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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이 죽인 정치, 패러디가 살려낸다


 

정치는 꼭 엄숙해야만 하는가.

"아니다"고 대답하는 곳이 있다. 의사당에서 벌어지는 '엄숙한 멱살잡이'를 사정없이 꼬고, 비틀고, 뒤집어버리는 곳이 있다. 그럼으로써 국민에게는 이미 시들어버린 정치에 웃음으로 새 생명을 불어넣는 곳이 있다.

인터넷 시사 패러디 사이트가 그곳이다. 정치인이 죽인 정치를 이들 사이트가 풍자와 해학으로 되살려 내고 있는 것이다.

'딴지일보'를 원조로 시작된 인터넷 시사 패러디는 최근 IT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만평, 합성사진, 동영상 등 멀티미디어로 재무장하면서, '21세기적 미디어'로 평가될 만큼 네티즌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패러디가 인터넷의 한 장르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왜 시사 패러디인가

정치적인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이번 4.15 총선은 지난 2002년 대선의 연장선에 있다. 정치개혁이라는 화두도 여전하고, '친노'와 '반노'의 대결 양상도 비슷하다. 무엇보다 지난 대선 당시 인터넷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음이 주지의 사실이고, 이번 4.15 총선도 어느 선거보다 인터넷의 영향이 강력할 것으로 예측된다.

총선과 맞물려 생긴 대표적인 사이트는 라이브이즈닷컴(www.liveis.com), 짱노닷컴(www.zzangno.com), 조은나라닷컴(www.okjoa.com), 미디어몹(www.mediamob.co.kr) 등이다. 그런 이유로 이들 사이트는 어느 정도 자연스럽게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게 있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틀 사이트가 '일회용'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시대가 낳은 새 장르라고 보는 게 더 적절하다. 일종의 흐름이고 대세이다. 네티즌이 이들 패러디 사이트에 열광하는 까닭은 단지 '정치'를 다루기 때문이 아니라 웃기면서도 가볍잖은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시사 패러디의 영향력과도 직결되는 것이다.

선거가 후보간 이미지 전쟁이라고 봤을 때 정치 패러디가 선거에 미칠 영향은 지대하다고 볼 수밖에 있다. 과거 선거에서 유권자는 후보 쪽에서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이미지를 기억하고 투표에 임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인터넷은 이를 완전히 뒤바꾸어 놓았다. 후보에 대한 기존 하향식 이미지는 인터넷에서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후보나 당이 분바르고 포장한 이미지는 인터넷에서 가차없이 까발려지도록 돼 있다. 그 핵심이 패러디다.

패러디를 통해 다양하게 재창조된 이미지는 급속도로 전파된다.

"심각하게 보지 말아라"

현실과 패러디는 본질적으로 일치하지 않는다.

미디어몹 최내현 편집장은 "패러디는 농담처럼 가볍게 봐야 한다"며 "모든 작품은 결국은 '잘해보자'는 취지로 제작된 것이기 때문에, 분석하며 보지말고, 작품이 풍자하는 메시지를 흘리듯이 느껴 보시라"고 충고한다.

이에 대해서는 정치인도 어느 정도 준비는 된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의 경우 사이버 논객 출신의 안동헌 부대변인이 산파가 돼 노무현 대통령 측을 비판하는 '무법자 노란돼지'란 패러디를 선보였다. 한나라당은 특히 홈페이지(hannara.or.kr)를 통해 패러디를 공모하기도 하였다.

대응 패러디로 자당이 당할(?) 것도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설득력이 관건이다"

인터넷 패러디를 우려하는 시각도 많다. "저속하다", "편파적이다", "사실을 왜곡한다" 등이 우려의 이유로 내세워질 주제이다.

'노무현은 퇴진하라.' 짱노(www.zzangno.com) 홈페이지에서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글귀다. 패러디라기보다 선동적 구호이다.

하지만 이런 선동적 구호가 패러디의 대세일 수는 없다.

심재관 라이브이즈닷컴 운영자는 "인터넷 패러디는 잘못된 현실을 해학적으로 질타, 옳은 방향에 대해 네티즌과 공유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고 그럴 경우에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며 "라이브이즈닷컴의 패러디는 일부 언론에 알려진 것과 달리 '친노'나 '반노'를 가리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디어몹 최내현 편집장은 "패러디도 작품인 한 메시지가 있게 마련이고 작가마다 메시지에 정치적 성향이 어느 정도 나타날 수밖에 없지만 그렇다 해서 맹목적인 비난과 비판은 설득력을 가질 수 없다"고 설명하였다.

저속하고 편파적이며 선동적인 패러디 작품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이 네티즌을 설득하기는 힘들다는 설명인 것이다.

이균성기자 gslee@inews24.com 김지연기자 hiim29@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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