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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돋보기] 'KT미디어허브' 실패 또 없다…'KT스튜디오지니' 재도전


IPTV 정체 위기 돌파·글로벌 협상력 강화·주가 부양 '청신호'

쏟아지는 정보통신기술(ICT) 현안을 잠시 멈춰 서서 좀 더 깊숙히 들여다봅니다. 'IT돋보기'를 통해 멈춘 걸음만큼 보다 심층적으로 분석하되, 알기 쉽게 풀어쓰겠습니다. [편집자주]

[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내년부터 콘텐츠 투자를 본격화, 교육과 휴식, 돌봄 등 미디어 플랫폼을 바탕으로한 홈의 변화를 이끌겠다."

KT 구현모 대표 [/사진=KT]
KT 구현모 대표 [/사진=KT]

구현모 KT 대표(사장)는 지난해 10월 그랜드 인터콘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에서 열린 '디지털-X서밋'에 이어 대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4가지 분야에 집중하겠다고 밝히며, 고객거래(B2C) 부문에서는 미디어를 첫번째로 꼽았다.

당시 콘텐츠에 대한 본격적 투자를 선언한 내년은 이미 도래했다. 그 첫 시작으로 KT는 KT그룹 미디어 플랫폼 역량을 기반으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줄 'KT 스튜디오지니'를 신설하기로 했다. 과거 한국판 파라마운트를 꿈꾸며 출범한 'KT 미디어허브'의 실패 이후 6년만에 재도전에 나서는 셈이다. 그 때의 실패를 거울삼아 제2의 도약에 나서겠다는 포부다.

28일 KT는 투자 및 기획, 제작, 유통까지 아우르는 콘텐츠 전문기업 'KT 스튜디오지니'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초대 대표이사로는 KT그룹내 콘텐츠 전문가로 알려진 윤용필 스카이TV 대표가 맡는다. 오는 28일 법인 등기 접수에 이어 상반기 중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KT는 "KT그룹이 보유한 강력한 미디어 플랫폼을 기반으로 국내 유력 제작사들과의 협업을 강화해 KT 스튜디오지니를 국내 최고 수준의 콘텐츠 사업자로 성장시킬 것"이라며, "경쟁력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보하는 한편 K-콘텐츠 육성과 생태계 확장을 주도하며 콘텐츠를 KT그룹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KT의 대표적인 미디어 플랫폼인 IPTV '올레tv' 매출은 지난 2014년 7천억원 수준에서 지난해 1조8천억원까지 성장한 것으로 예측된다. 케이블TV사업자 현대HCN을 품에 안은 위성방송 KT스카이라이프와 함게 전체 매출 규모는 약 2조8천억원 수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즌과 실감형 미디어(IM)까지 합산한다면 3조원에 육박하는 압도적 1위 사업자로 군림하게 된다.

다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내외부적으로 거듭되는 도전을 받고 있다. 새로운 유형의 OTT는 넷플릭스를 중심으로 미디어 시장에 파괴적 혁신을 도모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국내 네트워크 트래픽 중 2위에 오를 정도로 맹위를 떨치고 있다.

또한 분야를 가리지 않고 합종연횡이 거듭되고 있는 콘텐츠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신속한 태세전환이 절실한 시기이기도 하다.

SK텔레콤은 카카오와 혈맹을 맺고 웨이브와 카카오TV의 콘텐츠 협력이 이뤄지고 있으며, 카카오는 오리지널 IP를 기반으로 글로벌 진출을 도모할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M의 합병을 결정,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출범한다. JTBC와 합작법인 티빙을 분사 설립한 CJ ENM은 네이버와 협력해 세를 늘리고 있다. 게임업체인 엔씨(NC)도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KT미디어허브
KT미디어허브

◆ 2년만에 무너진 KT미디어허브…리스크만 남겼다

KT가 미디어 사업 본격 추진을 위한 자회사 설립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2년말 이석채 전 KT 회장이 한국판 파라마운트를 이루겠다는 포부로 설립한 KT미디어허브가 대표적이다. KT미디어허브는 통신사 내부에서 날개를 펴지 못한 미디어 산업을 일으키기 위해 인수합병 과정에서도 독자 분사된 이례적 사례로 기록된다.

당시 KT는 공격적 행보를 이어갔다. 김주성 전 CJ엔터테인먼트 대표를 KT 미디어앤콘텐츠(M&C)부문장으로 영입하고 이후 KT미디어허브 초대 대표로 선임했다. 콘텐츠를 배급하고 제작, 유통까지 턴키 방식으로 지원하겠다는 포부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

1천억원의 콘텐츠 펀드조성사업을 시작하는 한편, 중소미디어 기업 직접 투자를 병행하면서 콘텐츠 제작사를 육성해갔다. 서비스 개발과 콘텐츠 유통에 강점을 가지고 IPTV 서비스 고도화와 신규 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매진했다. 단순한 투자를 넘어 싸이더스와 지니, 유스트림 등 미디어 인프라를 모아 콘텐츠 플랫폼으로 도약하고자 했다.

다만, 이같은 야심찬 목표는 2년만에 날개가 꺾였다. 미디어 사업 컨트롤역할을 담당하겠다고 선언했으나 실제 역할은 반쪽에 그쳤기 때문.

KT의 유료방송 사업은 IPTV 영업과 마케팅을 담당하는 본사와 위성방송을 전담하는 KT스카이라이프가 있었기에 KT미디어허브가 수행할 수 있는 분야는 콘텐츠 유통만을 가져가는 형태였다. 즉, 콘텐츠 수급을 대행하는 정도의 수준이었던 것. 또한 KTH 등 관련된 다른 자회사 대비 존재감이 낮은 것도 영향을 끼쳤다.

게다가 1년간 KT미디어허브를 이끌던 김주성 전 KT미디어허브대표가 2014년 퇴사를 결정하면서 선장을 잃었다.

그 와중에 그룹내 불협화음도 사업 추진에 악영향을 끼쳤다. KT 본사에서 미디어 사업을 담당하던 핵심 인원들이 KT미디어허브로 전환, 편입되면서 내부 불만이 폭발했다. 끝까지 전환을 거부했던 인원들은 뿔뿔히 흩어졌으나 미디어 특성상 다시 KT 미디어사업 관련 부서로 복귀하면서 낯뜨거운 상황이 연이어 발생하기도 했다. 게다가 의사결정도 원만하게 진행되지 갈등이 증폭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차기 회장으로 취임한 황창규 전 KT 회장이 경영 효율성 향상과 사업간 시너지 효과를 강화하는 한편 매출 증대를 위해 2015년 KT미디어허브를 본사로 흡사 합병하기에 이르렀다.

KT 관계자는 "분사와 통합 과정에서도 아까운 인재들을 많이 떠나기도 했으나, 남아있던 직원들도, 당시 신설회사 출범에 따라 대규모 충원된 직원 간의 어색한 동행이 계속되면서 어려움이 가중된 바 있다"라며, "새로운 실험적 도전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긍정적이었으나, 결론적으로 실패한 사업이었다"라고 설명했다.

'KT 라이브 스테이지' 생중계 현장  [/사진=KT]
'KT 라이브 스테이지' 생중계 현장 [/사진=KT]

◆ KT 내부 IPTV 3년내 추락 우려…콘텐츠 벨류체인 완성해 주가 부양 '청신호'

KT미디어허브와 달리 KT스튜디오지니는 형태부터 역할이 다르다.

출범에 앞선 기획 단계이기는 하나 대체적으로 KT의 관련 조직을 분사해 역할을 배분하는 것이 아니라 KT그룹의 미디어콘텐츠 사업을 뒷받침하기 위해 완전히 새롭게 자회사를 설립하는 형태를 염두에 두고 있다. 즉, KT미디어허브와 같이 조직 분할이나 인력 재배치 등의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

플랫폼 사업으로 IPTV '올레tv', 위성방송 'KT스카이라이프', OTT '시즌', 음원서비스 '지니뮤직'과 더불어 원천 IP로서의 '스토리위즈', 콘텐츠제작 능력을 겸비한 '스카이TV', 콘텐츠 유통 및 커머스와 연계된 'KTH', 광고 솔루션 '나스미디어'와 '플레이디'가 모두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러한 기반 하에 KT스튜디오지니는 콘텐츠기획 및 제작, 유통과 콘텐츠 펀드조성 및 운영, 외부협력 및 제휴, 외부 투자유치, 그룹사간 시너지방안의 모색 및 도출에 집중한다.

즉, 오리지널 콘텐츠를 통한 플랫폼 역량 개선, 콘텐츠제작사들과의 제휴와 관련한 협상력 강화, 콘텐츠 외부 투자 유치 활성화 등의 이점을 얻게 된다.

노창희 미디어미래연구소 방송통신정책센터 부센터장은 "현 대세로 읽히는 스트리밍 서비스 산업에서 본원적 경쟁력은 콘텐츠로, 확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핵심 역량이다"라며, "KT의 도전은 자연스러운 시대 흐름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KT 입장에서는 오리지널 IP 콘텐츠 확보는 수직계열화된 벨류체인을 완성할 수 있는 단초다. 이미 1천200만 가입자를 확보한 플랫폼 우위를 점하고 있기에 콘텐츠 투자 선순환 구조를 가져가기에 유리한 구조다.

다만, 플랫폼 우위만을 내세울 수는 없는 실정이다. 과거 플랫폼이 주도했던 미디어 시장에서 콘텐츠로 일대전환이 이뤄지는 모양새다. KT 내부에서도 IPTV 사업의 미래를 3년으로 제한하는 등 위기 의식이 깔려 있는 것 역시 이번 도전의 배경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각 플랫폼 사업자의 콘텐츠 역량이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다수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가 부양이라는 핵심 목표를 세운 KT로서는 콘텐츠 사업은 꼭 쥐어야만 하는 열쇠다. 미래 성장 가능성 지표로 콘텐츠가 앞선 사례로 넷플릭스뿐만 아니라 테슬라에게서도 읽히는 대목이다.

김용희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는 "넷플릭스나 디즈니, 테슬라 등 각 분야의 플랫폼 사업자들이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는 말은 콘텐츠 역량이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기에 가능하다"라며, "미디어 플랫폼 사업에서는 자체제작을 하지 않으면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그런 의미에서 IP를 관리하고 유니크한 콘텐츠를 생산해내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다만, 미디어 콘텐츠 사업의 특성상 대규모 투자가 선행돼야 하며, 실제 사업의 진정성은 초기 투자비용이 입증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외부 투자 유치 및 글로벌 사업자와의 협력이 중요하다. 앞선 사례로 스카이TV가 꼽힌다. 스카이TV가 자체적인 콘텐츠 제작 역량이 없었다면 디스커버리와 함께 스튜디오디스커버리 합작법인 설립까지 나아가지 못했을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이는 KT가 'KT 스튜디오지니'를 통해 다양한 협력관계를 만들어나가는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한편, KT 스튜디오지니는 법인 운영을 위한 준비 과정을 거쳐 상반기 중 본격적인 사업을 개시할 계획이다. 콘텐츠 기획 및 제작의 전문성 강화를 위한 인재 영입도 적극 타진 중이다.

김문기 기자 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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