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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폐쇄된 이통망구조가 CP선정비리 주범


 

"성인물은 외부로 유출되기 쉬워 직원 몇명에게 권한이 집중돼 있지만, 게임 같은 콘텐츠는 다릅니다. 외부위원회 등을 통해 공정하고 투명하게 선정하고 있죠."

유료 성인 콘텐츠 업체(CP) 선정 과정에서 15억원의 뇌물을 받은 변모 과장이 근무했던 이동통신회사 관계자의 말이다.

변모 과장이 회사 무선인터넷사업의 콘텐츠로 탤런트 누드, 여대생 누드 등을 선정하고 심야 상단메뉴에 게시해 주는 대가로 뇌물을 받은 건 물론 개인 차원의 비리다. 그러나 폐쇄된 성인물 심사구조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 회사의 경우 단지 직원 2명이 판단해 게재 여부를 결정해 왔기 때문이다. 다른 이동통신 회사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성인물은 호기심을 자극해 보고 나면 지인들에게 알려주고 싶다. 외부에 심사를 의뢰하거나 심사에 참여하는 직원수를 늘리기 쉽지 않은 것.

이 회사 관계자는 "다른 콘텐츠의 경우에는 별도의 심사 위원회를 두지만 성인콘텐츠는 유출 위험이 있어 실무 담당자에게 심사의 전권이 주어졌다"고 설명했다.

심사 과정에 다수가 참여할 경우 연예인 누드 사진 등이 인터넷에 유출돼 막대한 손실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객관적인 절차보다는 기밀 유지가 더 중요했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해당 이동통신회사는 성인물 CP 선정 과정에서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담당자를 자주 바꾸고, 심사시 특정인이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교차 체크하며, 윤리교육도 강화하기로 했다. 외부위원회에 맡기긴 힘들지만.

이같은 결정은 현실을 고려한 최선의 대책일 수 있지만, 이동통신회사의 근본적인 CP 선정 비리를 막기는 쉽지 않다. 아무리 윤리교육을 잘하고 내부 감사팀을 돌린다 해도 폐쇄구조로 설계된 이동통신사 무선인터넷 망에서 CP는 완벽한 '을'이고, 이동통신회사는 당연한 '갑'이기 때문이다.

현재 SK텔레콤, KTF, LG텔레콤이 서비스하는 무선인터넷서비스는 철저한 이동통신 회사의 통제 하에 놓여있다. 고객들은 내가 가고 싶은 사이트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없고, CP들은 이통사 무선인터넷플랫폼을 통하지 않으면 안된다.

초고속인터넷과 달리, 이동통신망 구조가 폐쇄돼 있기 때문이다.

강홍렬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박사는 이런 상황을 '수문장론'으로 비유했다. 그는 "대궐에 들어가려는데 문이 하나 밖에 없어 수문장에게 잘 보이기 위해 얼마씩 줘야 하는 구조가 현재의 이동통신 무선인터넷 서비스"라고 진단했다.

이번 사건은 그래서 개인비리로만 몰아붙이기 힘들다.

정보통신부는 성인물을 포함한 게임 등 디지털 콘텐츠의 유통구조에 주목하고, 이동통신회사들에 무선망 개방을 더 강하게 요구해야 할 것이다.

동시에 이런 불편함과 문제점이 개선된 와이브로(휴대인터넷)에서 콘텐츠산업이 활성화되는데 각별한 애정을 가져야 할 것이다.

한편, 경찰은 이번 사건을 수사하면서 다른 이동통신사 및 직원도 함께 조사했으나 혐의가 발견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우리 회사도 함께 조사했으나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면서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콘텐츠 관리 시스템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함께 조사 받은 두 업체의 경우에는 마스터CP(MCP)에 성인 콘텐츠 심사 및 관리를 위임하고 있으며 본사에서 담당자 1명이 이를 감독하는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강희종기자 hjka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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