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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삼성·팬택, SK텔레텍 사업확대 놓고 '팽팽'


 

SK텔레텍의 단말기 사업확대를 놓고 강행하려는 SK텔레콤과 이를 막으려는 삼성전자, 팬택계열 간의'수면밑 신경전'이 이제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사이에 둔 '실력행사'로 확전되고 있다.

특히 정보통신부가 "휴대전화 산업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 서비스 시장에 대해 지배력이 큰 S(SK텔레콤)그룹의 단말기 사업 확대 진출에 제동을 걸 필요가 있다"는 내용의 내부문건을 작성한 것이 드러나면서 갈등은 새로운 국면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정통부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의원입법 형식으로 오는 9월 정기국회에 제출키로하고 내부 전담팀까지 꾸린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의 발단

말싸움에서 이제는 정통부와 국회를 낀 몸싸움으로 치닫기 시작한 SK그룹과 삼성· 팬택 간의 힘겨루기는 'SK텔레텍의 단말기 사업확대'가 직접적인 도화선이 됐다.

SK텔레텍은 작년말 김일중 사장의 부임과 함께 2007년까지 세계 톱10안에 드는 글로벌 단말기 제조사로 거듭나겠다는 중장기 비전을 발표했으며, 이를 위해 현재는 중단했지만, 불과 한두달 전만해도 벨웨이브, 맥슨텔레콤 등 중견 휴대폰 업체들과 인수합병(M&A)을 추진했다.

또한 중국 CDMA 단말기 사업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는 다탕텔레콤, 현지 유력 그룹인 천지그룹 등과 함께 합작사 설립을 추진, 오는 10월에는 대외적으로 발표할 채비를 하고 있다.

또 국내를 비롯해 이스라엘, 대만 등의 CDMA 시장에 치중해온 SK텔레텍은 내년부터는 PCS 시장, GSM 시장, 북미시장 등의 직접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삼성전자, 팬택 등은 이 같은 SK텔레텍의 움직임에 대해 상당한 '잠재적 위협'으로 여기고 있으며, '초기에 싹을 잘라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같은 서비스 사업자의 단말기 자회사지만, KTF테크놀로지(KTFT)의 존재는 봐줄 수 있어도 SK텔레텍은 봐줄 수 없다는 인식에서 이 같은 위협감을 엿볼 수 있다.

더욱이 이동전화 3사 모두가 자회사나 계열사를 통해 지난 96년부터 단말기 사업을 해왔는 데도 불구하고 그 동안 용인하고 있다가, 올해 갑자기 'SK텔레콤의 단말기 사업확대 제한'을 요구하고 나선 것은 SK텔레텍의 사업확대를 그 만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얘기다.

SK텔레텍은 지난 해 109만대를 공급, 시장점유율 6.9%에 그쳤지만, 1825세대에서 애니콜에 맞먹는 브랜드로 인정받고 있어 단말기 제조업체들에게는 이미 상당한 위협으로 부각돼 있다. 브랜드는 바로 판매실적의 선행지표이기 때문이다.

또 국내 단말기 시장의 절반 이상을 좌지우지하는 SK텔레콤의 자회사이기 때문에, 신세기통신과의 기업결합조건으로 붙은 '2005년까지 SK텔레콤의 SK텔레텍 단말기 구매 물량 연간 120만대 이하' 규제가 풀리면 그 파괴력이 상당할 수 있다고 제조업체들은 보고 있다.

가뜩이나 시장포화로 내수 경쟁이 치열한 데, SK텔레텍조차 영토확장을 위해 공격적 마케팅을 시도하면 공급과잉상태의 심화로 피해가 클 수 있다는 염려도 깔려 있다.

미래 시장을 놓고 벌써부터 불붙고 있는 삼성·팬택과 SK텔레텍 간의 기싸움이 이번 'SK그룹의 단말기 사업 확대 논란'의 진짜 이유인 셈이다.

◆"불공정 행위유발"...삼성·팬택

삼성전자 휴대폰사업부 이기태 사장은 지난 7월15일자 조선일보 기사에서 "서비스 업체가 제조업을 겸업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으며, 심각한 불공정 행위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기태 사장의 이 발언은 삼성·팬택의 주장을 대변한다.

삼성·팬택은 "지배적인 사업자가 단말기 제조업을 겸하는 것은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시장 경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 회사 관계자는 "정통부가 서비스 사업자의 별도 전담회사를 통한 단말기 제조업 겸업을 허용한 것은 당시 남발한 PCS 사업권을 받을 곳이 없자, LG전자나 삼성전자를 끌어 들이기 위해 변칙적으로 허용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하지만, 이는 전체 시장점유율 20%선인 LG전자가 LG텔레콤에 40~60% 이상을, 전체 시장점유율 10% 이하인 KTFT가 KTF에 30% 이상을 납품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을 현재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SK텔레텍은 지금이야 규제 때문에 LG전자나 KTFT처럼 모회사나 계열사에 공급하는 비중이 높지는 않지만, 규제가 풀리면 사업자 중심의 국내 단말기 유통구조를 볼 때 선례를 따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우려다.

때문에, 지금이라도 "서비스 사업자의 별도 전담회사를 통한 단말기 제조업 겸업을 불허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이뉴스24가 최근 입수한 두 회사측에서 대정부 설득용으로 만든것으로 보이는 '휴대폰 제조부분의 불공정성 심화에 대한 우려'라는 1쪽짜리 문건도 역시 "이동통신 사업자가 단말기 제조업을 겸하는 것은 시장논리를 왜곡,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게 자명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욱이 SK텔레콤과 LG텔레콤 간의 교차 거래를 통한 단말기 자회사 지원이 가능하기 때문에 아예 서비스 사업자의 단말기 제조업 겸업을 없애야 한다는 극단적인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SK텔레콤, "사업확대는 생존차원"

SK텔레콤은 "SK텔레텍의 단말기 사업확대 추진은 생존 차원에서 불가피하게 추진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SK텔레텍은 삼성전자, LG전자, 팬택계열 등 국내 빅3에 비해 사업규모가 훨씬 적기 때문에 향후 생존을 위해서는 몸집을 키우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 해 삼성전자는 총5천406만대, LG전자 2천743만대, 팬택계열 1천141만대를 각각 국내외 시장에 공급해 독자 생존이 가능한 연간 1천만대 이상의 규모의 경제를 마련한 반면, SK텔레텍은 184만여대를 공급하는 데 그쳤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전세계 단말기 시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며 "브랜드 파워, 다양한 제품 라인업, 적기개발, 출시능력 등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일정 수준 이상의 공급량을 확보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한 대기업군과 그렇지 못한 중소기업군 사이에는 갈수록 명암이 엇갈릴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또한 국내 빅3인 삼성, LG, 팬택 등의 시장점유율을 모두 합하면 80% 이상에 달하는 반면, 자사 시장점유율은 고작 6~7%에 머물고 있어 벌써부터 '서비스 사업자의 지배력이 단말기 시장에 전이된다'는 얘기는 말그대로 우려일 뿐 이라는 설명이다.

때문에 현실을 무시한 채 미래에 대한 우려만으로 규제를 만든다는 것은 과잉규제일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하고 있다.

또한 지금은 M&A 추진을 중단했지만, 자사가 추진한 중견·중소업체 인수는 해외 기술 유출을 막고, 달러를 더 많이 벌어 올 수 있는 세계적인 단말기 제조사를 만들 수 있는 시도로, 오히려 우리나라 휴대폰 산업의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데 일조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자회사 밀어주기' 등이 우려가 된다면 공정거래법의 '계열사 차별행위 금지' 규정으로 규제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향후 쟁점들

우선, 휴대폰 시장에서 '서비스 따로, 단말기 따로'의 전문화 정책이 더이상 실효성이 있는가 여부다.

삼성·팬택이나 정통부는 전문화 정책을 통해 "서비스는 첨단 인프라 구축과 신규 서비스 개발에 전념하고, 제조사는 첨단 제품 개발에 주력해 수출 산업화에 기여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삼성전자가 실질적인 세계 2위의 휴대폰 제조사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도 이 전문화 때문에 가능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반대로 휴대폰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으며, 삼성전자, LG전자, 팬택계열 등이 세계 시장 10위권에 대거 포진할 만큼 경쟁력도 확보한 상태여서 더 이상 단말기 제조업 보호와 육성을 위한 전문화 시책이 의미가 없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또 컨버전스 시대를 맞아 앞으로는 서비스와 기기 사업을 유기적으로 함께 끌고 갈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요구도 서비스 사업자들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또 이제와서 전기통신사업법을 다시 바꿔 서비스 사업자의 단말기 자회사를 없애라는 것도 논란거리다.

기간통신사업자의 허가 결격 사유를 다시 고치면 물론 가능하다. 하지만, 8년전에 풀어준 것을 다시 막는 것이어서 그동안 합법적으로 성장해온 한 기업을 이제와서 없애라는 것은 '소급적용 금지'와 '사유재산 침해'로 위헌 시비를 빚을 수 있다.

또 형평성 논란도 예상된다.

삼성·팬택이 지금 당장 서비스 사업자의 단말기 수직계열화로 문제시하고 있는 것은 LG전자와 KTFT다. 그런데, 정작 우려 때문에 SK텔레텍을 지금 당장 규제하라는 것은 형평성 논란을 부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

물론, SK텔레텍이 시장지배 사업자인 SK텔레콤의 자회사라는 점에서 삼성·팬택의 우려도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다.

이관범기자 bum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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