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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공모가가 장외가격보다 싸면 이익은 '따 놓은 당상'?


올해 신규상장 종목 대부분이 장외가 하회…과열된 장외시장 '주의'

[아이뉴스24 한수연 기자] 최근 시장의 이목을 한 몸에 받고 증시에 입성한 종목들이 연이어 '따상(시초가를 공모가의 2배에 형성한 이후 상한가)'에 실패했지만, 공모가가 장외가격보다 저렴하면 상장 이후 수익이 가능하단 '달콤한 유혹'은 여전하다. 장외에서 거래되던 '몸값'이 있는 만큼 공모가가 이보다 싸게 책정되면 상장 이후 프리미엄이 붙어 주가가 더 오른단 논리다.

하지만 현실은 기대와는 달랐다. 올해 증시에 신규 상장한 종목들을 살펴보면 극소수 종목을 제외하곤 대부분 상장 이후 장외가격을 하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이 장외주식시장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어 투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단 얘기다.

장외주식시장은 정규주식시장인 코스피·코스닥에 비해 유통물량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증권가 시황판. [사진=아이뉴스24DB]
장외주식시장은 정규주식시장인 코스피·코스닥에 비해 유통물량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증권가 시황판. [사진=아이뉴스24DB]

22일 한국거래소와 비상장주식거래플랫폼 38커뮤니케이션, 서울거래소비상장 등에 따르면 올해 1월 코스닥에 상장한 씨앤투스성진은 상장 첫날은 물론 최근까지 장외가격을 하회하는 주가 수준을 보이고 있다.

마스크 제조업체로 유명한 씨앤투스성진은 당시 코로나19 재유행에 상장 기대감이 컸다. 공모가를 3만2천원에 확정했고 상장 전일 장외가격은 4만8천원까지 올랐다. 그러나 상장 당일 주가는 2만8천700원에 거래를 마치며 장외가격을 40%나 밑돌았다. 최근에는 2만원대 초반에서 거래되고 있는데 지난 5월에는 1만9천원대까지 떨어진 바 있다.

같은 달 상장한 핀테크전문기업 핑거는 공모가를 1만6천원에 확정한 뒤 장외에서 3만6천원에 거래되다 상장 첫날 시초가를 공모가의 2배인 3만2천원에 형성했다. 장중 주가는 상한가 직전인 4만1천500원까지 치솟았지만, 결국 2만9천1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장외가격을 19.16%나 하회한 수치다. 최근 주가 역시 2만원대를 횡보하고 있어 장외가격 회복이 요원한 모습이다.

2차전지 장비 제조업체인 유일에너테크는 상장일 직전 장외가격이 3만7천원으로 공모가 1만6천원의 2배가 넘었다. 상장 당일 종가는 시초가 대비 7% 넘게 뛴 3만4천500원으로 선방했지만, 역시 장외가격을 뛰어넘진 못했다. 그나마도 최근 주가는 1만9천원대까지 떨어진 상태다.

이외에도 전자기기 부품 연구개발 기업 솔루엠의 공모가가 1만7천원으로 상장 직전 장외가격 4만1천원대 수준에 한참 못 미쳤지만, 상장 당일 종가는 2만9천150원에 그쳐 장외가격을 28.90%나 밑돌았다.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라이프시맨틱스 또한 공모가(1만2천500원)가 장외가격(2만1천원)보다 저렴했지만, 상장 당일 하한가로 추락한 이후 지금까지 장외가격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예외도 있다. 고평가 논란에 시달리던 카카오뱅크는 공모가를 3만9천원에 확정한 뒤 상장 직전 장외에서 5만2천원에 거래됐는데, 시장의 우려를 딛고 상장 첫날 상한가(6만9천800원)로 장을 끝냈다. 장외가격 대비 34.23%에 이르는 수익률이다. 특히 주가는 이후로도 계속 상승세여서 수익률은 더 뛸 것으로 보인다.

장외주식시장은 정규주식시장인 코스피·코스닥에 비해 유통물량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 시장 참여자 파이가 한정된 데다 거래 편이성 또한 떨어지기 때문에 완전한 시장 가격으로 보기도 어렵다.

문제는 시중에 풀린 막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성공적인 기업공개(IPO)가 잇따르면서 투자자들이 장외주식시장으로 대거 몰리고 있단 점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장외주식시장인 K-OTC 거래대금은 이달 12일 기준 85억8천591만원으로 역대 최대다. 지난 2018년만 해도 27억원대에 그쳤던 K-OTC 시장은 2019년 40억원, 2020년 51억원을 넘어선 뒤 올해 상반기 64억원까지 몸집을 키웠다. 공모주 청약 열풍이 부른 장외주식시장의 '과열'이다.

때문에 단순히 공모가가 장외가격보다 낮게 책정됐다고 섣불리 투자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장외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은 보통 매도자 위주로 정해지기 때문에 해당 기업의 온전한 가치가 반영되어 있다고 보긴 어렵다"며 "기업의 실적이나 사업성에 입각한 투자의 기본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공모가가 장외가격보다 저렴한 종목이 있다면 이를 (투자에) 참조할 순 있지만 이후 주가는 오를 수도, 빠질 수도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며 "밸류에이션을 기본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수연 기자(papyru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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