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미국식품의약국(FDA)이 미충족 수요가 큰 대사이상 지방간염(MASH) 신약 임상 기준 완화를 추진하면서, 관련 신약을 개발 중인 기업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간을 중심으로 한 인체 상반신 3D 일러스트. 기사에 언급되는 내용과는 무관함. [사진=픽사베이]](https://image.inews24.com/v1/aa80354af9ab06.jpg)
MASH는 술을 먹지 않아도 신진대사 문제로 간에서 염증이나 섬유화 등 알코올성지방간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질환이다. 이는 포도당 대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슐린 기능이 저하되면서 간에 과도한 지방이 축적된 탓에 비만·당뇨병·고콜레스테롤 환자군에서 주로 발생한다. 염증을 방치하면 간경화·간부전 등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심할 경우 간암으로 악화할 수 있다.
기존에는 MASH 치료제 개발을 위해 간 생검(Liver biopsy)을 통해 임상 데이터를 확보해야 했다. 그러나 이 같은 방식은 출혈과 감염 같은 합병증 위험이 있어 환자에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또 간의 일부 조직만 채취하는 방식이어서, 간의 전체 상태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다. MASH는 병변이 불균등하게 분포하는 특성이 있어 반복 검사에도 진단과 평가에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FDA는 간 조직을 채취하지 않는 '비침습적 검사'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번 논의는 에코센스(Ecosens)가 의향서를 제출하면서 시작됐다. 에코센스는 간섬유증, 지방증 등 간 질환을 측정하는 비침습적 진단 기술을 보유한 미국 기업이다. 일라이릴리, 노보노디스크, 베링거인겔하임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에코센스 의향서를 지지했으며, 향후 임상 평가지표가 초음파나 MRI 등과 같은 영상기기를 활용해 약물 효과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FDA가 에코센스의 의향서를 수용한 것은 MASH의 미충족 의료 수요가 크고 환자도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재 미국에서 승인된 MASH 치료제는 마드리갈의 경구제 '레즈디프라'와 노보노디스크의 비만약 '위고비'뿐이다. 위고비는 지난달 MASH에 대한 추가 적응증으로 승인받았다. 비영리 재단 ALF(American Liver Foundation)에 따르면, 올해 기준 미국 내 MASH 환자는 1500만명 안팎으로 추산되며, 2030년까지 유병률이 63% 늘어나 244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MASH 치료제 시장은 이제 막 열리기 시작한 블루오션으로 평가된다. 미국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환자가 증가하고 있으며, 글로벌 시장 역시 초기 단계임에도 빠르게 확대되는 추세다. 후발 기업들의 기회는 무궁무진하다.
업계 관계자는 "비침습적 검사 방식이 안전성과 신뢰성을 인정받아 정식으로 도입되면 환자 모집이 한층 수월해지고 임상 비용 부담도 줄어들 것"이라며 "후발 기업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에서 MASH 신약을 개발 중인 기업으로는 한미약품, 동아에스티, 올릭스, 디앤디파마텍 등이 있다. 한미약품은 머크(MSD)에 파이프라인 '에피노페그듀타이드'를 8억6000만 달러(약 1조1500억원) 규모로 기술이전했다. 에피노페그듀타이드는 임상 2a상에서 간 섬유화 증상을 72.7% 감소시켰고, 부작용 역시 미미한 수준에 머물렀다.
동아에스티는 자회사 메타비아를 통해 'DA-1241'을 개발 중이며, 최근 미국 2a상을 완료했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탑라인 데이터에 다르면, DA-1241은 간 손상 선별지표(ALT), 지방간지표(CAP), 당화혈색소 지표(HbA1C) 등에서 유효성과 안전성이 확인됐다. 올릭스는 올해 초 일라이릴리에 6억3000만 달러(약 8600억원) 규모로 파이프라인 'OLX702A'를 이전했고, 디앤디파마텍은 미국에서 'DD01' 임상 2상 연구를 하고 있다.
/정승필 기자(pilihp@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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