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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과뒤] 뒤안길로 사라지는 '허경영 신드롬'


허위사실 유포로 법정구속…"죄질 나쁘다"

그랬을까? 이런 생각부터 들었습니다. 다름아닌 17대 대통령선거 후보로 나섰던 경제공화당 허경영씨에 대한 생각입니다. 허경영씨는 지난 23일 법정 구속됐습니다. 법원은 "죄질이 나쁘다"고 영장실질심사에서 밝혔습니다.

지난 대선기간동안 기자는 시사이슈팀장을 맡으면서 대선취재를 담당했습니다. 허경영 후보에 대해서 저에게 묻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우선 제 주변의 친구들이 허경영 후보에 대한 관심이 높았습니다.

그 궁금증은 무엇일까요? 대선 투표일을 며칠 앞두고 한 친구가 전화를 걸어 왔습니다. 큰 소리를 내며 웃으면서 저에게 묻더군요.

"허경영이라는 이 사람…도대체 어떤 사람이냐?"

제가 우스개 소리로 설명했습니다.

"아이큐가 430이라고 한다. 우리 같은 보통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다. 박정희 시절때 보좌관을 했다고 하는데…신혼부부에게 1억원 지급하고 자녀를 낳으면 3천만원 주고…그 재원은 매년 보도블럭 교체하는 것 안하면 된다고 하고.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후보이지."

그랬더니 친구는 "참, 황당하면서도 재밌는 사람이구만"이라고 답하더군요. 그렇게 이야기는 끝이 났습니다. 더 이상 제가 설명할 것도, 친구가 궁금해 하는 것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황당하면서도 재밌는 사람같다'는 말은 오랫동안 제 머리속에 남아있더군요.

'황당하면서도 재밌는 사람…허경영!?'

그를 이해하기는 참 어렵습니다.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라는 의문이 먼저 생깁니다. 그가 선거 유세기간동안 유인물을 통해 공개한 자료는 대단했습니다. 박근혜 전대표와 사진을 같이 찍었고 부시 미국 대통령과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의 사진이 게재됐습니다.

박근혜 전대표, 부시 대통령과 친분을 내세우면서 '유엔본부의 판문점 이전은 부시 대통령이 생각해 보겠다'는 말까지 선거 홍보물에 버젓이 실렸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그의 공약은 참으로 혁명적(?)인 것이었습니다.

정치분야 공약에서는 ▲국회의원 출마자격 고시제도 실시로 자질을 높이고 100명으로 축소, 경제분야에서는 ▲1천여개 산삼 재배 단지 만들어 100만명 고용하는 산삼뉴딜 정책실시, 복지분야에서는 ▲출산시 출산장려금 3천만원 지급 ▲첫 결혼시 1억원 국가가 무상지원해 중산주의 실현, 국방분야에서는 ▲미국의 유에본부를 판문점으로 옮겨 확실한 안보 보장…경제활성화와 아시아연방통일 추진 등이었습니다.

허 후보의 공약을 들어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어떻습니까? 이런 공약이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아니면 허황된 공약이지만 국민들에게 한동안 재미와 웃음을 던져준 후보라고 기억되십니까? 그것만으로도 삭막한 정치판에 '즐거웁지 아니하더냐'라고 생각하시겠습니까.

그런 그가 23일 구속됐습니다.

구속의 이유는 지난해 10월 배포된 무가지 신문에 자신을 과장한 내용의 광고를 내고 박근혜 전 대표와 결혼설 등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입니다. 법원은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의도적으로 유명 정치인과 친밀한 관계가 있는 것 처럼 사실과 다른 내용을 유포해 선거에 사용한 사실이 인정돼 범죄가 중하다"고 밝혔습니다.

법원은 나아가 다가오는 총선을 염두에 둔 구속 이유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법원은 "허씨는 개인적 능력을 과대 포장해 다가오는 총선에서 국민을 속여 새로운 범죄 행위에 나설 위험성이 있다"고 구속이유를 설명했습니다. 허씨는 이미 18대 총선에 나서기로 밝힌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허씨는 영장실질심사에 나서면서 자신의 여권을 들어보였습니다. 미국을 방문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미국을 방문해 부시 미대통령을 만났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제스처였던 것 같습니다.

허씨는 대통령 후보에까지 나온 자신을 구속하는 것에 대해 "내가 무슨 잡범이냐. 대통령 후보로 나왔었고 국민의 지지도 받았다"며 법정구속은 이해할 수 없다고 항변했습니다. 도망갈 사람도 아닌데 불구속으로 재판을 받으면 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인 것이죠.

허 후보는 지난해 12월19일 제17대 대통령 선거에서 9만6천756표를 얻었습니다. 0.4%의 지지율이었습니다. 약 10만명의 유권자가 허 후보에게 표를 던진 것이죠.

대통령 선거가 끝난 이후 허 후보의 인기는 더욱 치솟았습니다. 공중파 방송을 비롯해 케이블방송의 연예 프로그램에 '섭외 1순위'가 된 것이죠. 정치인에서 이제 연예인으로 탈바꿈해도 되겠다 싶을 정도로 많은 관심을 한 몸에 받았습니다.

그렇다면 네티즌에게 '허본좌'로 불리우는 허경영 후보의 평가는 어떻게 나타나고 있을까요?

네이버에 의견을 올린 Ken****씨는 "허경영씨, 솔직히 이 분은 때 되면 한번씩 나와서 국민들에게 웃음을 주는 것 같다"고 평하면서 "(허 후보가 말하는 모든 것은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한 귀로 듣고 흘리시길…"이란 평가를 내놓았습니다.

또 다른 네티즌인 Ssl****씨는 "처음엔 믿지 않았지만 허 후보의 공약 설명 동영상을 보고 신뢰가 갔다"며 "투표권이 생기고 그때 허경영 후보가 나온다면 허경영 후보를 뽑겠다"고 말했습니다.

네티즌들의 평가는 '솔직히 신뢰는 가지 않지만 재밌고 신선하다'는 것으로 정리됩니다. 이는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도 어느정도 작용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어느 것 하나 재밌는 이벤트가 없는 상황에서 '허경영 이벤트'가 다가온 것이죠.

하지만 국민의 삶과 직접 관계되는 공약과 대안을 두고 희화화한다거나 과대포장하는 것은 국민을 또 한번 우롱하는 행동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쨌든 허경영씨는 구속됐습니다. 그것도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혐의입니다.

전 국민을 상대로 한판 '빅 이벤트'를 벌인 그 역시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길을 걷고 있다고 한다면 지나친 해석일까요? 선거법 위반혐의로 벌금형 100만원 이상을 받으면 5년동안 피선거권이 박탈됩니다. 선거에 나올 수 없다는 것이죠.

재판과정을 지켜봐야 할 일이지만 허경영 후보가 18대 대선에 다시 나설 수 있을 지는 미지수입니다. 혹시 18대 대선에서 다시 그의 얼굴을 보고 싶다는 국민들이 있을까요?

정종오기자 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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