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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글로벌 미디어에서 중국을 이길까


서로 다른 육성법…아시아 지역 협력 가능성 열려있어

"DMB, IPTV 등을 내놓았지만, 콘텐츠는 어렵습니다. G7 국가와 비교할 때 한국의 통신은 외국과 비슷한 수준이나 TV시장은 95파운드에 불과해 미국(221파운드) 일본(139파운드)보다 훨씬 작죠. 진입 규제는 풀고 행위규제·성과규제로 가면서 한국 기업이 글로벌 시장을 향해 뛸 수 있게 해 줘야 합니다.(서울산업대 최성진 교수)"

"우리의 글로벌 미디어 그룹 전략은 사업화가 아니라 국가 정책적인 입장입니다. CCTV 등 모든 방송사들의 글로벌화는 해외에서 중국의 이미지를 확립하기 위한 문화 경쟁의 관점에 서 있습니다. CCTV를 뉴미디어와 조응하는 세계 1위 플랫폼으로 키우고자 합니다.(린쩬위 쩐메이대 교수, CCTV 국제채널 감독)"

한국과 중국의 방송 전문가들이 한국방송학회와 중국 쩐메이대 공동 주최로 28일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미디어 포럼'에 참여해 아시아를 대표하는 글로벌 미디어 그룹을 키우기 위한 생각들을 나눴다.

이날 포럼에 참가한 양국 학자들은 사회 체제가 다른 만큼 글로벌 미디어 육성 방법에 대해서도 뚜렷한 견해차를 드러냈다. 한국 측은 주로 "규제의 선진화"를 강조한 반면, 중국 쪽 학자들은 "정부 주도 육성" 쪽에 무게 중심을 두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디지털시대 저작권 문제가 중요하다는 점에는 양측 모두 의견을 같이 했다.

우리나라의 글로벌미디어 육성 전략이 중국을 넘어설 수 있을까. 중국에 비해 우수한 기획·제작 능력을 갖췄더라도 콘텐츠 유통을 위한 자본력과 유통망에서는 크게 뒤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미디어 기업이 중국을 이길 순 없더라도 함께 아시아 지역으로 진출할 수 있는 모델은 열려있다는 평가다. 문화적 동질성과 함께 미국과 다른 제작 시스템 덕분이다.

◆최성진 교수 "한국정부, 매출액 1/3 규제 등 완화해야"

국내 PP 매출은 2008년 4조1천987억원으로 전체 방송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38.37%로 증가했지만, 5대 홈쇼핑(1조5천531억)과 지상파 계열 PP(3천920억)을 제외하면 개별PP의 사업수익은 저조하다.

뉴미디어들이 선보였지만 지상파방송사의 윈도 확대에만 기여했을 뿐, 콘텐츠 자체 제작 확대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못한 것이다.

협소한 국내 시장 규모도 심각하다. 유명세를 타고 있는 CJ미디어의 'tvN'만 해도 시간당 국내매출은 4천200만원에 불과하나, 시간당 제작비는 5천500만원에 달한다. 외국으로 나가지 않으면 살 길이 막막하다.

최성진 교수는 이런 이유로 글로벌 미디어 그룹이 필요하다면서 한국 기업의 경우 전문화된 영역을 찾은 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인수합병(M&A)으로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정부의 정책 변화를 강조했다.

최 교수는 "현재의 방송 부문(MSP 등)에 대한 매출액 기준 1/3 상한제 등은 여론의 다양성을 위한 것이었는 데 이제는 변해야 한다"면서 "사전적인 진입규제는 완화해 기본적으로 겸영을 허용하되 행위규제, 성과규제로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타임워너나 뉴스코퍼레이션의 경우 전체 매출이 40조~60조에 달하지만, 국내 CJ미디어 등 콘텐츠 기업은 정부의 매출 규제에 묶여 4천800억원을 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성과규제와 행위규제는 매출액이나 사전적인 편성규제가 아니라 시청률이나 도달률에 의한 사후 규제를 의미하며, 일단 행위를 평가하고 이를 다시 정책으로 피드백하는 방안을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성진 교수는 "정부는 창업자적 정신을 가진 콘텐츠 기업을 키우기 위한 제작비 확보 차원의 특수목적법인(SPC)을 만들어 정부가 저작권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고 관련 콘텐츠를 데이터베이스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린쩬위 교수 "CCTV를 세계 최고 TV플랫폼으로"

그러면서 그는 "CCTV의 경우 주 방송내용은 국력, 문화력과 많은 연관을 갖고 있는데 세계 선진 미디어의 영향력에 비해 아직 중국은 약세"라고 평했다.

린쩬위 교수는 "그런 면에서 CCTV는 중국의 관영미디어로서 중국의 문화를 홍보하는 기능을 하며, 중국 국가 주석은 'CCTV를 선진기술, 풍부한 정보, 광범위한 점유, 강한 영향력의 국제 일류 매체로 확립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는 향후 10년 동안 CCTV와 SMG 등 중국 4개 방송사에 300억 위안(한화 5조 8천여 억원)을 지원하기로 했으며,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방송국이 되길 요구하기도 했다.

린쩬위 교수는 "그러나 자체 컨설팅 결과 '가장 거대한 방송국' 보다는 인터넷 방송을 포함한 '세계 1위의 TV 플랫폼'이 되자는 것으로 바꾸었다"면서 "세계 일류가 되려면 국제사회에서의 미디어 발언권이 확대돼야 하고 뉴스보도의 독점력이 확대돼야 하며, 세계적 수준의 국제 방송 플랫폼 기술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용적인 측면에서의 생각과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린쩬위 교수는 "2000년 개혁과 개방 조치이후 중국에 대한 신비감은 줄어들고 있지만, 우리는 이라크전에서 서구방송이나 아랍방송과 다른 중립적인 보도를 견지했다"고 설명했다.

또 "주시청자가 서양과 중국의 문화와 철학을 흡수한 20~30대 들인데, 중국에 아주 미묘한 감정을 갖고 있어 이들과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중국 모두 저작권 문제가 최대 화두

정부에 "규제를 놓으라"는 한국과 "정부 주도 발전모델"을 지향하는 중국은 글로벌 미디어 그룹 육성법이 전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양국 모두 저작권이 가장 심각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최성진 서울산업대 교수는 "디지털 시대로 가면서 저작권 문제가 심각한데, 대부분의 콘텐츠들이 지상파방송사 인하우스 체제로 돼 있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따라 그는 "지금은 대부분의 판권 등 저작권은 지상파 방송사가 갖고 제작회사(PP)들은 제작비를 일부 보조받는 데 그치지만, 이를 스튜디오가 중간에 끼어서 프로그램 기획 및 제작 매니지먼트를 하고 지상파방송사(플랫폼사업자)는 방영권을 중심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콘텐츠의 글로벌화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린쩬위 쩐메이대 교수는 "최근 10년동안 중국 정부는 디지털화에 따른 저작권 문제에 대해 진지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중국내에서는 유튜브 같은 UCC 동영상 공유가 아직 자연스러울 수는 없다"고 말했다.

특히 린쩬위 교수는 "10년 뒤의 CCTV의 미래는 중국에서 방송되는 모든 동영상에 대한 저작권 교류의 플랫폼이 될 것"이라면서 "여기에는 DMB 등 모든 뉴미디어가 포함돼 중국 내 어떤 다른 상업적인 미디어기구도 CCTV를 넘어설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다른 제작시스템...아시아 시장 협력 열려있어

열악한 아시아 미디어들의 제작시스템을 선진화하는 것으로 한국과 중국이 협력할 수 있다는 제안도 나왔다.

CJ미디어 서장원 상무는 "'70년도부터 '95년도까지 미국은 독립제작사 권리 보호법을 통해 판권을 독립제작사가 갖게 됐다"면서 "한국은주요 판권은 지상파가 보유하고 지상파가 주는 제작비 규모도 너무 적어 글로벌 콘텐츠를 만들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 상무는 "한국은 매출액 등의 규제때문에 규모를 키우기도 어렵고 돈도 부족하나, 중국은 300억 위안이라는 막대한 돈이 중국 정부에서 지원되고 동남아의 광범위한 화교 시청자를 갖고 있다"면서 "한국과 중국이 함께 투자해 공동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 수출한다면 미국의 '스튜디오 방식' 제작시스템과 경쟁할 만 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중국기업이 한국에 진출할 때와 달리, 한국기업의 중국 채널 진출 등은 거의 모든 부분에서 어렵다"면서 "한국과 중국이 손잡고 범 아시아 시장으로 나가려면 정부 차원에서 풀어야 할 숙제가 만만찮다"고 덧붙였다.

강만석 한국문화산업진흥원 북경대표처 소장은 "최근 중국 정부가 제작과 송출을 분리하면서 CJ 같은 국내 제작사와 중국 제작사간 상호 교류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면서 "중국의 미디어 기업과 금융자본간 결합이 가속화되는 것도 '한·중 콘텐츠 펀드' 조성의 성공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강 소장은 "중국내 인터넷 방송의 혁명적인 발전은 KBSi 등 국내 지상파 자회사들의 중국 시장과 결합에 대한 희망을 밝게하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베이징(중국)=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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