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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중견그룹 오너 잇단 불명예 퇴진…수렴청정 눈초리


경영퇴진 선언 무색케 만든 지배구조…실질적 지배력 행사 가능

[아이뉴스24 양창균 기자] 재계에서 논란에 휩싸였거나 여론의 눈총을 받은 중견그룹의 총수가 경영일선에서 잇따라 물러나고 있다. 다만, 총수의 경영퇴진에도 기업의 실질적인 지배력이 여전히 공고해 ‘무늬만 퇴진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중견그룹 중 부적절한 언행이나 처신에 휘말려 경영퇴진을 선언하는 총수가 늘어나고 있다.

 [사진 작업=아이뉴스24 디자인팀]
[사진 작업=아이뉴스24 디자인팀]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윤동한 전 한국콜마그룹 회장이다. 윤 전 회장은 일본 정부의 경제도발로 반일 감정이 고조된 시점에서 임직원들에게 정부 비난과 여성 비하를 담은 친일 극우 성향의 유튜브 영상을 틀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이 사태 후 윤 전 회장은 지난 11일 서울 내곡동 한국콜마 종합기술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죄와 함께 경영퇴진을 선언했다. 윤 회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개인의 부족함으로 일어난 일인 만큼 모든 책임을 지고 이 시간 이후 회사 경영에서 물러나고자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윤 전 회장의 퇴진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퇴진자체가 윤 전 회장의 의지보다는 여론에 등 떠밀려 물러난 기류가 역력해서다. 윤 전 회장은 한국콜마그룹의 지주사인 한국콜마홀딩스 지분 30.18%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고 특수관계인까지 합치면 50%(49.18%)에 가까운 절대적인 영향력을 갖는다.

양현석 전 YG엔터테인먼트 대표 역시 불명예 퇴진 사례이다. 지난달 14일 양 전 대표는 “더 이상 저로 인해 피해가 가는 상황은 없기 바란다”며 회사의 모든 직책과 업무에서 물러났다.

소속 가수 승리 사태에서 촉발된 각종 악재에 이어 아이콘의 전 멤버 비아이의 마약 혐의와 관련해 경찰이 재수사를 나서면서다. 여기에 더해 해외 원정 도박 의혹까지 맞물린 상태다. 경찰수사 결과와 사법처리 등의 변수가 남아 있지만, YG엔터에 대한 양 전 대표의 영향력은 살아 있다. 현재 양 전 대표는 YG엔터 지분 16.12%를 확보한 최대주주이다.

치킨업계 1위의 반석에 올린 권원강 전 교촌에프앤비 회장의 퇴진길도 씁쓸했다. 권 전 회장은 지난 3월 28주년 창립기념회에서 퇴진을 공식화한 뒤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을 선언했다. 권 전 회장을 대신한 자리는 소진세 전 롯데그룹 사장이 대표이사 회장으로 취임했다.

권 전 회장의 퇴임 배경에는 친인척의 직원 폭행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권 전 회장의 6촌인 권순철 전 교촌에프앤비 상무가 직원들에게 폭행을 일삼은 사건이 국민의 공분을 사면서 권 전 회장이 전격 사임하게 됐다는 것.

권 전 회장의 사퇴에도 영향력은 막강하다. 지난해 기준 연결감사보고서에 나온 권 전 회장의 교촌에프앤비 지분은 100%이다. 종속기업인 케이앤피푸드, 계림물산, 비에이치엔바이오, 교촌 미국법인, 교촌 F&B, 케이씨웨이는 모두 100%의 지분구조를 갖추고 있다. 지분율만 놓고 보면 100% 권 전 회장의 개인회사인 셈이다.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 역시 미묘한 시점에 퇴진하면서 뒷말이 무성하다. 이 전 회장은 코오롱그룹의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 케이주(인보사)’의 사태가 발발하기 전인 지난해 11월 말 경영퇴진을 선언하고 올해 1월 1일부터 모든 직책에서 빠졌다. 공교롭게도 이 전 회장이 모든 직책에서 내려놓은 지 3개월 만에 인보사 사태가 터졌다.

코오롱티슈진이 개발한 인보사의 식약처 허가를 받기 위해 코오롱생명과학이 제출한 자료에서 인보사 2액 세포가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GP2-293세포)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파장을 낳았다. GP2-293 세포의 경우 미국에서는 사용이 금지된 물질이다. 이미 국내 판매와 유통이 중단됐고, 식약처도 허가를 취소했다. 코오롱티슈진과 코오롱생명과학을 상대로 한 주주 공동소송뿐만 아니라 환자 공동소송이 제기된 상태다.

이와 관련해서 코오롱그룹 측은 이 전 회장의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인보사 사태 전에 경영에서 손을 뗐다는 이유에서다.

인보사의 책임 여부를 떠나더라도 이 전 회장의 그룹 내 입김은 여전히 작용하고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이 전 회장의 그룹 지주사인 ㈜코오롱의 지분율 49.74%이다. ㈜코오롱은 다시 그룹 계열사 지분을 모두 거느리고 있는 구조이다. 지배구조상 이 전 회장의 실질적 지배하에 있다는 평가다.

재계 관계자는 “그간 논란이 생긴 상당수 그룹 중에는 총수 일가가 일단은 경영에서 물러난 뒤 잠잠해지면 다시 복귀하는 사례도 있었다”며 “경영 복귀를 않더라도 지배구조상 총수가 절대적인 지분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경영에서 퇴진해도 총수의 입김이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양창균 기자 yangc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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