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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꾸준히 성장했다는 게 가장 큰 의미"...이재삼 SAP코리아 부사장


 

"국내 경제 및 경영환경에 SAP의 ERP 솔루션이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살펴보라. 만일 SAP의 ERP가 멈춘다고 생각해보라. 어떤 일이 생기겠는가."

이재삼 SAP코리아 부사장은 SAP코리아 10년의 성과를 묻는 질문에, 가정법을 사용해 '스스로의 대견함'을 강조했다.

1일로 SAP코리아는 설립 10년을 맞았다. 우리나라에 ERP가 소개된 것이 꼭 10년됐다는 말이다. 이재삼 부사장은 SAP코리아 10년, ERP 10년을 처음부터 함께 한 몇 안되는 사람 중 하나다.

"95년 8월에 합류했다. 그때는 SAP코리아 설립도 전이다. 당시 조선호텔 비즈니스센터에서 준비작업을 했던 기억이 새롭다. 7명이 모여 준비작업을 거쳐 11월1일 SAP코리아가 공식 설립됐다." 이 부사장은 그러니까 창립멤버인 셈이다.

시장 진입 초기에는 어려운 점도 많았다. 이 부사장은 "초기에는 인력이 없어서 세계 각국의 컨설턴트를 '소싱'하는 작업이 제일 큰 어려움이었다. 현재는 새로운 기술을 빼고는 국내 컨설턴트로 소화가 가능하다.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회고했다.

또 국내 시장이 ERP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이를 제대로 설명하고 알리는 것도 큰 일이었다. 이 부사장은 "ERP는 글로벌 기업들의 검증된 프로세스를 도입하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은 자체 프로세스에 맞도록 '커스터마이징'해줄 것을 요구했다"며 "특히 금융과 공공부문이 심했다"고 말했다.

"한국만의 프로세스를 적용해 줄 것을 본사에 요구하면 대부분 답변이 '노'였다. 세계 시장의 1% 정도인 한국의 요구를 들어주기 힘들었을 것이다. 고객들도 당시에는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고객에게 이점으로 다가왔다. 글로벌 스탠다드 프로세스의 힘이었다."

이 부사장은 이 부분에서도 새로운 변화를 느낀다고 말한다. 그는 "본사에서도 이제 한국 기업의 프로세스에 주목하고 있다. 예를 들어 가전이나 철강, 조선 같은 분야는 국내 기업들의 제품생산 프로세스가 SAP ERP 솔루션에 반영되고 있다"며 자랑스러워했다.

국내 기업들의 업무 프로세스가 이제 '베스트 프랙티스(최고 참조모델)'로 채택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 부사장은 "SAP가 한국진출 10주년을 맞아 국내에 R&D센터를 설치, 운영하겠다는 것도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이 있는 프로세스를 연구개발하자는 의미도 크다"고 덧붙였다.

10년이 흐른 지금, ERP 시장이 포화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아직도 들어갈 곳이 더 많다"고 강조한 이 부사장은 금융과 공공시장, 그리고 중소기업(SMB) 시장을 '더 들어가야 할 곳'으로 꼽았다.

금융과 공공은 여전히 "로컬 트랜잭션이 많은 분야"라고 꼽은 그는 "그러나 이 분야도 글로벌 스탠다드를 점차 따르고 있고, 또 그렇게 가야 하는 것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내다봤다.

또 중소기업 시장도 빠르게 SAP 솔루션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SAP의 '비즈니스원'같은 솔루션은 10명 규모의 작은 오피스에도 적용될 수 있다"며 "올해부터 SAP는 직접영업외에 채널영업도 시작했다. 이는 중소기업 시장 공략을 위한 포석"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대목에서 "이제 토종 ERP가 얼마나 살아남을 수 있을 지 걱정된다"고 밝혔다.

이 부사장은 10년간 ERP 비즈니스에 몸 담으면서 개인적으로 국산 ERP의 미래를 생각하게 된다는 그는 "국산 ERP가 제품 개발도 많이 됐고, 중소기업 시장에서는 점유율도 높은 편이지만, 글로벌 스탠다드를 맞추는 부분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비교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국내 기업들은 프로세스 개발에 주력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휴대폰의 경우 주요 핵심부품은 외국의 기술을 들여오지만, 우리나라 휴대폰은 세계 최고의 브랜드가 되지 않았는가." 외국의 앞선 플랫폼을 기반으로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그 위에 돌아가는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전력하는 것이 상호 윈윈하는 방법이 아니겠느냐는 게, 이 부사장의 조심스런 제안이다.

10년중 가장 기억에 남는 때에 대해 이 부사장은 설립 2년째인 97년과 98년을 꼽았다. "97년과 98년에 목표대비 매출의 2배, 이익은 4배를 올렸다. 이때 성과급 보너스가 한해 연봉만큼 나왔다"며 겸연쩍게 웃었다.

그러나 힘든 시절도 있었다. 이 부사장은 "2001년부터 2003년까지는 적자를 기록하며 어려웠던 시절이다. IT 거품 당시 SAP도 시장예측에 실패한 결과다. 구조조정도 거치고 해서 빠르게 정상궤도에 올라섰다. 지난해부터 흑자로 반전됐다"고 설명한다.

"10년 이상 꾸준히 성장하면서 유지해왔다는 것 자체가 의미있는 일"이라고 평가한 이 부사장은 앞으로 'SMB 시장의 공략'과 '서비스 기반 아키텍쳐(SOA) 시장의 주도권 확보'가 SAP코리아의 주요 화두가 될 것이라고 꼽았다.

김상범기자 ssanb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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