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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기획 : 따뜻한 디지털 세상] 따뜻한 디지털로 국민통합 이루자


 

디지털은 가장 단순한 숫자인 '0'과 '1'의 조합이다. 그러나 디지털은 인류의 삶을 지금까지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새로운 패러다임의 세상으로 이끌고 있다. 물리적 공간의 의미가 사라지고 있는 지금 지구촌의 '맹주'자리는 디지털세상을 지배하는 국가에게 주어질 것이다.

2005년 11월 정보사회정상회의(WSIS)에서 한국은 국가 정보화지수에서 스웨덴, 미국에 이어 세계 3위, 디지털기회지수(DOI)에서는 세계 1위로 판정받았다. 'IT강국 코리아'를 다시 한 번 입증받은 것이다.

그러나 'IT강국 코리아'의 눈부신 성과 뒤에는 짙은 그늘도 함께 자라왔다. 산업사회에서의 빈부격차보다 훨씬 집요하고 구조적인 것이 될 디지털 격차, 인성(人性)의 붕괴마저 우려될 정도의 음란·폭력물의 난무, '개인의 죽음'이라고 일컬어지는 사생활 침해, 기계의 반란이 우려될 보안위협 등이 그것이다.

디지털이 최고로 위력을 발휘할 이른바 '유비쿼터스 시대'에는 지금으로서는 미처 예상하지 못한 갖가지 역기능들이 생겨나게 될 것이다. 이미 그럴 조짐들이 도처에서 나타나고 있다.

아이뉴스24는 2006년 한 해동안 이같은 문제점들을 꼼꼼히 짚어보고 대응책을 찾아보기로 했다. 그리하여 디지털 세상이 국민모두에게 편리와 안전, 행복과 만족을 가져다 줄 따뜻한 디지털 세상이 되는 길을 찾아보기로 했다.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편집자 주-


해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4자 성어로 그 해를 풀이했던 교수신문은 2005년 한국사회를 풀이하는 사자성어로 '위에는 불 아래는 못'이라는 뜻의 '상화하택'(上火下澤)을 선정했다. 한 해동안 물과 불처럼 서로 화합하지 못하고 갈등을 빚어 왔다는 것이다.

2006년에도 한국이 달성해야 할 과제 중에서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것이 '국민통합'이라는데 이견을 달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런데 국민통합은 이제 디지털 세상에서 더욱 절실한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아직도 국민의 30% 가량은 여전히 인터넷에 유리돼 있다. 특히 장애인중 34%가, 또 저소득층 가구의 47%가 컴퓨터 조차 갖지 못하고 있다.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의 '2004 정보격차 해소 백서'에 따르면 서울의 가구 컴퓨터 보급률은 87%인데 반해 전남의 그것은 56.2%에 불과하다. 대도시의 평균 가구 컴퓨터 보급률이 83.4%이지만 군단위로 내려가면 53.4%에 불과하다.

개인의 인터넷 이용률도 가장 높은 울산이 78.3%인데 비해 충남은 54.8%에 그쳤다. 대도시 평균은 71.4% 이지만 군단위 평균은 46.2%로 50%도 되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군단위 이하의 지방에 있는 사람들은 인터넷을 절반도 사용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소득간 격차도 뚜렷하다. 최고소득과 최저소득간의 인터넷 이용률 격차가 52.7로 미국의 51.7, 영국의 52 보다 크고, 일본의 16.4 보다는 3배가까이 벌어져 있다.

컴퓨터를 다루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는 역량지수에서 대졸이상과 중졸이하의 격차가 무려 93.3이나 된다.

정보문화진흥원이 2005년 국정감사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의 7세~19세 저연령층의 인터넷 이용률은 96.2%인 반면 50세 이상 고연령층의 이용률은 19.3%에 불과해 76.9%의 격차를 보였다.

미국의 경우 저연령층 인터넷 이용률은 78.8%, 고연령층은 44.8%로 34%격차였고, 영국과 일본은 각각 44%, 70%격차였다.

성별간 인터넷 이용률 격차도 우리나라가 11.3%(남 75.9% 여 64.6%)로 가장 컸으며, 일본이 11.1%(남 75.1% 여64.0%), 영국은 7.0%(남 70.0% 여 63.0%)였다. 반면 미국은 여성(59.2%)이 남성(58.2%)보다 인터넷 이용률이 1% 높았다.

장애 유무별 이용률 격차의 경우, 한국이 35.4%로 비교국 가운데 가장 큰 반면, 일본이 15.0%로 가장 적었고, 미국 19.6%, 영국 30%였다.

다행히 정보통신부가 지난 12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정보격차 지수는 지난 2004년의 55에서 2005년에는 46.7로 8.3p가 감소했다고 한다. 그러나 접근 격차지수나 양적활용 격차지수는 각각 29.0과 57.8로 상대적으로 좋아졌으나 질적활용 격차지수와 역량 격차지수는 62.3, 65.8 등으로 여전히 큰 상태다. 이는 전체적으로 정보화 물결에 동참은 하고 있으나 그 실질적인 이용에서는 여전히 큰 격차를 보이고 있음을 의미한다.

정통부는 2005년 12월 발표한 '제2차 정보격차해소 종합계획'을 통해 내년부터 오는 2010년까지 5년간 총 1조8천858억원을 투자해 정보격차 해소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통해 현재 전체국민대비 장애인, 농어민, 노인층,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의 정보화 수준이 53.3% 수준인 것을 80%로 높여 놓겠다는 목표다.

정보화 사회에서는 누가 더 많은 정보를, 더 빨리 얻느냐 하는 것이 경쟁의 가장 중요한 요소다. 곧 정보의 소유가 바로 부와 직결되는 것이다. 그런데 정보통신의 발달은 '정보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사회경제적 지위나 교육의 정도에 따라 정보의 접근과 이용 능력의 차이를 낮고 이는 정보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것이다.

게다가 정보화 사회에서의 격차 즉 '디지털 격차'는 산업사회에서의 빈부격차와 비교할 때 더욱 유동성이 낮다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다시 말해 산업사회에서의 빈부 격차는 개인의 노력에 따라 역전의 기회가 그나마 있었지만 정보화 사회에서의 디지털 격차는 좀처럼 뒤집기가 힘들다. 이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사람은 정보격차로 인해 부를 쌓기가 더욱 힘들어지고 이는 대물림될 가능성도 산업사회에서보다 훨씬 높다는 뜻이다.

디지털 격차는 아직 우리사회에서는 사람사이의 마음의 골을 파이게 할 정도로 부각되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본격적인 정보화 사회에 접어들면 사정을 달라질 것이기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 디지털 격차로 인해 갈등이 생기고, 갈등은 반목과 싸움을 낳게 된다. 이렇게 해서 생기는 사회분열은 엄청난 비용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지난 11월 18일 튀니지에서 막을 내린 세계정보사회정상회의(WSIS)에서도 가장 중요한 이슈가 디지털 격차 해소였다.

정보의 '가진자와 못가진자' 간의 갈등 못지 않게 국민통합이라는 관점에서 주의 깊에 봐야 할 것은 사이버 세상에서의 갈등이다. 익명성을 바탕으로 '패거리' 처럼 휩쓸리는 인터넷 여론 형성 구조는 이미 우리사회에 엄청난 갈등의 불씨로 자리잡고 있다.

인터넷은 그 특성상 장점을 제대로 살린다면 무엇보다 훌륭하고 민주적 여론형성의 도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자칫하면 통제할 수 없는 칼날이 돼 누구에게나 비수를 겨누게 될 수도 있다.

역사가 짧아서 그렇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또 점차로 자정(自淨)의 모습도 보이고 있지만 현재의 사이버 문화는 분명 우려스러운 상태라 할 수 있다.

사이버 상에서는 '우리편 아니면 적'이라는 이분법적 문화가 횡행하고 있으며 그나마도 깊이 있고 조심스런 분석에 바탕을 두기 보다는 기분에 좌우되고 있다.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진위를 둘러싼 MBC 보도에 대한 사이버 상에서의 여론을 보자. 한번 나쁜 방송으로 찍힌 MBC에 대해서는 거의 무차별적인 네티즌들의 공격이 이뤄졌고, 급기야 여론에 밀려 기업들이 광고를 내리는 촌극 같은 일로 이어졌다.

이른바 '개똥녀' 사건에서도 보듯 네티즌들에게 '공적'으로 몰리면 당사자는 변명의 기회조차 없이 사회에서 발을 붙이기조차 어려워져 버린다. 이같은 문화를 바로잡지 않는다면 국민통합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같은 관점에서 보면 이제 정부의 역할은 단순히 수치상의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는 것 이상이어야 한다. 모든 사람이 컴퓨터를 보유하고, 컴퓨터를 잘 다룰 수 있는 능력을 갖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도록 계도하고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

제대로 대책을 생각하기도 전에 너무도 빨리 디지털 문화가 확산돼 버린 때문에 제도권에서 체계적으로 교육하거나 준비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특히 청소년들에게 디지털은 이미 생활이 돼 있다는 점에서 정부차원의 체계적인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할 때다.

2006년에는 디지털 격차의 해소는 물론 건강하게 디지털을 이용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듦으로써 따뜻한 디지털 세상을 열고, 이를 바탕으로 국민통합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백재현기자 bri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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