으로만 쓰였던 이곳이 닷컴 기업들에 의해 서서히 검색창으로 변해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 곳이 기업과 네티즌에게 검색창으로 변할 경우 일대 혼전이 예상된다.

이 곳을 두고 과거에는 한글 인터넷주소(혹은 키워드) 업체들만 경쟁했으나, 새로운 닷컴이 끼어들며 싸움이 확대될 수도 있는 것. '주소창의 검색창화'는 닷컴 시장을 통째로 흔들 '폭탄의 뇌관'처럼 변하고 있다.

◆주소창이 검색창이 되면 어떤 일이…

이론적으로, 네티즌은 검색을 위해 네이버나 엠파스 같은 검색 포털을 일부러 들어갈 필요가 없다. 웹브라우저를 구동해 인터넷에 접속하기만 하면, 어느 사이트에 접속해 있건, 주소창에 원하는 것을 입력하고, 검색 결과 페이지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검색 시장에는 엄청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 네티즌은 '검색=네이버 혹은 야후 혹은 다음 혹은 엠파스…'로 인식해왔으나, 앞으로는 인식이 '검색=주소창'으로 바뀔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게 될 경우 시장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물론 웹브라우저의 주소창이 검색 포털의 검색창보다 인터넷 층위 상 네티즌에 한 발 더 가까이 있다고 해서 주소창 검색이 반드시 종전의 검색 전문 포털을 제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검색 서비스의 승패를 가르는 데는 인터넷 층위 못지 않게 중요한 다른 요소도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거의 엇비슷한 검색 서비스라면, 웹브라우저 주소창이 특정 사이트의 검색창보다 유리할 것 또한 합리적인 예측일 것이다. 제압까지는 아니더라도 심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높은 것이다.

◆'주소창의 검색창화' 움직임들

이미 주소창은 검색창 기능을 제한적으로 구현하고 있다.

한글 인터넷주소(혹은 키워드) 서비스가 그것이다. 지금까지 이 서비스는 주소창에 한글 어휘를 입력하면 해당 인터넷 사이트로 연결시켜 준다는 개념으로만 주로 알려져 왔다. 예를 들어 '아이뉴스24'라고 주소창에 치면 아이뉴스24 인터넷 홈페이지로 연결시켜주는 방식이다.

이는 한글 어휘를 기술적으로 'www.inews24.com'이라는 영문 도메인과 같은 것으로 인식하게 한 뒤, 해당 사이트로 보내주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 서비스의 내용이 조금씩 변해가고 있다.

과거에는 한글을 영문도메인으로 바꿔 해당 사이트에 연결해주는 주소 서비스가 중심이었으나, 최근에는 검색 서비스가 더 눈에 띈다.

넷피아의 경쟁업체인 디지털네임즈는 최근 여러 포털과 제휴, 1만여 개의 한글 어휘 이외의 한글에 대해서는 여러 포털의 검색 사이트를 보여준다.

이 경우 웹브라우저 주소창에 한글 키워드를 입력할 때 결과와, 디지털네임즈가 제휴한 포털 사이트의 검색 창에 한글 키워드를 입력할 때 결과가 같다. 결국 이 회사 서비스를 이용하면 1만 개의 한글 어휘는 인터넷 주소로 쓰이나, 나머지 어휘는 검색을 위한 키워드로 사용되고 있는 셈이다.

넷피아의 한글 인터넷 주소도 이와 비슷하다. 다만 이 회사의 경우 주소로 쓰이는 한글 어휘가 약 34만개로 상당히 많다는 점이 다르다. 하지만 34만 개 이외의 한글 어휘는 주소가 아니라 검색 키워드로 쓰인다는 점은 같다.

넷피아가 이 시장을 독점할 당시에는, 주소창에 입력된 한글 키워드는 주소 성격이 강했으나, 검색 광고 시장이 급팽창하고 경쟁업체가 늘어나면서, 주소와 함께 검색을 위한 키워드로 활용될 소지가 더 커지고 있는 것이다.

신생업체인 K워드의 경우 디지털네임즈보다 한 발 더 나아가 주소창에 입력한 모든 키워드를 검색 용도로 사용하는 사업모델을 선보였다. 이 회사에겐 한글 키워드의 주소로서의 모델은 처음부터 안중에 없는 것이다.

결국 주소창 한글 어휘의 경우 주소가 중심이고 키워드 검색은 소극적으로 전개돼 왔었으나, 최근 그 반대 경향이 조금씩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경쟁은 여기서 끝날 것 같지 않다. '주소창의 검색창화'가 어느 정도 가능성을 보일 경우, 종전 검색 시장에서 뒤 처진 포털이나 새로운 수익모델을 고민하는 닷컴 기업이 잇따라 참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실제로 네이버의 경우 수년 전 이와 비슷한 사업모델을 선보였다가, 넷피아와 특허 문제로 실랑이를 벌인 뒤 그만 둔 적이 있다. 또 최근에는 대형 ISP가 이와 비슷한 사업모델을 구상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검색 광고가 닷컴 최고 수익모델로 각광 받자 '웹브라우저 주소창'이 '검색의 노른자위'라는 인식이 조금씩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전면적인 확산에는 걸림돌도 많아

주소창이 검색창이 될 경우 그 폭발력이 대단할 것으로 예측되고, 그 가능성 때문에 여러 업체가 사업화를 구상하고 있지만, 유명 포털 업체가 전면적으로 이 공간에 진출하기에는 아직 부담이 적지 않다. 뭔가 꺼림칙하다.

무엇보다 사업 자체가 법적 분쟁에 휘말릴 소지가 크다는 점 때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야후, MSN, 다음 등 유명 포털 사이트는 웹브라우저 주소창을 검색창화하는 데 직접 나서는 대신 디지털네임즈라는 키워드 회사와 제휴, 주소창에 입력된 키워드를 자사 검색 사이트로 끌어오고 있다.

여러 업체들에게 가장 부담스러운 존재는 역시 넷피아.

넷피아는 한글 인터넷주소서비스와 관련된 특허를 갖고 있고, 그동안 이 시장에 진출한 여러 경쟁 업체들과 지루한 법적 분쟁을 벌여왔다. 지금도 디지털네임즈 등과는 민형사상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상태다.

특히 주소창을 이용한 키워드 사업의 경우, 사업 성공을 위해서는 어떤 형태이든 '키워드 가로채기' 싸움이 불가피한 측면이 많아, 대외 이미지가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대형 포털로서는 주저스러운 부분이다.

주소창에서 키워드를 가로채려면, 플로그인 소프트 배포 경쟁을 벌여야 하는데, 이 경쟁이 네티즌을 담보로 한 것이어서 분란의 소지가 있는 것.

게다가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가 익스플로러라는 웹브라우저를 만들 때 주소창에 정확한 영문 도메인을 입력하지 않을 경우 이 회사 검색 사이트로 가도록 설계했다는 점도 뭔가 꺼림칙한 부분이다.

MS 검색사이트로 가도록 설계된 웹브라우저에서 한글 키워드를 중간에 다른 서버로 돌릴 때 MS사가 문제 삼을 경우 자칫 국제 분쟁도 불가피한 것.

또 MS가 웹브라우저 차기 버전을 만들때 논란이 되고 있는 주소창의 키워드 검색 기능 정책을 완전히 바꿔버릴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주소창의 검색창화'는 따라서 엄청난 폭발력을 가진 동시에, 이처럼 결국에는 '불발탄'이 될 가능성 또한 안고 있는 복잡 미묘한 사안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으로선, 키워드 업체를 중심으로 이 복잡한 '뇌관'을 뽑으려는 업체가 하나 둘 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쓰는 키워드, 주소인가, 검색용인가?

그렇다면, 네티즌의 입장에서 주소창에 입력하는 한글 어휘는 주소인가, 검색용 키워드인가. 문제는 이것에 대해 정해진 바가 없다는 점이다.

어떤 것은 주소의 성격이 강하고, 어떤 것은 키워드의 성격이 강하다.

예를 들어 '조흥은행'이란 어휘를 입력할 경우 이 사이트를 찾아가려는 뜻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은행'이라는 어휘를 입력할 경우 은행과 관련된 어떤 정보를 얻으려한다는 해석이 가능할 수 있다.

그런데 반드시 그렇다고만 말할 수도 없다. '조흥은행'을 입력할 경우 이 은행과 관련된 뉴스를 검색하고자 하는 의도를 가진 사람이 있을 수 있고, '은행'이라고 입력할 때 그동안 '국민은행' 사이트로 가는 것에 익숙해 있던 사람은 특정 은행 사이트로 가기 위해 입력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게 주소인가, 검색 키워드인가의 문제는 네티즌 한 명 한 명에게 일일이 물어보지 않은 이상 어느 것이라고 말하기가 힘들다.

다만 지금까지 주소창에 입력하는 한글의 경우 그것이 주소라는 관행이 우세했기 때문에 주소로서의 한글을 입력하는 사람이 더 많다고 유추해볼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라고 장담할 수만은 또 없다.

기존 관행에 대한 강력한 반대 움직임이 있는 게 사실이고, 네티즌은 결국 이리저리 써본 뒤 더 유용한 것을 선택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균성기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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