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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그래서 'ESG 경영'이 뭔가요


[아이뉴스24 조석근 기자] 최근 기업들 사이 최고 유행어가 'ESG 경영'인 것 같다.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앞글자를 딴 단어다. 그러니까 '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라는 뜻인데 단어를 그저, 나열한 듯한 특이한 조어다. 의미가 잘 와닿질 않는다.

그래도 기업들은 업종을 불문, 사실상 거의 모든 업종에서 이 단어를 열심히 사용한다. 기업의 대외적 이미지와 관련된 수많은 활동을 'ESG 경영'이란 단어로 설명한다. 국제기구에 소정의 기부금을 제시할 때도 'ESG 경영' 차원이란 점을 강조하고 소외 이웃에게 김치와 쌀을 전달할 때도 'ESG 경영' 실현임을 꼭 덧붙인다.

임직원들이 서울 한강변, 등산로의 쓰레기를 치울 때도 ESG, 임직원들이 단체로 헌혈을 할 때도 ESG다. 식목일날 나무심기 행사를 할 때도 ESG 경영, 페트병 사용량을 줄이고 종이컵을 덜 쓰고 재활용 소재 비품을 쓸 때도 ESG 경영 실현이 목적이다.

영업용 차량을 고연비 차량으로 교체할 때도, 사무실 불과 컴퓨터를 일찍 끄는 것도 다 ESG 경영이 목표인 것이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ESG 경영인지 모르겠다. 어쩌면 ESG 경영이 아닌 부분을 찾는 게 더 빠를 것 같기도 하다.

ESG 경영은 해외 주요 연기금, 대형 투자자들이 투자 대상 기업의 경영윤리를 강조하는 차원에서 도입했다. 물론 세계적으로 대세인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문제는 ESG에 딱 부합하는 기준을 누구도 제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전 세계적으로 기업들의 ESG 지표를 평가하는 기관만 600여개다.

그 기준이 제각각인데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같은 세계적 기관이 낙제점을 부여한 기업이 국내 기관에선 상위 등급을 받는 일이 허다하다. 그 반대인 경우도 많다. 세계적으로 경영계의 메가트렌드라고는 인정되나 ESG 경영 수준을 평가할 통일된 기준이 없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기업 입장에서 투자자는 결국 외부인이다. 평가 주체가 산업 고유의 환경에 대한 충분한 정보와 이해도를 갖지 못한 경우 투자자는 물론 기업도 난감해진다. 환경에도, 사회적 기여에도, 지배구조에도 별로 득이 될 수 없는 상황이다.

금융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련 부처들이 한국형 ESG 기준 정립에 나선다고 한다. 경영자총협회,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계 단체들도 모호한 ESG 개념과 기준에 여러 차례 문제를 제기했다. 정부와 기업 사이에서 많은 의견교환이 이뤄졌으면 한다. 어디까지가 ESG 경영에 부합하는지 모호하기만 한데 자사의 ESG를 자랑하는 홍보 문구는 넘쳐난다.

/조석근 기자(mysu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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