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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아세안 항공자유화 합의…마냥 웃지 못하는 항공업계


"노선 확대 기회" vs "오히려 위협"…엇갈린 시각

[아이뉴스24 서민지 기자] 정부가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서 싱가포르, 브루나이 등과 직항 항공자유화에 합의하면서 하늘길이 넓어졌다. 다만, 시각은 엇갈리고 있다.

국적항공사들은 노선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반면 외항사들의 시장 확대가 가속화될 수 있어 오히려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2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3일과 24일 한·아세안 정상회의를 통해 싱가포르, 브루나이와 직항 자유화에 합의했다. 한국과 싱가포르·브루나이 직항 노선에서 운항도시, 운항횟수, 운항기종에 대한 제한이 사라지는 것이다.

하늘길이 넓어졌지만 항공사들은 마냥 좋아하지 않는 분위기다. 해당 노선을 운항하는 항공사가 일부인 데다 새롭게 취항할 수 있는 항공사도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2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싱가포르, 브루나이와 직항 항공자유화에 협의한 것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2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싱가포르, 브루나이와 직항 항공자유화에 협의한 것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현재 브루나이 노선은 국적항공사에서 대한항공이 유일하게 운영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로열브루나이항공과 코드셰어를 통한 공동운항을 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경우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이 운항 중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인천발, 제주항공은 김해발 싱가포르 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대형항공사 입장에서는 수요가 적은 브루나이 노선을 적극 확대할 이유가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싱가포르 노선은 대형항공사들이 이미 운수권을 확보한 만큼 저비용항공사(LCC)의 신규 진입을 기대해야 하지만, 이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다.

브루나이, 싱가포르 노선을 운항하기 위해서는 중거리 노선을 소화할 수 있는 기재가 필요하지만, LCC가 보유하고 있는 기재는 대부분 단거리 여객기다. 그나마 LCC가 보유하고 있던 중거리 여객기 보잉 737 맥스는 잇단 사고로 전 세계적으로 운항이 중단된 상태고, 보잉 777 항공기를 갖고 있는 진에어는 국토부 제재로 신규 노선 취항을 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노선 자유화가 됐다는 것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실제로 취항할 수 있는 항공사들은 많지 않다"며 "현재로서는 노선 확대가 가능한 항공사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인데, 이미 운항하고 있는 노선을 확대할지는 지켜봐야 하고, 오히려 외항사가 시장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브루나이 항공회담으로 우리나라의 주요 경제 파트너인 아세안 국가 10개국 중 9개국과 직항자유화를 달성하게 돼 아세안과 연결성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며 "노선다변화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는 우리 항공업계에도 새로운 기회가 제공될 것"이라고 밝혔다.

2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3일과 24일 한·아세안 정상회의를 통해 싱가포르, 브루나이와 직항 자유화에 합의했다. [사진=청와대]
2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3일과 24일 한·아세안 정상회의를 통해 싱가포르, 브루나이와 직항 자유화에 합의했다. [사진=청와대]

특히 5자유 운수권 확대가 국적항공사에 주는 실익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5자유는 상대국이나 타국을 경유하는 형태의 운항 방식을 말한다. 예컨대 한국~싱가포르·브루나이~제3국, 한국~제3국~싱가포르·브루나이 형태로 운항하는 것이다.

한국~싱가포르~제3국을 잇는 이원 5자유 운수권은 주 10회에서 14회로 증가했고, 한국~제3국~싱가포르를 잇는 중간 5자유 운수권은 주 14회 신설됐다. 브루나이 역시 타국을 경유해 우리나라와 브루나이를 운항하거나 우리나라와 브루나이가 상대국을 경유해 타국으로 운항할 수 있는 5자유 운수권이 주 4회 신설됐다.

하지만 싱가포르 특성상 우리나라보다 환승 수요가 많아 한국을 경유해 미주 등을 향하는 노선을 확대하는 등 싱가포르 측 항공사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는 지적이다. 또한 브루나이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매력도가 낮은 지역이지만, 브루나이 측에서는 우리나라 항공을 경유할 경우 미주, 유럽 노선 등을 확장하기 수월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는 "이번 항공 협정은 다소 기회의 균형이 깨진 것처럼 보인다"며 "LCC를 챙겨주기 위해 항공자유화를 꾀한 것이지만, 현 상황에서 국적 항공사들에게 실익이 생길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경우 당장 노선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는데, 그 사이 외항사들이 발 빠르게 노선을 확장할 경우 우리 입장에서는 일방적으로 노선을 내주는 것밖에 안 된다"면서 "3, 4자유는 완전히 열어줘도 상관없지만, 5자유의 경우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민지 기자 jisse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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