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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오염수 뉴스 쏟아지는데 누가 회 먹나요" 노량진 수산시장의 '한숨'


[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이 시간이면 사람들이 붐벼서 줄 서 있을 시간이에요." ·

지난 23일 오후 1시쯤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 3층에서 운영 중인 횟집이 손님 없이 비어있다. [사진=정승필 기자]
지난 23일 오후 1시쯤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 3층에서 운영 중인 횟집이 손님 없이 비어있다. [사진=정승필 기자]

지난 23일 오후 1시쯤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 3층에서 26년간 횟집을 운영해 온 상인 최 모(58)씨가 텅 빈 테이블을 닦으며 무심한 듯 말했다. 장사 대목인 점심시간 오후 12시부터 그가 받은 손님은 고작 여섯 테이블에 불과했다. 최 씨 가게에 이어 다른 횟집에는 몇몇 손님만 보였고, 대부분 조용했다. 본래 문전성시를 이뤄야 할 금요일 오후 노량진 수산시장은 한산하기만 했다.

같은 날 오후 1시 30분쯤 수산 시장 1층 남문 6문 앞에서 장사 중인 상인들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상인들은 매대 한구석에서 늦은 점심을 먹으며 혹여 손님이 다녀갈까 봐 통로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A 상회 주인 이 모(60대)씨는 매대의 물기를 닦으면서 "연일 후쿠시마 오염수 뉴스가 쏟아져 나오는데, 누가 회를 먹고 싶겠나"라면서 "아무리 여름에 해산물 신선도가 떨어지더라도, 이 정도로 손님 발길이 끊긴 적은 별로 없었다"라고 토로했다.

지난 23일 오후 1시쯤 30분쯤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 1층 남문 6문 앞에서 장사하고 있는 수산물 도·소매 코너는 한산하기만 하다. [사진=정승필 기자]
지난 23일 오후 1시쯤 30분쯤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 1층 남문 6문 앞에서 장사하고 있는 수산물 도·소매 코너는 한산하기만 하다. [사진=정승필 기자]

이 씨에 따르면 현재 도미 등 고급 어류 대부분은 일본에서 들어오고 있다. 그는 일본산이라는 말에 예민하게 반응하기도 했다. 그의 매대 한복판에는 '원산지 일본'이라고 적힌 문구가 있었는데, 도미의 원산지를 묻자 "일본산이지만 들여올 때 방사능 검역까지 다 거쳐 안심해도 된다"라며 "국내산 도미는 일본산보다 상품성이 떨어지는 편이다" 안심시키려 노력했다.

지난 12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운영사가 오염수를 원전 앞 바다에 방류하는 시운전을 시작하면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수산 시장에도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이에 더해 소비자 물가가 연일 상승하면서 상인들이 받는 압박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 23일 오후 1시 20분쯤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 1층 도소매 코너는 손님 없이 한산하다. [사진=정승필 기자]
지난 23일 오후 1시 20분쯤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 1층 도소매 코너는 손님 없이 한산하다. [사진=정승필 기자]

단순히 회만 파는 곳만 직격탄을 맞은 게 아니다. 바다에서 나는 모든 생물들에 대한 불안감이 노량진을 감싸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전복, 해삼, 조개 등 어패류를 파는 수산물 도·소매업자인 김 모(60대)씨는 수 십년간 장사를 해왔던 중에 올해가 최악이라고 설명했다. 최 씨는 "올해 매출은 코로나19 여파에서 조금 벗어나나 싶었다"라며 "지난 4월부터 점차 매출이 줄어들어 이달에는 IMF 수준으로 매출이 반토막 났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원래 직원이 2명이었는데,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상의 끝에 퇴직금을 주고 그만두게 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23일 오후 1시 40분쯤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 3층에 있는 건어물 코너는 몇몇 손님을 제외한 나머지 한산하기만 하다. [사진=정승필 기자]
지난 23일 오후 1시 40분쯤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 3층에 있는 건어물 코너는 몇몇 손님을 제외한 나머지 한산하기만 하다. [사진=정승필 기자]

수산 시장에서 건어물을 주류로 판매하는 구역에도 역시 손님들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곳을 찾은 손님이라곤 해외에서 여행 온 관광객들 뿐이었다.

같은 날 오전 일찍 건어물 도매 작업을 마친 후 뒷정리 중이던 김정걸(32)씨는 이달 매출이 지난 5년간 최하위 수준이었다고 증언했다. 김 씨는 "전국 각지에서 주문이 들어와 하루 매출이 700만원 이상이었는데, 이달에는 400만원 이상 나온 적이 손에 꼽힌다. 오염수 방류 소식에 거래처들이 타격을 많이 입은 듯하다"고 설명했다.

위기감에 휩싸인 어업계는 집회를 열고 반대시위에 나사고 있다. 한국수산업경영인연합회 등 지역 어업인단체는 지난 23일 전남 완도군 완도항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반대' 집회를 열고 "오염수가 바다에 버려진다면 우리 어민과 수산업 종사자의 생계가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며 "일본 정부는 해양 투기를 포기하고 자국 내에 (원전 오염수를) 보관해야 한다"고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부는 이런 국민들의 불안감을 매일 브리핑을 통해 안심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송상근 해양수산부 차관은 지난 12일 "우리 해역과 국내 수산물은 안전하다. 안심하고 드셔도 된다. 절대 부적합 수산물이 국민들의 식탁에 오르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 "해수부는 지난 2011년 이후 약 3만건의 수산물 방사능검사를 진행해 왔고, 국내 기준이 국제 기준보다 10배 이상 엄격하지만 단 1건도 부적합 수산물이 없었다"며 수산물 안전성을 강조했다.

/정승필 기자(pilihp@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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