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지하수와 놀이터 모래 속에는 ‘1급 발암물질’이 숨어있다. 국내 연구팀이 지하수와 토양에 숨어있는 1급 발암물질 ‘6가 크로뮴’의 분석 정확도를 높일 수 있는 ‘기준 물질’을 내놓았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원장 이호성)은 포항가속기연구소(PAL, 소장 대행 박재헌)와 협력해 환경 시료 내 6가 크로뮴 함량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규조토 인증표준물질(CRM)’을 개발했다.
환경 분석 기관이 수행하는 측정 결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교정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했다. 유해 물질 검사의 정확도와 신뢰성을 한층 높일 전망이다.
6가 크로뮴은 강한 독성과 산화력을 가진 유해 물질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이 물질은 산업 시설뿐 아니라 우리가 마시는 지하수나 놀이터의 모래 등 일상 곳곳에 존재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환경 관리 법령에 따라 지하수·토양과 생활 공간 내에 6가 크로뮴 포함 여부를 엄격히 검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6가 크로뮴 분석용 규조토 분말 인증표준물질(CRM) 제조 과정. [사진=표준연]](https://image.inews24.com/v1/e5a0efd91812b6.jpg)
기존에는 환경 검사 기관별로 6가 크로뮴 측정 결과에 차이가 발생하더라도 이를 객관적으로 검증하고 교정할 표준화된 기준이 없었다. 분석 결과의 정확도와 일관성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었다.
KRISS 무기측정그룹 조하나 책임연구원 팀은 최선희 책임연구원 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6가 크로뮴 분석용 규조토 분말 CRM’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CRM은 측정 결과와 분석 방법이 정확한지 확인할 수 있는 기준 물질이다. 답안지가 주어진 문제에 비유된다. 각 분석 기관은 CRM을 통해 검측 장비의 정확도와 분석 방법의 유효성을 자체 검증해 측정데이터의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
그동안 6가 크로뮴 분석용 CRM 개발이 어려웠던 이유는 측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화학종 변성으로 인해 정확한 측정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기존의 ‘습식 분석법’은 고체 시료를 용액에 녹이는 전처리 과정이 필수적이다. 이 과정에서 6가 크로뮴이 다른 산화수로 변하거나 함량이 실제보다 낮게 측정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KRISS는 6가 크로뮴 분석용 CRM 개발에 방사광 X선 흡수 분광법(XAS)을 세계 최초로 도입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공동 연구팀은 태양보다 수억 배 밝은 강력한 빛을 이용해 시료를 파괴하지 않고도 6가 크로뮴 고유의 에너지 흡수 신호를 포착함으로써 전처리 과정의 오류를 원천 차단하고 측정데이터의 미세한 편향까지 보정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CRM은 지하수와 토양 오염 감시의 정확도를 높여 국가 환경 정책의 신뢰를 높이는 기반이 될 전망이다. 유럽의 유해물질 제한 지침(RoHS) 등 글로벌 환경 규제에 대응해야 하는 국내 수출 기업들의 분석 공신력과 경쟁력 확보에도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KRISS 허성우 무기측정그룹장은 “이번 공동 연구팀의 성과는 가속기를 측정표준 연구에 적용한 새로운 시도로 기존 분석법의 한계를 획기적으로 극복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새로운 분석법으로 정확도와 신뢰성이 보장된 이번 CRM이 앞으로 환경 분석 현장의 필수 기준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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