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지배 구조 개선, 기업가 선순환 모델 구상, 산업 전반 공헌. 이 세가지가 목표입니다."
안철수 안철수연구소 이사회 의장은 조직위원장을 담당하고 있는 국제 보안 컨퍼런스 'AVAR 2007' 행사 기자간담회에서 안철수연구소 최고경영자(CEO)를 사임할 당시를 회고했다.
안철수 의장이 최고경영자를 사임한 2005년, 안철수연구소는 전성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한창 회사가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을 때 돌연 사임을 결심한 것. 안 의장은 현재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E-MBA 과정을 밟고 있다.

"도덕적인 1인이 업무를 추진하면 업무 효율성은 높아지겠지만, 인간은 나약한 존재이므로 쉽게 부패하고 자만심에 빠질 수 있습니다. 기업 구조도 마찬가지죠. 민주주의 체제가 3권 분립을 하는 것처럼 독단적 의사결정을 견제하고 균형을 맞출 수 있는 건강한 기업 지배 구조가 필요합니다."
미국에서 공부를 하면서 부러웠던 점은 70년 미국 벤처 기업의 역사를 살펴볼 때 그야말로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 기업이 많다는 점이었다고 안 의장은 말한다. 우리나라는 창업자가 벤처를 세우고 업체가 성장하면 끝까지 업체와 생사를 같이하는 반면 미국 실리콘밸리 벤처 창업자들은 벤처를 창업하다가 또 다른 벤처를 설립하기도 하고, 일반 기업 및 학교에 진출하기도 하면서 새로운 영역을 계속 발굴해 나간다는 것.
◆최고학습담당자(CLO)로 컴백
"벤처 창업가로서 후배들에게 향후 진로에 대한 선택의 폭을 넓혀주고 기업가로서 선순환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었습니다."
그는 우리나라 정보기술(IT) 벤처의 성공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고, 이공계를 기피하는 상황이 지속되는 현재의 모습에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말한다. IT벤처가 지녀야 할 자세는 ▲다양성 ▲창의력 ▲도전정신이어야 한다고 안 의장은 강조했다.
최근 AVAR 2007 행사 조직위원장을 담당하며 2년전 스스로 작성한 퇴임사를 꺼내 다시 읽어봤다는 안 의장은 아직도 안철수연구소를 설립하던 당시의 마음이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감과 함께 기분이 좋아졌다는 말을 덧붙였다.
"중소기업의 성공을 돕기 위해서는 그들이 왜 실패하는 지 알아야 합니다. ▲벤처 관리자 지식·역량 부족 ▲대기업 위주 산업 구조 ▲중소기업 인프라 부족 등이 큰 이유입니다."
중소기업의 CEO라 하더라도 전문성이 부족하며,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인력 파견 업체로 전락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고 안 의장은 지적한다. 뿐만 아니라 기업가와 조직원만 잘해서는 기업이 발전할 수 없다고 힘주어 말한다. 정부와 벤처캐피털 및 금융권의 협력과 관련 법제도가 총제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산업 구조를 바꾸는 일은 제가 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닙니다. 중소기업 관리자에게 제가 가진 경험과 지식을 나눠주고, 조언을 통해 발전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 앞으로의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식을 직접 체득하고 스스로에 대한 자가 진단을 통해 필요한 지식과 그렇지 않은 지식을 구분하는 능력을 기르기 위해 CEO 사임과 동시에 미국 유학을 결심했다고 안 의장은 말했다. 그는 어느덧 내년 5월이면 졸업하게 되며, 한국으로 돌아올 준비를 서서히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에 돌아오면 최고학습담당자(CLO: Chief Learning Officer)로 활동할 계획입니다. CLO라는 개념이 생소하시죠? 제가 만든 일종의 조어입니다."
"외국에서는 직업이 사람을 정의하는데, 국내에서는 자리가 사람을 대변하는 것 같다"는 안 의장은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제가 의학도에서 벤처 창업자로 또 학생으로 몇 번의 변화를 거듭할 때 기준은 오직 세 가지 였습니다." 그는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고, 하고 싶고, 의미가 있는 일인지 판단한 후 진로를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안철수연구소에서 교육을 담당, 중소기업의 교육 프레임을 다시 짜고 싶습니다. 기존 교육방식과 차별화하지 못한다면 시작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바둑을 예로 든 안 의장은 처음 바둑을 둘 때는 맞바둑을 두지만, 정석을 하면서 실력이 느는 것을 스스로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급수가 차츰 올라가면서 정석이 비로소 체화되고 정형화된 틀을 깨우치면 자연적으로 승리를 위한 전략을 짤 수 있게 된다는 것.
◆중소기업위한 선순환모델 구축
중소기업 역시 체계화된 교육 틀을 마련, 교육장에서만 사용되는 기술이 아닌 실무에 직접 적용할 수 있도록 해 관리자와 조직원이 교육에 대한 선순환적 사고를 지닐 수 있도록 탈바꿈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단 안철수연구소에서 중소기업 교육을 위한 선순환적 모델을 구축하고, 실험을 통해 향후 나아갈 방향을 점검해볼 생각입니다."
안 의장은 안철수연구소 내에 학습센터(Learning Center)를 설립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역할 모델이 없이 시작하는 계획인 만큼 신중히 접근한다는 전략이다. 뿐만 아니라 학습센터의 자매 기관으로 마이크로파이낸스 또는 전문 벤처캐피털(VC) 설립을 계획중이다. 마이크로파이낸스(microfinance)란 저소득, 금융서비스 소외계층을 위한 소액금융서비스이다.
"전 세계 펀딩 규모가 각종 소프트웨어(SW), 인터넷상 툴의 발달로 대규모 인력이 필요없게 되면서 스타트업 비용이 줄어들게 됐습니다. 이런 추세를 기반으로 중소기업에게 재정적인 부분까지 부차적으로 도와주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안 의장은 화제를 돌려 행사에 대한 말을 이어 갔다.
"이번 AVAR 2007 컨퍼런스의 핵심 키워드는 이제 해킹의 목적이 단순한 재미가 아니라 금적전 이익을 노리는 것으로 동기가 변화됐다는 점입니다."
최근 공격자 행태 변화는 크게 5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개인 범죄에서 조직범죄화 ▲불특정 다수에서 특정 국가·지역·인터넷커뮤니티 대상으로 ▲바이러스에서 트로이목마, 스파이웨어로 ▲데이터 자료 변조 및 파괴에서 정보 유출로 ▲인터넷 대란 등 소란 목적에서 은밀한 거래를 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공격의 행태가 변화되는 만큼 방어 행태도 변화되는 것이 당연합니다."
최근 공격이 바이러스가 아닌 트로이목마가 대부분인 점을 감안해 이를 반영하고, 안티 바이러스 업체 성격이 제품 위주에서 서비스로 바뀌는 것을 바탕으로 지역화된 긴급대응력을 길러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킹 역시 전 세계 표준이 아닌 각 지역의 특성에 맞춰 발발하므로 로컬 센터를 마련해 서비스를 강화하는 것이 필수라고 안 의장은 말한다.
◆변화하는 소비자 패러다임 적극 반영할 것
최근 국내 무료 백신 논란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안 의장은 "핵심은 각종 인터넷 사고 발생시 책임지고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느냐 하는 점"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안철수연구소는 13년 동안 V3를 필두로 무료 백신을 보급해왔습니다. 단순히 외국 엔진을 임차해 사용할 경우 개인·회사·국가적 차원의 사고에 긴급하게 대응할 수 있는 지 묻고 싶습니다."
안티 바이러스 사업을 기본적인 인프라에 대한 투자 없이 돈벌이를 위한 수단으로 악용하는 사례는 지양돼야 한다는 안 의장은 "무료 백신의 경우 개인 소비자는 무료로 이용하는 것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광고를 통해 간접적으로 비용을 지불하는 것임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고 대답했다. 장기적인 발전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업계와 소비자가 무료 백신에 대한 사안을 정리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안철수연구소 역시 이를 적극 반영하되 기본적인 대전제를 충족시킨후 방법을 모색해 나갈 예정입니다."
/서소정기자 ssj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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