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진화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미라콤아이앤씨


 

이제 설립된지 햇수로 만 5년. 하지만 미라콤아이앤씨라는 회사가 IT업계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얼마되지 않는다.

미라콤이란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현대정보기술을 인수가 계기가 됐다. 사람들은 "새우가 고래를 삼켰다", "다윗이 골리앗을 이겼다"고 수근댔다. 직원수 100여명에 매출액 100억원 규모의 무명 벤처기업이 업계 4위의 대형 SI업체를 인수했으니 그럴만도 했다.

현대정보기술을 인수한 지 이제 약 6개월. 그러나 아직까지 현대정보기술에 어렵다거나 문제가 있다거나 하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기존 현대정보기술의 고객들도 현재로선 큰 동요가 없다. 아직은 모두가 어떤 변화가 있을지 주목하고 있을 뿐이다.

미라콤아이앤씨. 골리앗을 삼킨 다윗으로만 주목받고 있지만, 미라콤에는 또 다른 주목거리가 있다.

◆ 잘 나가는 제조업체에 미라콤의 솔루션이 있다

미라콤아이앤씨의 사업분야는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기로는 미라콤은 애플리케이션통합(EAI)이나 비즈니스프로세스관리(BPM) 업체로 인식돼 있다. 최근 들어 EAI나 BPM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1998년 설립 이후 꾸준히 미라콤의 믿음직한 '캐쉬카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제조 및 하이테크산업군쪽에 적용되는 생산관리 솔루션이다. 흔히 MES(Manufacturing Execution System)과 FA(Factory Automation)솔루션으로 불린다.

현재 하이닉스반도체, 페어차일드반도체, 동부아남반도체 등 국내 반도체 기업 대부분에서 미라콤의 생산관리솔루션이 사용되고 있다. 삼성SDI, LG실트론, 일진소재, 현대오토넷 등 '잘 나가는' 대기업 제조업체들의 생산현장에도 미라콤의 솔루션이 깔려있다.

특히 세계 PDP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삼성SDI의 생산현장은 미라콤의 생산관리 솔루션이 든든한 버팀목 구실을 해주고 있다. 월 13만장 이상을 생산하고 있는 삼성SDI는 10월말 3기 라인 증설을 끝낸 뒤 생산량을 25만장까지 늘릴 예정이다. 미라콤은 1,2기라인에 이어 3기라인의 프로젝트도 최근 수주했다.

이렇듯 생산관리 솔루션 시장에서 미라콤은 이미 소문난 업체였다. HP, IBM 등 글로벌 기업들도 미라콤에 연신 구애의 손짓을 보내고 있을 정도.

최근 들어 EAI나 BPM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미라콤이 새로 이 분야에 뛰어든 업체처럼 인식돼 있지만, 미라콤은 사실 생산관리 솔루션 시장에서는 이미 '강자'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었던 것이다.

◆ 윈백신화, 이제는 해외시장이다

미라콤을 '강자'로 추켜 세우는 데는 그 만한 이유가 있다.

미라콤의 성장과정에는 세계 시장 점유율 1,2위의 글로벌 업체들과 맞붙어 그들의 고객을 하나하나 '윈백'해왔다는 점이 무엇보다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글로벌 업체들이 손을 대지 않는 틈새시장부터 공략하는, 우리 벤처기업들의 일반적인 전략과 달리 직접 거인들과 맞붙어 승리를 따냈다는 점에서 미라콤의 전과는 주목할 만 하다.

고객 명단에서 볼 수 있듯 미라콤의 윈백 행진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이어지고 있다는 데서 더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칩팩상하이는 지난 7월 기존 수년간 사용하던 미국의 유명다국적기업 캠스타(Camstar) 제품을 미라콤의 MES 솔루션 '엠이에스플러스(MESplus)'로 교체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완료한 칩팩말레이시아 프로젝트도 MES 솔루션 세계시장 점유율 1위의 미국 어플라이드머트리얼사의 MES 제품 '워크스트림(Workstream)'이 'MESplus'로 교체된 사례.

세계 시장에서 외산 MES 솔루션을 순수 토종 솔루션으로 대체시킨 것이다. MES 뿐 아니다. MES 이후 새로운 전략제품으로 개발한 EAI도 윈백 행진에 가세했다. 새로 MES를 도입하고 업그레이드하는데 있어 기존 시스템들과의 연동에 쓰였던 EAI 솔루션도 모두 외산에서 미라콤의 자체 EAI솔루션 '하이웨이원오원(Highway101)'으로 대체시켰다.

계속되는 윈백 행진의 배경에 대해 미라콤의 해석은 평범하다.

"기존의 외산제품들은 안정적인 시스템 구축은 가능할 지 몰라도 시스템이 무겁고 복잡한 만큼 유연성이 떨어진다. 이 때문에 시시각각 변해야 하는 생산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고객의 요구를 생산정보화 일선에서 듣고, 그대로 또는 그보다 앞서 개발하고 적용해 나간 미라콤의 기술력과 서비스에 고객들은 감동했고, 세계 곳곳에 뻗어있는 지사마다 미라콤의 솔루션을 적용, 글로벌 스탠다드로 적용하기에 이르렀다."

한마디로 '앞선 기술력과 발빠른 서비스'때문이라는 것이다.

백원인 미라콤 대표는 “기업용 애플리케이션들이 주로 미국서 개발되지만, 미국 솔루션들은 이제 한계점에 다다랐다. 무겁다. 모두 다 지원하기 때문이다. 기술 변화와 고객의 요구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에 미국 솔루션들은 무겁다"고 잘라 말한다.

미라콤의 MES, FA 솔루션은 현재 세계 6개 나라에 수출돼 있다. 올해에만 이미 200만달러의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미약하지만 이제 시작이다.

미라콤은 해외주력시장으로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시장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 해외전시회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으며 해당 국가의 탄탄한 영업망을 가진 영향력 있는 업체를 채널 삼아 공동으로 영업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국내 반도체 및 LCD·PDP 등 하이테크 산업은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다. 당연히 이들 업체에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는 미라콤의 주가도 함께 올라가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쌓은 발판이 없으면 해외시장에서도 성과를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셈이다.

또 하나, 해외시장 공략의 성공 전략은 '현지화'다.

백원인 사장은 "그동안 미라콤에서 진행한 해외 프로젝트를 보면 성공요인을 프로젝트의 현지화에서 찾을 수 있었다. 그 지역의 문화와 정서를 파악하고 있는 것은 기술력만큼이나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백 사장은 또 "미라콤의 해외공략은 경쟁력 있는 각국의 현지 파트너와 함께 진행될 것이며, 이번 아시아시장을 기점으로 시작됐다"고 덧붙였다.

미라콤은 올해 매출목표 180억 가운데 30%를 해외시장에서 일궈낼 계획이다.

◆ 미라콤의 배후에 누군가 있다

미라콤이 SI업계 4위의 현대정보기술의 대주주가 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사람들은 미라콤의 뒤(?)를 매우 궁금해 했다.

사실 매출액규모 100억원이 채 안 되는 중소기업이 대기업 계열 SI업체의 최대 주주가 된 것은 큰 이슈가 아닐 수 없었다. 막강한 자금력을 가진 누군가가 미라콤 뒤에 있다는 소문이 이어졌다.

백원인 대표는 "현대정보기술을 인수하고 나서, 제일 많이 받은 질문이 그것이다. 하지만 그게 뭐 그리 중요한가"라며 되묻는다.

매년 20~40%의 매출성장률과 15~20% 이상의 순수익을 내며 탄탄한 성장을 거듭해 온 게 배후라면 배후라는 얘기다. 실력도 실적도 없는 기업이 분에 넘치는 인수합병을 한 것이라면 모를까, 미라콤은 실력도 실적도 가능성있는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것을 거듭 강조한다.

실제 미라콤은 올해 들어서도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지난해 전체 매출 93억에 가까운 80억원의 계약을 수주했다.

토종 솔루션으로서 자존심을 세우고 있는 미라콤이 애초 외국 솔루션 기업의 한국지사 인력들이 설립한 기업이라는 점도 눈에 띄는 대목.

백원인 대표는 10년 넘게 컨실리엄이라는 외국계기업의 아시아태평양 지사장을 지냈고, 당시 백 사장과 함께 했던 컨실리엄 직원들이 미라콤의 창립멤버다. 설립 당시 10명이 채 안되던 인원이 지금은 120명 정도로 식구가 늘어났지만, 초기 미라콤 창립멤버들이 한 사람 이탈없이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게 미라콤의 또 다른 힘이라고 백 사장은 설명한다.

가장 힘들었다던 98년 IMF 당시, 외국계 지사장 생활을 접고 힘든 국산 소프트웨어 개발에 뛰어든 이유는 뭔가.

"내 주머니에 돈을 채우는 것만 생각했다면 가장 힘든 시기 그런 결심을 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오랜 외국계 지사장 생활을 해오면서 절실히 느낀 건, 자원도 국방력도 경제력도 턱없이 부족한 우리 나라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건 IT 기술력밖에 없다는 점이었다. 외산 솔루션을 팔아 나라돈을 외국에 갖다 바치는 일에 어떠한 보람도 느낄 수 없었고 늘 자체 솔루션에 대한 필요성을 느꼈다."

뜻을 같이 한 직원들과 '컴퓨팅의 기적'을 이뤄보자고 의기투합했다. 그래서 회사 이름 'Miracom'도 'The Miracle of Computing'에서 따왔다.

◆ 미래를 준비한다

거대한 글로벌 기업들과 승부하기 위해 미라콤은 매출액의 15%이상을 R&D에 재투자하고 있다. 미래를 위한 끊임없는 준비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는 생산관리솔루션 시장의 강자로 떠오르게 했다. 또 MES를 기반으로 이룩한 성과는 새로운 솔루션과 시장 개척의 원동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국내 대기업을 주요 고객을 삼아왔던 미라콤은 중소기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를 위해 중소중견기업용 MES솔루션을 KT와 공동개발, KT비즈메카 브랜드로 본격적인 시장공략에 나섰다. 그간의 경험과 프로젝트 노하우들을 결집시켜 업계에 공인받는 국내 중소·중견기업에 가장 알맞은 생산성향상의 표준 솔루션으로서 자리를 굳히겠다는 계획이다. 9월초 본격적인 영업마케팅활동에 돌입, 지방 순회 로드쇼와 경쟁력 있는 채널전략 수행을 준비중이다.

이어 설비관리솔루션(EAM)인 'EAMplus', 반도체 수율관리솔루션(YMS) 'Testplus' 등이 줄줄이 출시를 앞두고 있다.

또한 지난해 말 본격 뛰어든 BPM 시장에서도 대표적인 토종 솔루션기업으로 손에 꼽히고 있다. 국내 BPM 시장은 워크플로우 진영과 EAI 진영으로 양분돼 있다. 미라콤은 BPM시장에서 토종 EAI 진영의 대표주자로 입지를 굳히겠다는 전략이다.

워크플로우 기반 BPM 업체인 리얼웹과 연합, 공동전선을 구축했으며 또한 올 6월 창립한 BPM코리아포럼의 회장사로서 BPM 시장활성화와 세계 표준화 연구에도 앞장섰다.

비전이 없으면 기업의 생명력은 없다.

미라콤은 MES와 EAI로 시작해 FA, EAM, YMS를 개발하고 이제는 BPM으로 업그레이드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아울러 EAI사업부분은 유비쿼터스로 진화시켜 'u-Middleware'로 개발시켜 나간다는 제품의 로드맵도 그려놨다.

백원인 사장이 바라 본 우리나라 SW 산업의 현실이자, 안타까움이다.

백 사장의 쓴소리는 이어진다. "우리나라 솔루션 업체들이 약한 부분은 포장기술이다. 사실 이때문에 고객들은 외국계 기업을 선호하게 된다. 하지만 비즈니스를 이해하고 그에 맞는 기술력을 갖고 있는 부분은 우리 솔루션이 앞선다고 본다. 우리나라 공공기관은 물론 대기업에서도 우리나라 솔루션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게 아쉽다."

하지만 미라콤은 계속해서 미래를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한다. 국산 솔루션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우리나라 고객들의 마인드를 미라콤이 앞서 바꿔놓겠다는 의지다. 그러한 역할을 일정 부분 일궈냈다는 자신감도 숨기지 않는다.

그래서 미라콤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한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계속 힘든 길, 어려운 길에 도전하겠다고 한다. '진화하지 못하면 도태된다'면서 말이다.

김상범기자 ssanba@i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진화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미라콤아이앤씨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