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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과학] 30만 시간에서 찾은 ‘그들만의 소리’, 남극 고래 소리 듣다


극지연구소, 남극 대왕·긴수염고래 활동 모니터링 체계 구축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대왕고래는 출산을 위해 열대 바다로 이동한다. 이어 새끼와 함께 5000km를 헤엄쳐 먹이가 풍부한 남극해로 돌아오는 동물로 알려져 있다. 대왕고래 등 남극 고래의 소리만을 분리하는데 국내 연구팀이 큰 성과를 얻었다.

20년 동안 약 30만 시간의 소리에서 얻은 성과물이다. 이 소리는 고래의 개체 수나 활동반경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다.

극지연구소(소장 강성호) 연구팀은 남극 바다에서 기록된 수십만 시간 길이의 소리에서 대왕고래와 긴수염고래의 소리만 분리하는 데 성공했다.

대왕고래(흰긴수염고래, blue whale)와 긴수염고래(fin whale)는 지구에 현존하는 가장 큰 동물들이다. 물속에서 멀리까지 전파되는 저주파(약 20Hz)의 소리를 발생해 서로 대화한다. 이 소리는 개체 수나 활동반경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된다.

이전에는 전문가들이 수작업으로 관측 자료를 분석했다.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었다. 분석결과의 통일성도 떨어졌다. 남극 바다에서 오랜 시간 체계적 관측이 힘든 것도 고래연구의 어려운 점으로 꼽혔다.

극지연구소와 호주 남극연구소, 미국 해양대기청, 프랑스 브리타니 대학, 남아공 프레토리아 대학 등이 참여한 국제공동연구팀은 남극의 소리를 안정적으로 담을 수 있는 무인 자율 수중음향 관측 장비를 도입해 지난 20여 년 동안 30만 시간의 자료를 확보했다.

연구팀은 저주파 소리의 특징을 활용해 음향관측 자료에서 이들 고래의 소리를 자동으로 찾아내는 방법을 개발했다. 2014년 대왕고래 신호의 경우 세종기지 근처에 가장 많이, 장보고기지 근처에서 가장 적게 나타났다.

이번 연구로 식별된 10만 건 이상의 고래 신호 자료는 일반에 공개됐다. 인공지능(AI)기술과 만나 고래의 시공간적 움직임을 파악하는 데 이바지할 것으로 평가된다. 대왕고래는 출산을 위해 열대 바다로 이동했다가 새끼와 함께 5000km를 헤엄쳐 먹이가 풍부한 남극해로 돌아오는 동물로 알려져 있다.

거대 고래들은 배설물이 광합성을 하는 식물 플랑크톤의 먹이가 되거나 죽은 후 다량의 탄소를 품고 바다로 가라앉는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대왕고래와 긴수염고래는 20세기 들어 각각 수십만 마리가 포획돼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됐다. 관측 자료 부족으로 정확한 개체 수 파악도 어려운 상황이다.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실렸다. 수중음향 관측 장비는 남극 빙하의 움직임 파악에도 활용된다.

이원상 극지연구소 빙하환경연구본부장은 “남극 바다에 설치한 관측망을 활용해 멸종 위기종과 다른 해양동물들의 서식 연구와 더불어 기후변화가 남극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등으로 연구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10만 시간의 고래 소리를 우선 선별했고 앞으로 고래 움직임과 소리를 특정해 어떤 상황에서 고래가 특정 소리를 내는지 추가 연구할 것"이라며 "대왕고래는 현재 멸종위기종으로 빠져들고 있는데 이들이 1년 동안 구체적으로 어떤 경로로 이동하고 있는지 아는 것은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세종=정종오 기자 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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