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대 국회에서 한나라당 주류가 두려워했던 당내 소장파가 이제는 존재가치 상실이란 위기에 처해 있다.
지난해 당 대선후보 경선과 대선을 거치면서 약화된 소장파의 입지는 지난 19일 한나라당이 실시한 국회 상임위원장 경선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소장파의 선두주자로 불리는 남경필, 정병국 의원과 함께 중도성향의 권영세 의원이 경선에 출마했지만 모두 낙선의 고배를 마신 것.
이중 권 의원은 최병국 의원과 맞섰지만 무효표 논란 속에서 득표 동수를 이뤄 '다선·연장자 우선'이라는 규정에 막혀 떨어졌다.
하지만 지난 국회에서 당내 소장그룹의 대표격인 이들이 모두 낙선한 점은 향후 이들의 정치 행보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중진급인 이들 소장파는 지난 16대와 17대를 거치면서 당내 소장파로서의 당내 주류에 대한 견제자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는 점에선 호평을 받고 있지만 한나라당의 전면에 나서지 못한 비애를 품고 있다.
그러면서도 소장 그룹은 지난해 경선과 대선을 통해 스스로를 유명무실화 했다. 이들은 지난 2006년 5.31지방선거에서 당내 기반이 전무한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 경선과 본선에서 당당히 당선시켰다. 고무된 소장파는 그러나 그해 7.11전당대회에서 독자세력화에 실패한 후 전면에서 사라졌다.
7.11전당대회에 앞서 소장 그룹은 당내 중도세력인 '푸른정책연구모임'과 손을 잡고 '당의 새로운 미래를 지향하는 모임(미래모임)을 만들어 소장과 중도세력을 규합해 당 지도부에 소장파를 진입시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당시 미래모임의 대표주자로 남경필 의원이 유력했지만 내부 투표에서 권영세 의원이 뽑혀 전당대회에 출마했다. 이러한 소장+중도세력의 세 규합에도 불구하고 권 의원은 6위를 기록해 선출직 최고위원에 입성하지 못했다.
'소장+중도연합'이라는 과감한 전략으로 전당대회에 나섰지만 분열만을 가져온 셈이 됐다.
이를 계기로 소장파는 당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다가 지난해 대선후보 경선을 계기로 아예 분열기를 맞게 됐다. 대선후보 경선에 소장파 대표격인 원희룡 의원이 나섰지만 예상과 달리 소장파와 수요모임은 등을 돌렸고, 소속 의원들은 각기 다른 대선 후보 캠프로 자리를 옮기면서 소장파 그룹의 수요모임은 사실상 해체된 것.
대선 이후 소장파는 정치 전면에 나서지 못하고 총선 공천이란 단두대에 숨을 죽였고,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 그룹은 모두 한발 뒤로 물러나 있었다. 이 와중에 남경필 의원은 지난 총선 때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의 2선 퇴진을 주장했다가 실패한 뒤 정중동 행보를 보였다.
당내 소장 그룹의 존재가 이처럼 희박해졌기 때문에 이번 상임위원장 선거에서 소장파의 완패는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였다. 정치적 입지가 축소된 남원정 그룹은 새로운 정치적 활로 모색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위기감에 휩싸여 있는 모습이다.
정치컨설팅업체 이윈컴의 김능구 대표는 "소장파가 경선과 대선, 또 총선기간 동안 자신의 생존에만 매달렸을 뿐 정치적 활동을 한 것이 없다"고 일침을 가하며 "세력으로서 한 것이 없으니 지금에 와서 세력으로서 상임위원장을 한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소장파가 새로운 기치를 내세우기 위해선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이제는 당내 개혁세력의 기치와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면서 "존재의 이유를 분명히 해야 개혁세력의 깃발을 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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