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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초유 KBS2 송출 중단…시청자 피해 '눈덩이'


'지상파-케이블' 국민볼모 기싸움, 방통위 책임론도 떠올라

[김현주기자]1천500만 케이블TV 시청자 가운데 80% 가량인 약 1천200만 가구에서 KBS2 TV 채널이 사라졌다.

지상파 방송사들과 케이블TV 방송사들의 저작권료 갈등이 결국 방송사상 초유의 사태로 불거지며 파장이 커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규제당국인 방송통신위원회 역시 지상파와 케이블간 중재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판과 함께 책임론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소속의 전국 케이블TV방송사(SO)들은 16일 오후 3시부터 순차적으로 KBS2 디지털 및 아날로그 방송 중단에 돌입했다. 일부 SO는 각자 방침에 따라 방송 중단하지 않거나 일부만 중단했다.

케이블TV방송사들은 이후 협상이 이뤄지지 않을 시엔 MBC, SBS 마저 중단한다는 방침이어서 시청자 피해는 눈덩이 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1천200만 가구 KBS2 TV 먹통

이날 오후 현재 4대 MSO인 CJ헬로비전, 티브로드, 현대HCN, 씨앰비는 KBS2 디지털 및 아날로그 방송 송출을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일부 개별 SO들도 KBS2 채널 송출을 중단했다.

전국 270만 가입자를 확보한 씨앤앰은 사내 방침에 따라 KBS2 디지털(HD) 방송 및 디지털·아날로그 광고만 끊었다. 씨앤앰의 디지털케이블TV 가입자와 아날로그 케이블 가입자 중 HDTV 보유자들은 KBS2 HD방송과 광고를 볼 수 없다. 광고를 제외한 방송은 저하된 화질로 시청할 수 있는 상태다.

개별 SO 가운데 일부는 KBS2 방송 중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로써 전국적으로 1천500만 가구중 약 1천200만 가구의 KBS2 채널이 나오지 않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지상파 진영과 케이블 측은 방송중단 사태가 벌어진 것에 대해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는 모양새다.

전국 1천200만 가구에서 KBS2를 틀면 검은 화면에 'KBS 요청으로 전송이 중단되고 있습니다. 문의전화 KBS 대표번호 02-000-0000'이란 자막만 나오고 있다. 일부 시청자들이 화면에 나오는 KBS 대표번호로 전화하면 "각 케이블TV방송사로 문의하라"는 답변을 내놓고 있다.

케이블은 KBS의 요청으로 방송이 중단했다고, KBS는 케이블TV가 방송송출을 중단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시청자 분통·혼란

시청자들은 생각지도 못했단 방송송출 중단에 놀라고 당황스러워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및 커뮤니티에서는 시청자들의 분노한 목소리도 터져나고 있다.

한 트위터리안은 "지상파와 케이블TV의 이기적인 행동에 가만히 있는 국민들만 이래저래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네티즌은 "고향의 할머니, 할아버지는 지상파만 보시는데 방송을 끊으면 어쩌라는거냐"고 분노의 글을 올렸다.

합정동에 사는 한 시민은 "부모님이 전화로 TV가 나오지 않는다는 얘기를 해 송출중단을 알게됐고 화가났다"며 "방송중단에 대해 관계 방송사들과 정부의 책임을 분명하게 물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네티즌은 트위터 등을 통해 케이블TV 방송중단 사태가 누구 책임인지 묻는 설문조사도 진행하고 있다.

◆'국민볼모'로 재송신 대가산정

지상파와 케이블TV가 방송중단이라는 극단적인 갈등을 표출하는 것은 재송신 대가 산정 문제 때문이다.

지난 2007년부터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와 케이블TV는 재송신 분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2011년 10월 법원이 CJ헬로비전에 신규 디지털 가입자에게 지상파 HD방송 재송신을 중단하라는 가처분 간접강제집행 결정을 내린 뒤 재송신 대가 산정을 놓고 본격적인 협상을 벌였다.

하지만 서로가 원하는 금액 차가 너무 커 협상의 진전이 없었고, 결국 '힘대결'을 벌이는 양상이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지상파 전체에 대한 저작권료를 지불하라고 요구하고, 케이블TV는 의무재송신이 아닌 채널을 순차적으로 중단하겠다며 싸우고 있다.

지상파 재송신 케이블TV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관계자는 "법원 판결에 의해 케이블이 지상파에 지급해야 할 간접강제 이행금도 최근 100억원대 규모로 불어나 방송을 끊을 수 밖에 없다"며 "지상파 3사가 과한 재송신료를 고집하는 태도를 버려야 방송 정상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KBS 관계자는 "KBS는 재전송료 합의 타결을 위해 막판까지 계속 노력을 해왔기 때문에2TV 재전송 중단은 유감이다"라며 "시청자의 권리를 일방적으로 박탈한 심각한 사태로 보고 있으며 결과에 대해서는 해당 케이블 TV측에 대해 상응한 책임이 뒤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시한폭탄 점화…"설마"하다가 결국

SO들이 지상파 방송 중단을 검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전국 93개 SO는 지난 2011년 11월28일에도 일주일간 지상파 HD방송신호를 중단했다.

당시 약 770만 디지털케이블TV 가입자와 아날로그 케이블 가입자 중 HDTV 보유자들은 KBS2·MBC·SBS 등 3개 HD방송 대신 저하된 화질로만 시청하는 불편을 겪었다. 하지만 SD라도 송출이 되면서 TV가 먹통이 되는 최악의 상황은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SD방송까지 중단하면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는 것. 방송통신위원회는 양측에 시정명령을 압박카드로 쓰는 동시에 중재 및 제도개선에 나섰지만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방통위 출범이후 벌써 두번째 방송중단 사태를 맞으면서 정책당국으로서의 책임론을 피해가기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 2010년부터 방통위는 KBS2나 MBC를 의무재송신 혹은 유료화하는 것을 골자로 제도개선을 추진했지만 아직 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다.

김현주기자 hann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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