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회고록④] 마침내 열리는 싱가포르 정상회담

트럼프는 중국 훼방으로 판을 깨려고 했었다…북한 반대로 내용 없는 합의문만


[아이뉴스24 김상도 기자] "캠프 데이비드 교환대입니다." 처음 듣는 인사말이었다. 교환원은 대통령이 통화하고 싶어 한다고 알렸다.

“김정은 서한은 매우 친근했는데, 그렇지 않은가?” 트럼프가 물었다. 나는 “본질적이지는 않았다”고 대답했지만, 트럼프 말에는 동의했다.

트럼프는 “그게 일종의 과정이다. 나는 이제 이해하게 됐는데, 서로를 알기 위한 만남을 가진 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두고 보자는 것이다. 내가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CVID가 완성될 때까지 경제 제재 완화나, 한국전 종전 선언은 불가하다는 내 생각을 강조했다.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열린 2018년 6월12일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만나고 있다. [코기트]

트럼프는 “매우 좋았다”며 전화를 끊었다. 사실 트럼프는 정확히 그가 언론으로부터 얻기 원하는 것을 얻었다. 주요 신문들은 “6월12일 싱가포르 정상회담 재개”로 제목을 뽑았다.

나에게는 또 다른 문제가 하나 있는데, 언론의 추측보도에 대응하는 것이었다. 내가 북한 문제에서 제외돼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빠진다는 보도였다. 나는 켈리에게 말했다. “이런 일은 전에도 몇 번 겪었다”며 지난 번 김영철 회담에서 내가 제외된 것은 단순한 우연이고, 싱가포르 회담에서 빠지라는 의미는 아닐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켈리도 김영철과의 회담장에 내가 없어서 놀랐었다고 말했다. 켈리도 원래 회담장에 참석하지 않을 예정이었는데, 트럼프가 요구해서 참석하게 됐다. 나는 언론보도를 다시 생각해 보았다. 내가 싱가포르에 가지 않는다면 나는 내 일을 할 수 없을 것이고, 따라서 사임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켈리는 트럼프에게 이야기해 보겠다고 말했고, 나는 먼저 첫 번 째 조치로 그렇게 하기로 했다. 그 날 늦은 아침 켈리는 김영철 회담에 내가 빠진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고, 내가 싱가포르 회담의 전 과정에 참석할 것이라고 켈리가 전해줬다. 나로서는 매우 만족스런 순간이었다.

그해 6월5일 화요일 폼페이오와 나는 트럼프와 점심을 먹었는데, 한 가지 중요한 토픽은 문 대통령이 계속해서 싱가포르 정상회담에 참가하고 싶어한다는 것이었다. 그러한 의중은 한국이 흘리면서 이미 아시아 언론들에 보도된 바 있다. 폼페이오와 나는 한국의 카운터파트에게 생각을 설명했다.

점심에서 나눈 나쁜 뉴스는 한국전쟁 종전 발언을 할 수 있다는 트럼프의 환상이었다. 나도 어느 시점에서는 북한에 그러한 양보를 할 의사가 있지만, 공짜로 양보할 수는 없는 것인데, 트럼프는 그러한 양보를 할 준비가 돼 있었다.

그러한 양보는 트럼프에게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는 그것이 단지 몸짓이고, 언론의 엄청난 각광을 받을 것이며, 국제적인 파장은 별로 알지 못했다. 점심 후 폼페이오와 나는 사무실로 걸어왔다. 종전 선언 대신에 제공할 대안을 만들어야 했는데,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트럼프는 김정은을 만나러 간다며 들떠 있었다. 싱가포르에 도착한 트럼프는 비행기 안에서 잠을 제대로 못 잤는지, 전보다 더 피곤해 보였다. 트럼프는 김정은의 도착 소식과 자신의 도착 소식을 전하는 뉴스를 보면서 매우 만족해했다. 공항에 내린 후 트럼프는 원래 예정인 화요일보다 하루 앞선 월요일에 김정은을 만나기로 경정했다. 나도 동의했다.

우리는 트럼프가 김정은을 만나기 전 시간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스케줄을 좀 느슨하게 잡았다. 싱가포르에서 소비하는 시간이 줄어들수록, 트럼프가 양보하는 시간도 줄어들 수 있다. 싱가포르에서 완전한 난관 없이 탈출할 수만 있다면 우리는 사태를 궤도에 다시 올려놓을 수 있다.

트럼프는 월요일 리센룽 싱가포르 총리를 이스타나궁에서 만났다. 이 궁전은 과거 영국 총독의 관저로 쓰는 곳이었는데, 지금은 총리 관저와 사무실로 쓰이고 있었다. 폼페이오와 나는 트럼프와 함께 대통령 리무진인 ‘비스트’를 타고 이동하고 있었는데, 트럼프가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을 발견했다.

싱가포르 정상회담 과정에서 볼튼 보좌관과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도로에서 환담하는 모습. [코기트]

트럼프는 김정은과의 회담이 실패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이유를 중국의 압력 탓으로 돌렸다. 트럼프와 리센룽은 양자회담을 했고, 이어 리센룽이 트럼프를 오찬에 초대했다. 발라크리쉬난 싱가포르 외무장관이 얼마 전 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해 평양에 다녀왔는데, 북한이 경제적으로 피폐해 있으며 핵보유국이 됐다고 믿는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짧은 회담을 위해 긴 비행을 했다고 대답했다. 발라크리쉬난 장관은 미국이 이미 세 가지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하나는 이미 회담이 시작됐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트럼프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극단적 압력’으로 되돌아갈 수 없게 됐고, 나머지는 중국이 진정한 전략 게임의 상대임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다.

칼라크리쉬난 장관은 매우 확신에 차 있었고, 그의 말을 들은 트럼프는 행복할 수가 없었다. 점심이 끝난 후 호텔로 돌아왔고, 난관에 봉착한 북한과의 회담을 위해 폼페이오가 현 상태에 대해서 브리핑을 했다. 트럼프는 '선전 연습'이라고 말했는데, 그는 정상회담 전 과정을 그렇게 표현했다.

트럼프가 싱가포르 주재 미국 대사관직원들을 만나고 있는 동안 켈리는 나에게 말했다. “김정은을 선제공격하기 위해 트럼프는 회담장을 박차고 나갈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나도 동의했는데, 중요한 양보를 회피할 수 있어 다소 희망적이었다. 미국 대사관 직원들과 인사가 끝난 후 트럼프는 샌더서, 켈리, 그리고 나에게 내용이 없는 성명에 사인을 하고, 기자회견에서 승리를 선언한 후 떠나자고 지시했다.

트럼프는 김정은이 중국 및 러시아와 미국에 불이익을 주기 위해 회담을 가졌다고 불평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싱가포르는 잘 했다고 덧붙였다.

“중국을 포함해서 국경을 개방한데 대해 더 많은 제재를 가해야한다. 김정은은 거짓말쟁이다. 우리는 지금 당장 300가지 이상의 제재를 가할 수 있다”라고 트럼프가 말했다. 그러나 나는 켈리와 함께 트럼프에게 가서 그 날 결정해야 될 옵션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트럼프는 여전히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 참가를 원하는 문 대통령에게 이야기했다. 그러나 당시 문 대통령이 싱가포르 3자회담 참가는 명백히 불가능했다. 그리고 그는 싱가포르에 와 있지도 않았다. 우리는 김정은을 고무시키기 위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제작한 간단한 ‘분위기 전환용’ 비디오도 트럼프에게 보여줬다. 트럼프는 이 비디오를 김정은에게 보여줬다.

내용은 북한이 핵무장을 포기하면 북한의 경제가 얼마나 희망적으로 바뀔 수 있나 하는 것이었다. 트럼프는 이 비디오를 기자회견장에서도 보여줬다.

북한과의 협상은 하루 종일 계속됐는데, 합의가 거의 가까웠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일단의 국무부, 국방부, 안보실 관리들이 작성한 ‘오후 6시 텍스트’라는 제목이 달린 문서를 훑어보았다. 나는 솔직히 트럼프가 그 문서에 서명하라고 권하고 싶지 않았다.

북한은 CVID에 합의하는 것을 거부했다. 그들은 문서의 자구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개념을 거부했는데, 정상회담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으로 나에게는 비쳐졌다. 나는 구체적인 것을 얻어내기 전까지는 전쟁 종식에 대한 말에 대해 합의를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폼페이오는 내가 비난하는 말들에 대해 방어적인 입장을 취하지 않았다. 그는 나쁜 합의에 서명하는 것보다는 사인을 하지 않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 폼페이오는 트럼프가 어떤 것이든 사인하기를 원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묵시적 동의가 있었던 것처럼 참모들이 폼페이오와 나만 방에 내버려두고 떠났다. 업치락뒤치락을 한 끝에 비핵화와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1718(북한이 탄도미사일이나 핵실험 금지를 요구하는 규정)을 포함시키기로 했다.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우리는 간단한 성명만 남기기로 했다. 모두들 밤 세워 협상을 할 준비를 했다. 트럼프는 이미 초저녁에 잠이 들었다. 솔직히 자신 만을 위해서 아침까지 내쳐 곯아떨어질 것이다.

김상도기자 kimsangd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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