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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순신] 吳越同舟 음반업체들


 

손자(孫子)의 '구지편(九地篇)'에 '夫吳人與越人相惡也 當其同舟而濟遇風 其相救也 加左右手'(부오인여월인상오야 당기동주이제우풍 기상구야 가좌우수)이라는 문구가 있다.

'대저 오나라 사람과 월나라 사람은 서로 미워한다. 그러나 그들이 같은 배를 타고 가다가 바람을 만나면 서로 돕기를 좌우의 손이 함께 협력하듯이 한다'라는 뜻이다. 이 문장은 '오월동주'(吳越同舟)라는 고사성어로 잘 알려져 있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음반유통 패러다임이 변하는 폭풍에 맞서 그동안 서로 사업방향이 달랐던 음반업체들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를 말해주는 대목이다.

김영 통합추진위원장은 여러 단체로 흩어져 분산됐던 목소리를 하나로 묶어 음반업계에 놓인 현안을 효율적으로 대응해 가겠다는 취지를 밝혔다.

이와 함께 3개 단체는 24일 온라인음악서비스업체인 벅스뮤직 앞에서 '불법음악사이트 폐쇄를 위한 규탄대회'를 갖기로 했다. 통합을 선언한 음반업체들의 첫 단체행동인 것이다.

발기대회로부터 사흘이 지난 23일 월요일, 한국음반산업협회와 20개의 음반업체들은 '한국음원제작자협회가 음반업체들의 대변단체가 아니다'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음반업체들이 음제협의 신탁관리를 동의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사실상 음제협의 신탁관리사업에 제동을 걸었다.

사흘만에 음반단체들의 통합을 추진했던 열띤 분위기는 가라앉았다. 이번 일로 두 단체는 그동안 쌓인 앙금을 다시금 보여줬다.

음제협은 "음원신탁관리와 통합법인의 추진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음산협이 이사회로부터 승인을 받고서 성명서를 공개했는지 여부를 공문으로 요청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결국 24일에 예정했던 집회가 취소됐다. 음반업체들은 이번 집회의 대상을 벅스뮤직으로 국한짓는 게 적절치 않아 다음으로 연기하겠다고 설명했다. 음반업체들간 밥그릇 다툼하는 '이전투구'의 모습만 비춰주게 된 것이다.

음반업체들의 온라인음악서비스 사업방향이 다를 수 있다. 수백개에 이르는 음반업체들의 요건을 충족시키기란 어렵다. 음반업체들은 위축된 오프라인시장에만 매달리지 않고 온라인시장 진출을 물색해야 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상황이다.

음반업체들은 오는 7월 1일 음악서비스 유료화를 앞두고 이것이 고사직전의 음반시장을 살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인지 전전긍긍하고 있다. 현재 음악서비스 유료화 성공여부는 국내 최대의 온라인음악 제공업체인 벅스뮤직에 달려 있다. 벅스가 유료화에 동참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기 때문.

음반업체들은 1천400만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벅스를 무너뜨려야 생존할 수 있다고 보고 벅스를 불법 온라인음악서비스업체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음반업체들은 서로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가운데 벅스에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채 시간만 낭비하고 있다.

시간이 더 지체될 경우 음반업체들은 벅스를 제압하긴 커녕, 온라인음악사업의 진출시기를 놓쳐 콘텐츠제공업체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바람앞에 오나라와 월나라가 힘을 뭉치듯 벅스라는 공동의 적을 격파하기 위해 음반업체들이 단합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국순신기자 kooks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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