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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제, 행자부 DB 못써 파국 불가피


 

지난 3월9일 선거 관련 인터넷 실명제 법이 통과 됨에 따라, 각 인터넷 업체가 기술적 조치를 취해야 하는 법정 시한이 4월8일로 불과 1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정부나 업체나 현실적인 준비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법적으로는 대부분의 업체가 1천만원의 벌금을 내야 할 판이다.

그렇지만, 정부나 업체, 어디에서도 이에 대한 대책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이처럼 선거 관련 인터넷 실명제가 파국으로 치닫는 이유는 현실을 고려하지 않는 국회의 입법이 근본적인 문제이다. 또 이미 입법이 된 상태이지만, 정부(행자부)도 '대책이 없는 상황'이어서 혼선을 부추기고 있다.

입법 당시 국회 정치개혁특위는 "(인터넷 업체가) 민간 신용정보 회사뿐 아니라 행자부 주민DB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서 시스템 구축 비용을 줄이고 신용정보 이용시 소외될 수 있는 사람의 글쓰기도 보장하겠다"고 말했지만, 정부는 "올해에는 행자부 DB를 쓸 수없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국회는 당시 인터넷 실명제에서 민간 신용정보 제공 회사의 DB만 이용할 경우 생기는 많은 문제점에 공감했기 때문에 행자부 DB를 같이 사용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17대 총선에서는 민간 회사 것만 쓸 수 있다.

그로 인한 문제는 많다. 우선 인터넷 실명제가 강행될 경우 업체는 과도한 비용을 내야 한다. 또 17세 이하 미성년자나 주민등록말소자, 재외국민은 인터넷에서 선거관련 글을 쓸 수 없는 '차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행자부, 내년부터라야 가능하다

행정자치부 주민과 주민등록계 최정례 사무관은 30일 "선거법에 따라 인터넷 업체에게 성명과 주민등록번호의 일치여부를 주민등록전산자료에 의해 확인해 주려면 별도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데, 예산과 시간 문제로 지금당장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주민등록전산망에서 다루는 정보는 개인의 신상정보여서 보안을 위해 번호와 성명이 따로 구축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데, 예산이 15억원 정도 들고, 기간도 3개월이상 걸린다"며 "올 해 집행하려면 작년에 예산을 배정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올 해 예산을 넣고 내년에 집행해야 하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에따라 행자부와 국회 정개특위는 올 해에는 법적 근거만 만들고, 실제 적용은 내년이후로 하기로 합의했다.

'인터넷실명제'를 위해 주민전산자료를 활용할 수 있다는 '선거법'은 통과됐지만, 실제 적용은 불가능한 거다.

민간 신용정보 회사 것만 쓸 수 있다

법이 국회를 통과한지 30일이내에 실명확인을 위한 기술적인 조치를 하지 않으면 1천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선거법은 3월 9일 통과됐다. 따라서 인터넷언론사와 포털들은 늦어도 8일까지 시스템을 갖춰야 벌금을 안 낸다.

현재 쓸 수 있는 건 민간 신용정보 회사의 DB뿐이다.

한국신용평가정보, 서울신용평가정보, 한국신용정보 같은 회사와 계약을 맺고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

업체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 월200만원, 조회건당 3천원 이하에서 요금이 매겨진다.

요금은 보통 기본료+조회건수로 책정되는데, ▲월 10만원(5천건 기본조회, 추가 건당 20원) ▲ 월 30만원(10만건 기본 조회, 추가 건당 10원~20원) 등이다.

서울신용평가정보 관계자는 "일단 회원으로 가입하면 우리가 웹페이지에서 사용되는 소스를 인터넷업체에게 주게 된다"며 "소스를 게시판 관리자가 해당업체 정책에 맞게 커스터마이징하는 데에는 하루가 채 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신용평가정보관계자는 "실명제 논란이 거세도 문의가 많지는 않지만 관공서를 시작으로 늘어나고 있다"며 "이번 총선에 한해 한시적으로 월 5만원에 정액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준비부족으로 밀어붙이는 실명제, 효과있나?

신용정보 회사들이 '인터넷실명제'를 준비중인 인터넷업체에게 파격적인 가격과 서비스를 제공한다 해도, 근본적인 문제가 남는다.

국민 여론을 무시한채 실명제법을 통과시켰으면서도, 국회의원들은 법 시행을 위한 후속조치는 고민하지 않았다. '행자부 DB를 이용할 수 있다'고 만 했지, 실제로는 이용할 수 없게 만든 것이다.

따르지 않으면 벌금을 내라고 협박(?)하면서도 따르기 위한 기본 대책에는 소홀했던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열린공간인 인터넷에서 차별이 발생한다는 거다.

인터넷의 정신이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해서 말할 수 있다는 것인데, '선거법'에 따르면 신용정보 회사 DB에 없는 사람은 인터넷글쓰기를 할 수 없게 된다.

미성년자는 금융기관 거래 실적이 거의 없어 신용정보 회사에 제대로된 DB가 없고, 주민등록말소자에 대한 정보는 행자부에서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재외국민의 경우도 마찬가지. 한국정보통신산업협회와 법무부에서 재외국민 실명확인을 위한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지만, 아직 오픈되지 않은 상황이다.

인터넷을 통한 흑색선전을 막는다는 이유로 도입된 '인터넷실명제'가, 이번 총선에서 일부 국민들의 정치 참여를 원천 봉쇄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울 수 있는 상황이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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