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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CS 소프트웨어 논쟁, 5일 결판


 

PACS(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은 소프트웨어일까. 아니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집합체일까. 의료기기로 식약청의 품목허가를 받을 때 어떤 방식을 취해야 할까.

이같은 논쟁이 1년 가까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허가 당국인 식품의약품안전청과 제조업체가 PACS에 대해 서로 다른 해석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식약청은 PACS를 의료영상을 디지털화해서 주변기기에 전송하는 소프트웨어와 이를 저장, 연결, 출력하는 하드웨어의 집합체로 보고 있다. 약사법(제2조9항)상의 의료용구로 보고있는 것.

하지만 PACS 제조업체는 PACS는 소프트웨어라는 입장이다. 식약청은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기준을 만들어 PACS 소프트웨어만 허가하면 된다는 것.

PACS의 성능이 하드웨어(서버나 스토리지 등)에 의존되지 않는 만큼, 하드웨어 플랫폼이 바뀔 때마다 매번 승인을 받아야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주장이다. 여기에는 광운대 법대 박민 교수도 동의하고 있다.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서울행정법원은 5일 마로테크·인피니트테크놀로지·네오비트·레이팩스·메디컬스탠다드 등 5개 PACS 제조업체가 식약청을 상대로 낸 '업무정지처분취소청구소송'에 대해 선고할 예정이다.

서울행정법원이 업체 손을 들어줄 경우 현재의 PACS 허가 제도는 일대 변화를 맞이하게 될 전망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식약청의 PACS 허가제도는 상당 기간 유지될 전망이다.

식약청은 재판결과와 별도로 오는 19일 'PACS 관리제도 개선협의회'를 열어 기간단축 등 제도보완에 나선다는 방침이지만, PACS 구축시 함께 도입되는 하드웨어까지 포함해 제조허가를 주는 기본 입장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PACS란 무엇인가

PACS란 예전에 필름을 갖고 진단하고 판독하던 병원의 업무를 컴퓨터와 네트워크를 통해 디지털 상태로 판독하고 전송, 검색, 저장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시스템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삼성의료원을 시작으로 2000년초부터 보급되기 시작했다. 전체 병원의 절반 정도가 도입한 상태. 일본과 미국에 비해 많이 보급돼 있다.

PACS를 도입하면 여러가지 이득이 있다.

방사선과에서는 필름 비용과 보관 비용, 인건비를 줄일 수 있고 미판독 이미지들도 줄어든다.

임상 의사는 이미지를 함께 활용할 수 있고 즉각적인 이미지 확보도 가능하다. 판독 의사와 임상 의사 간의 원활한 의사교환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왜 소프트웨어 논쟁이 중요한가

PACS 제조업체들이 소프트웨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은 하드웨어와 함께 식약청 허가를 받을 경우 시간이 많이 걸리고 번거롭기 때문이다.

한 업체 사장은 "식약청 시험기관에서 검사할 때 하드웨어(서버나 스토리지 등)는 사실 모델명을 확인하는 수준에 불과하다"며 "환자 진단에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PACS가 의료용구라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하드웨어와 함께 허가를 받는 지금의 구조는 시험 허가에 시간만 낭비하고 실제 효과는 적다"고 말했다.

PACS가 돌아가는 서버가 IBM 것인지 HP 것인지가 성능에 차이를 보이는 요인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

게다가 프로젝트별로 다른 하드웨어를 쓸 경우 여러번 형식 시험을 신청하고 허가를 받아야 하는 불편함도 있다는 것이다.

광운대 법대 박민 교수도 지난 달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과 광운대 비교법연구소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PACS를 구성하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분리해 소프트웨어에 대해서는 PACS학회나 기타 기관에서 국제기준에 맞는 규정을 만들어, 이를 식약청이 수용하면 되고, 모니터나 기타 의료영상과 관련한 하드웨어는 생산 판매자가 허가를 받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식약청 관계자는 "소프트웨어만으로는 PACS의 기능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하드웨어와 함께 품목허가를 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라며 "해당 하드웨어가 의료영상을 저장하고 전송하는 데 용량에 문제는 없는 지 등을 시험하고 허가해야 PACS의 품질관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현재의 형식시험 일정이 길어서 제조업체가 어려움이 있다면 이를 단축하는 방안은 고려하고 있다"며 "PACS 제조업체에 품질관리의 효율적인 방안에 대해 작성해서 건의할 것을 요청했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식약청은 PACS가 의료정보화를 진전시키는데 크게 공헌한 사실을 인정하고, 관련 업체와 PACS 관리제도를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한편 PACS관련 허가제도는 각국별로 다른 정책을 취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함께 허가하기도 하고, 소프트웨어만 떼내 허가도 해주고 있다. 또 사전 품목허가가 아닌 설치 및 시험가동 후 품목허가나 사용승인을 해주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일본은 PACS를 일반 IT 장비로 보고, 별다른 허가제도를 운영하고 있지 않다.

◆PACS 문제만은 아니다...의료정보화, 법제도 미비

병원에서 사용하는 냉장고는 의료용구일까. 메스 소독용 액체는 어떨까. 냉장고는 의료용구가 아니지만, 메스 소독약은 의료용구다.

식약청은 약사법에 따라 식약청장의 판단 아래 1, 2, 3등급으로 나눠 의료용구를 관리하고 있다. 인체 내로 투약되는 약이나 주사액은 1등급이고, 엑스레이 장비는 2등급이며, 필름은 3등급이다.

등급을 판별하는 기준은 바로 '위해성' 여부. PACS의 경우 2등급으로 분리돼 있다.

그렇다면 EMR(전자의무기록)이나 HIS(처방전달시스템)은? 이들은 의료용구가 아니다. PACS는 의료용구인데 EMR이나 HIS는 왜 아닐까.

식약청 관계자는 "의료용구란 진단 같은 직접적인 의료행위와 관계있는 장비여야 하는데, 전자의무기록이나 처방전달시스템은 의사의 처방전을 단순히 전달하는 정보화 제품이어서 의료용구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의료정보화 업계 한 관계자는 "HIS 오작동으로 의사의 처방지시가 늦어져 투약이 이뤄지지 않고, 이에 따라 환자가 사망한 사건이 법원 판례에도 있다"며 "PACS보다 의료사고의 위해성 위험이 큰 HIS나 EMR은 아무런 허가도 받지 않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 "의료정보화가 진전될수록 약사법상 의료용구로 정의하는 것 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 많아진다"며 "가칭 의료정보법 등을 만들어 병원에서 사용되는 정보화기기에 대한 인증 및 관리체제를 정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EMR의 경우 환자의 병력 등이 디지털로 저장돼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 요소가 큰 만큼 이에 대한 법제도가 하루 속히 정비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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